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마카오에서 돈 안 받고 보내주던 식당주인님 생각났어요

마카오 조회수 : 1,723
작성일 : 2011-09-02 15:26:31


돈 빌려줬다가 받은 얘기를 보니까 생각나서 써요. 

남친이랑 몇 년 전에 홍콩 마카오 놀러간 적이 있었어요. 

마카오는 아시다시피 포르투갈령이었고 당연히 유명한 포르투갈 식당이 몇 개 있어요. 

그 중 한 군데를 찾아서 택시를 타고 애써 찾아갔지요. 



포르투갈 음식, 맛있었어요! 

맛이 짜고 강렬하긴 하지만 취향에 맞더라구요. 한국사람들도 좋아할 맛. 

포르투갈 와인 먹어볼까 하고 달라니까 

와인병 한 개와 물컵 두 개 툭 내려놓고 가던 아줌마, 

"여기 와인잔 안 줘요??" 하니까 

별 이상한 애들 다 본다는 듯, 여기 있잖아! 하면서 물컵 가리킴. 

ㅎㅎ 그 동네는 우아한 와인잔 그런 거 없고 그냥 물컵에 포도주스 마시듯 따라 마시는 거였음. 

그런 것도 너무 재밌더라구요. 하긴 와인이 뭐, 음료지 꼭 와인잔에 따라마셔야 하나요. 




그런데, 계산을 하려고 하니 현금 밖에 안 받는다는 겁니다. 

허걱. 홍콩에서 카드 안 되는 곳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우린 현금이 넉넉치 않았고 

그나마 일부는 택시 탈 때 써야 호텔로 돌아갈 수 있었지요. 

얼굴색이 하얘진 우리에게 주인장이 그러더군요. 

"그래? 그럼 나중에 줘."

"우리 관광객이야, 우리도 다시 와서 먹고 주면 좋은데 그럴 수가 없어."

"그럼 부쳐주면 되잖아."

".........잉, 정말????"

그렇습니다. 한국에 가서 부치라는 겁니다. 

우리, 그날 처음 보는데, 한국에서 온 생면부지의 관광객인데 부친다는 말만 믿고 가라는 겁니다. 




"아니, 우릴 어떻게 믿고?"

"우린 원래 다 이렇게 해. 다들 부친다고." 

"그, 그래? 고맙긴 한데, 정말 그래도 되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은행계좌번호 적어줄게."

"그럼 우리 연락처도 적어줄게."

"됐어, 필요없어. 니네들 연락처가 왜 필요해."



우린 정말 황당했어요. 

우릴 믿어주는 건 고맙지만,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당황스러움이 앞섰지요. 

더더욱 미안했구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실 사람 사이에 믿음이 있을 수도 있을 텐데, 우린 너무 때가 묻었나?'라는 생각과 

`한국 같았으면 얄짤 없이 난리 났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막 오가더군요. 



결국 우린 계좌번호를 적은 쪽지를 들고 택시를 타서 호텔에 돌아왔습니다. 

그 쪽지 어디서 흘리지 않나 싶어서 꼭꼭 들고 한국에 돌아왔구요,

은행에 가서 부쳤어요. 

이자셈 치고 조금 더 넣어서요. 

그 포르투갈 식당 이름, 어딘가에서 찾아보면 나올 텐데, 

나중에 마카오에 가게 되면 꼭 다시 갈 예정입니다.

옛날 당신 덕분에 `인간에 대한 조건 없는 믿음'을 알게 된 거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요. 




IP : 222.109.xxx.10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1845 회계책임자가 이면합의를 했다면... 3 지나가다 2011/09/02 1,440
    11844 코스트코 비타민, 아이허브 비타민,,,어디것 할까요? 1 결핍증 2011/09/02 3,664
    11843 친구가 한말이 너무 기분나빴어요. 36 정말 그럴까.. 2011/09/02 13,233
    11842 검찰, 곽노현 압수수색…“7조 박태규는 왜 안털어?” 2 참맛 2011/09/02 1,622
    11841 안철수가 한나라당 윤여준과 손잡는한...!! 25 인지부조화 2011/09/02 2,888
    11840 6학년 방정식 가르칠때요 3 .. 2011/09/02 2,115
    11839 브로커 박태규, 집에 현금 보관하다 수시로 사용 3 세우실 2011/09/02 1,326
    11838 고대의대 출신 의사가 바라보는 후배성추행사건 83 고대의대 2011/09/02 14,877
    11837 코스트고 어디가 제일 크고 물건이 많나요? 6 가을하늘 2011/09/02 2,426
    11836 여러분 고생하셨어요 PD수첩 이겼답니다.. 18 .. 2011/09/02 2,683
    11835 중고차 어떻게 사야되나요 1 ,,,, 2011/09/02 1,444
    11834 아이스커피스틱 따뜻하게 마셔도 똑같나요? 4 궁금 2011/09/02 2,076
    11833 곽노현 교육감 언론에 입 닫고, 절대 사퇴마라 3 참맛 2011/09/02 1,444
    11832 잠원동 30년된 아파트 어떨까요....,,,ㅜㅜ 3 새댁 2011/09/02 3,608
    11831 경우가 바른 사람은 보통 어떤 사람인가요? 11 각양각색 2011/09/02 3,265
    11830 안철수교수가 출마한다면.. .. 2011/09/02 1,200
    11829 세라믹칼 살려고 하는데요 4 새댁 2011/09/02 1,990
    11828 안철수 출마 - 존재감 확인과 몸값 인상 4 Analys.. 2011/09/02 1,784
    11827 명일동 아파트 어디로가야할지요? 3 강동구 2011/09/02 3,394
    11826 서민·중소기업 2고·2난 "열흘 앞 추석이 두렵다 세우실 2011/09/02 1,068
    11825 옥수수삶기 3 ... 2011/09/02 1,529
    11824 "그냥 내가 번 돈은 덤이라고 생각하면 안되냐?" 1 2011/09/02 1,447
    11823 82의 부작용 ('o' )';; 10 제이엘 2011/09/02 2,399
    11822 시판두유 첨가물 너무 많지 않아요? 3 우유대신 두.. 2011/09/02 3,726
    11821 전세금..올리는거..언론도..한몫하는거같아요.. 6 ... 2011/09/02 1,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