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그래도 조금 가벼워지기.

날마다 조회수 : 1,002
작성일 : 2017-06-07 12:08:16

지난 몇년간 많이 우울했어요.

제일 큰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였는데...

제가 투자한 것이 결과적으로 잘 안되었어요.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과 후회로 날마다 지옥이었어요.

그래서 여기서 벗어날려는 노력으로 책도 많이 읽고,

상담도 받고, 종교에 의지해 볼려고도 했어요.

그래서 나름 마음속에서 정리되는 것이 있더라구요.

 

저에게 문제는  경제적 실패 보다는 이런 좌절된 기분,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것었는데...

지금의 이 우울이 단지 경제적 실패에서 오는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고백하자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울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큰 문제가 안되는 일을 '이것이 없어서 나는 불행하다, 이것만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결핍적인 생각으로 세월을 다보냈다고 할수도 있어요.

 

그 뒤로도 계속 그랬죠.

돈이 좀 더 많았으면.. 직업을 가졌더라면... 그때 그 공부를 끝까지 했어야했는데...등등

신기한건 ..이랬더라면 좋았을걸..하는 갈망이 기본틀이라고 한다면 그 기본틀은 늘 그대로 있고 그 내용만 바뀐다는거에요.

그 내용은 돈일때도 있고 자식일때도 있고 직업일때도 있었지요.

뒤돌아 생각해보면 작은 불행이라도 생기면 이 기본틀속에 자동으로 들어가버리는겁니다.

그리고는 자동으로 괴로운 생각과 감정이 일어나요.(여기서 자동으로 일어난다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의지와 노력은 별로 효과가 없었어요.ㅠㅠ)

저의 기본틀에는 주로 자책과 후회가 테마에요.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했는데...' ' 그러지만 않았더라만 지금 얼마나 행복할까..." 등등..

지금은 '그 투자를 실패하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게 주 내용입니다.

 

왜 나에게 이런 불행한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 기본틀이 만들어졌을까 하는 원망도 많이 했지만.

그게 타고난 기질적인것일수도 있고, 어릴때 겪은 사건때문일수도 있고, 잘못된 양육방식때문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우울한 기본틀이 있다는 것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우울한것은 나에게 일어난 사건 혹은 내가 실수한 일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내재된  기본틀에서 자동으로 생산되는 생각과 기분, 감정때문이다.

이걸 잊지않고 나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는것이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되었어요.

 

 투자실패를 했더라도 누구나 이렇게 나처럼 괴로워하지는 않을것이다.

적당히 속상해하다가 털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나는 객관적으로 보면 이렇게 괴로워할만한 일을 당한것은 아니다.

이렇게 괴로운것은 내가 불행한 일을 당해서가 아니라

내 마음 밑바닥에 들어앉아서 계속적으로 우울한 생각과 느낌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놈(기본틀)때문이다.

 

그래서 자책하는 생각과 우울한 기분이 일어나면,

마치 내가 제 3자를 바라보듯이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합니다.

누가 투자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당근 즉시 자동으로 그 기본틀이 작동되기 시작합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극단적인 생각들이 막 머릿속에서 울려퍼집니다.

' 너는 등신같이...왜 거길 투자했냐' '죽어라 죽어...' ' 혼자 똑똑한척 하더니...' ' 너때문에 식구들이 다 힘들어졌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죽을힘을 다해 그 생각들과 "거리"를 둡니다.

온갖 생각들이 다 올라오는구나... 그렇지.. 이건 저절로 생기는 생각이야.. 실제로 내가 한 일의 결과와는 크게 상관이 없어.. 그냥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생각을 난들 어쩌겠어... 그냥 지켜보자.. 그게 안되면 ..그냥 기다려보자.. 지나가겠지... 전에도 한번 뒤집어졌지만..그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 가라앉기도 했잖아..

이렇게  내 마음속의 그놈이 마음대로 생각을 만들어내는걸, 알아차리고 지켜보고  지나가길 기다리는것만이 내가 할수 있는 것이라는걸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이런 결론을 내리고,

심리학 책이나 불교강의에서 말하는 것도 제가 내린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실 심리학이나 불교에서도 끊임없이 그렇게 이야기해왔는데...

제가 못알아듣고 있다가 이제 아주 조금이나마 깨닫고 나니 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는것이겠지요.

 

운좋게 이 마음속의 기본틀( 이건 제가 붙인 이름이지만, 불교에서는 업, 까르마, 심리학에서는 심리구조, 감정패턴 이라고 부르는것 같습니다.)이 아주 건강하게 태어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같이 불건강한 기본틀을 가진 사람에게 위안이 되는것은, 우리 인간은 대부분 불행을 먼저 만들어내는 틀을 가졌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기본틀은 제가 다른곳에 마음을 쏟고 있으면 작동이 좀 느리거나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명상이라는 것도 이런 원리인듯해요.

마음이 기본틀이 만들어내는 생각에 끌려가지 않고.. 다른곳에 집중하는것이요.

