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펌글>곽노현 사건 바라보기...함께 읽고 얘기해봐요.

블루 조회수 : 1,857
작성일 : 2011-08-31 14:41:05
어떤 사람이 표상하고 있는 가치를 신뢰하고, 그 가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시간과 마음을, 그리고 당신의 근육을 보탰다면, 당신은 그 사람의 타락에 분노해야 마땅하다. 당신은 당연히 그럴 권리를 갖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먼저 그 타락을 단정하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나온 내 목소리인지 살펴볼 일이다. 그저 지나가는 확성기에서 무책임하게 반복되는 소리들을 내 목소리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근심해야 한다. 그 타락이 정말 타락인지 아니면 그저 손쉬운 재단인지 우리는 세심하게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그건 그 가치를 공유했던 사람으로서 그 가치와 우리 자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면서, 그 가치를 표상했던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오랜만에 주신부님과 한 시간 남짓 대화했다.

대화 후반부 매개는 곽노현 사건.

구글플러스에선지 트위터에선지 '사람은 버리되, 정책은 지키자' 라는 말을 듣고, 아, 그렇지, 그래야지, 가볍게 마음 속으로 되뇌었는데, 주신부님과 대화하면서 내가 너무 게임 논리로, 전략적으로, 세상을,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버릴 때 버리더라도, 그 사람을 한번이라도 우리는 찬찬히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정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 사람'을 찬찬히 살펴야하지 않을까.

소위 보수의 게임 방식은 딱지 붙이기, 피상화하기다. 거기엔 즉각적인 정서적 공감과 선동은 있지만 인간을 위한 사유는 없다. 세상의 속도는 사유라는 쉼표를 허락하지 않는다. 소위 보수는 그 속도를 더욱 가속화한다. 소위 진보도 그 속도 속에서 휩쓸려간다. 여기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장기판의 졸이나 말이 아니다. 여기 사람이 있다면 여기 정신이 있고, 철학이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이 있고, 욕망이 있고, 또 소망이 있을테다. 그 사람을 졸로, 말로, 포로 바라보기 전에 인간으로, 입체적인 실존으로 바라보는 사유의 호흡이 필요하다.

보수의 틀짓기.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세상의 온갖 현상과 그 현상이 갖는 입체성을 평면화하기. 법 이전에 도덕을 이야기하는 한겨레, 경향, 그리고 소위 진보 몇몇 시민단체들. 문제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보수의 틀짓기'에 빠져 '우리끼리' 분열하고 있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사람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관계, 그 관계의 총합인 사회라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계, 그래서 다시 모순과 이율배반으로 둘러싸인 '인간'를 바라보는 시선을 단편화하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자진해서 포기하는데 있다.

주신부님은 이렇게 말한다, '게임의 속도를 늦춰서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정치적 역학의 틀 속에서 스스로 자진해 파블로프의 개가 되어가는 즉물화된 반(反)사유의 고리를 끊어내는 일이다. 어떤 인간을 타락으로 단정하기 전에 그 인간의 입체성을 고민어린 사유를 통해 재구성하고, 그저 나와 같은 한 인간으로 바라보는 고민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일이어야 한다. 도덕적인 단죄나 법률적인 판단은 그 이후 일이다.


소위 보수나 진보로 자처하는 이들이 똑같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많은 것을 진영의 논리와 정치적 역학를 고려한 전략과 전술의 눈으로만 사태에 대처하는 것이다. 분명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진정 '대안'을 추구한다면, 이 현실의 역학을 고려하면서도, 여기서 종종 놓치는 세밀한 삶의 결, 인간의 결을 읽어서 그 안에 깃든 고민과 고뇌로 공감을 확대해야 할 것이 아닌가? 질 때는 지더라도 무언가 다르게 보는 눈을 얻고 져야 할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은연 중에 어떤 '희생의 메카니즘'에 종속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희생에 기대어 분노하고, 소위 '더 순결한' 분노와 저항이라는 전략과 전술을 위해서 '희생'을 당연시하거나 눈감지는 않는가? 이 '순결한 가학증'이 세상을 구원할까? 천만에. (출처)

- 주낙현 
IP : 222.251.xxx.253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랑이여
    '11.8.31 2:56 PM (210.111.xxx.130)

    회의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현 정권 들어서 영상뉴스를 믿으면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곽 교육감 문제...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보지만 현 정권에 한결같이 비판적인 박찬종 변호사마저 곽 교육감에 대한 우울한 판단을 내놓으시더군요. 걱정입니다.

  • 2. **
    '11.8.31 3:04 PM (203.249.xxx.25)

    정말 마음에 와 닿는 글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2142 집근처 마트, 시장이용하면 소비가 줄어들까요? 7 절약 2011/08/31 2,725
12141 원서접수도와주세요 3 재수생 2011/08/31 2,092
12140 고추 1근에 2만원이면 어떤가요? 7 고추집딸내미.. 2011/08/31 3,599
12139 이집션매직크림 어떤가요? (60대 어머님께 선물로 드릴예정이에요.. 5 선풍기사망 2011/08/31 5,778
12138 어른이 들을만한 영어 인강 추천해주세요.. 영어공부 2011/08/31 1,597
12137 이제 짜짱면이라고 해도 욕안먹겠네요 ㅋㅋ 6 속시원 2011/08/31 2,161
12136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추석선물 하시나요? 2 클로이 2011/08/31 2,512
12135 약속은 지켜야... 알자 2011/08/31 1,691
12134 진보에게 윤리가 아닌 가치에 중점을 두자구요? 21 진보 2011/08/31 1,960
12133 뉴욕에 오셔서 일해주실 분 계신가요? @@ 2011/08/31 2,569
12132 집값이 오를까요? 1 ... 2011/08/31 2,429
12131 장난감이름질문 [ 손목에 착~ 감기는 밴드] 2 초등맘 2011/08/31 2,194
12130 아이 셋.. 자동차 좀 추천해주세요... 2 애셋맘 2011/08/31 3,435
12129 대방역 주위에 사신분들 학원정보좀주세요. 학원 2011/08/31 2,105
12128 남편 먹여살리는 분 계신가요? 너무 우울합니다. 30 저처럼 2011/08/31 16,841
12127 소형 아파트 추천해주세요 7 .. 2011/08/31 3,785
12126 차량 에어컨 가스 충전 싸게 하는법있을까여? ... 2011/08/31 3,095
12125 늙은호박이많이있어요 1 호박 2011/08/31 1,885
12124 “정부, 위안부·원폭피해자 방치는 위헌” 1 세우실 2011/08/31 1,609
12123 결혼 후 첫 명절입니다. 시누이들한테도 선물해야 하는건가요? 15 ... 2011/08/31 7,659
12122 어제밤 mbc 24시뉴스 김주하 앵커멘트 47 ... 2011/08/31 13,924
12121 원인 불명 폐질환, 파헤쳐보니....헉!!! 11 살균제 2011/08/31 3,662
12120 월세 재계약하는데요 2 궁금해요 2011/08/31 2,498
12119 이럴땐 누가 제사를 모셔야 맞는 건가요? 15 궁금 2011/08/31 4,238
12118 요새도 문 하나짜리 냉장고 구입한 분들 있으시죠? 4 답답한 심정.. 2011/08/31 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