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는 데모도 좀 했고,
뭐 여러가지 활동도 좀 해봤고,
투표 때마다 진보진영의 후보를 찍어, 나름 진보에 가깝다고 믿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일요일에 곽노현 교육감이 박교수에게 선의로 2억을 줬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곽노현 교육감은 어쩌자고, 진보 진영에 큰 타격이 될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선의'로 20만원도 아니고, 200만원도 아니고, 2억이라니..
누가 믿겠는가...
진짜 선의라고 해도,
교육감이라는 자리는 세상 물정을 너무 모르는 어리숙함도 죄가 되는 자리인 것을..
마음이 무거워서 꽁꽁 얼어 붙었습니다.
귀도 닫고, 눈도 닫고 가만히 있는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
그래도 다 들리더군요.
2억이 공금의 일부라는 둥,
공소시효를 잘못 계산해서 제꾀에 넘어 간거라는 둥,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되면 35억을 토해내야 한다는 둥..
점입가경이었습니다.
사퇴하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기 시작하면서
아, 이제 어쩌나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 나는 꼼수다를 들었어요.
곽노현 교육감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언론 보도의 상당수는 아직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저들'이 바라는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곽노현 교육감이 참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구나 싶습니다.
이미 사법 살인을 저지른 경력이 있는 검찰은
이번에도 또 한번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진보의 싹을 잘라버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 어떤 판단도 섣부른 때이니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지금 검찰이 명백히 잘못하고 있는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말해야 할 듯합니다.
검찰은 증거도 없는 혐의 사실을
찌라시 언론에 질질 흘려대는 '피의 사실 공표'라는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댓가성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국민들도 검찰이 던져주는 미끼를 덥썩 물어
선정적인 시나리오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공정한 수사를 하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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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워서 남편의 꼬임에 넘어가 라디오를 듣다가
벌떡 일어나 글을 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 밖에 없네요.
다른 곳에도 글 올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