자신의 호흡에 집중할수도 있고(그런데 이건 마음이 산란할때..그러니까 기본틀, 그놈이 발광을 할때는 사실 호흡명상은 잘안되더라구요.)

 

얼마전 어느분이 완두콩을 8키로를 까면서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지셨다고 하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인거 같아요.

저는 빠르게 걷는게 도움이 되었구요.

108배, 다림질, 가끔 호흡명상도 도움 되었어요.

 

사실은 마음이 산란하면  인터넷 사이트등을 돌아다니는데

그건 우울을 딛고 일어서는데는 ..크게 도움이 되는것 같지는 않아요.

 

 주변에서 아주 건강하게 자기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을 보면 참 말할수 없이 부러워요.

(사실 부러워하는것도  그 기본틀이 만들어내는 망상이겠지만.)

제가  이렇게 자책과 우울을 주로 만들어내는 마음구조를 가지게 된건 어쩔수 없는 현실이에요.

그렇지만 그건 객관적 현실과 관계없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생각들이다!!!

이걸 놓치지 않을려고 해요.

 

참, 이렇게 익명을 이용해서이긴 하지만 마음을 털어놓는것도 참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121.190.xxx.13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17.6.7 12:23 PM (112.151.xxx.48)

    멋지세요 어린시절 엄마에게 정서적 학대가 있었고 만성우울증이었던 저도 요즘 와서 님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사십후반이 되니 내려놓기가 조금은 되네요 화이팅입니다^^

  • 2. --
    '17.6.7 12:24 PM (118.221.xxx.40)

    네, 타고나기를 밝고 긍정적으로 타고나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사람이 최고인거 같아요

    같은 상황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걱정,고민을 사서 하는 사람, ㅎ, 저도 좀 그런 과라서,,,,에 비하면 말이죠

  • 3. ..
    '17.6.7 12:32 PM (218.148.xxx.195)

    축하드려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보내고 계신거요
    항상 행복하세요 ^^

  • 4. 원글님
    '17.6.7 2:05 PM (61.82.xxx.129)

    멋지세요!
    가끔 글 올려주세요
    진정성이 느껴지고
    저또한 연습해보고 싶어지네요

  • 5. ㅇㅇ
    '17.6.7 3:08 PM (152.99.xxx.38)

    진짜 중요한 깨달음을 얻으셨네요. 존경스럽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95624 머그컵 안 때 무엇으로 닦아야하나요?(급질) 13 삐삐 2017/06/07 2,339
695623 건조기가 정말 삶의 혁명인가요 34 ㅇㅇ 2017/06/07 7,670
695622 강경화 후보자 남편님 이해가 가요. 저 같은 스타일 6 강장관님 2017/06/07 2,609
695621 이언주 “외교부장관, 남자가 해야”…‘여성비하’ 논란 … 19 어용시민 2017/06/07 2,162
695620 문재인 대통령 어제 현충일 보훈병원에서 7 힐러 2017/06/07 1,241
695619 이혼(또는 졸혼?) 준비하며 돈을 모으고 있는데요... 13 오늘도힘내자.. 2017/06/07 4,858
695618 김이수 헌재소장 청문회 들어볼만하네요 5 김이수헌재소.. 2017/06/07 1,681
695617 문재인 대통령에게 식스팩 있다는 거 아셨나요? 4 ㄷㄷㄷ 2017/06/07 1,836
695616 부산 , 부산근교 관광 원하시는 분 4 윤아 맘 2017/06/07 796
695615 그래도 조금 가벼워지기. 5 날마다 2017/06/07 1,002
695614 청문회 논리 9 . . . 2017/06/07 876
695613 청문회 안했으면 큰일날뻔 14 ㅇㅇㅇ 2017/06/07 7,044
695612 3억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는게 좋을가요 5 사이다 2017/06/07 2,537
695611 부동산계약서 문의 ?? 2017/06/07 379
695610 강경화후보자 무난하게 통과할듯. 9 .. 2017/06/07 4,812
695609 김완선 좋아했는데 어제는 욕 나오드만요 26 ^^* 2017/06/07 19,855
695608 홍문종 뭔데 건들거리나요 8 ... 2017/06/07 1,160
695607 블로그 개설 2 모두 통과 2017/06/07 485
695606 홍문종 재수없네 5 아오! 2017/06/07 1,075
695605 피부 까만 사람도 레이저제모 잘되나요? 1 ㅇㅇ 2017/06/07 1,056
695604 결혼 비용에 대해선 놀랄정도로 보수적인 딸 어머니들 37 ... 2017/06/07 6,989
695603 소개팅으로 두번만나고 사귀었는데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안생겨.. 8 으앙으엥으엉.. 2017/06/07 5,480
695602 해운대에 6,7명 정도 묵을만한 숙소 추천 바래요 4 숙소 2017/06/07 861
695601 런던에서 제일 교통편 편한 역좀 알려주세요. ㅎㅎ 9 뮤뮤 2017/06/07 806
695600 아보카도가 이런거였군요... 61 뜨아 2017/06/07 18,7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