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옛 동네 친구의 눈물

인연 조회수 : 3,006
작성일 : 2017-05-20 01:34:24

한 아파트에서 이십년을 살았어요.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 곳에서 보냈죠.

같은 날 이사온 윗집 안주인이 저랑 동갑이었어요.

그래서 친하게 지냈죠.

친하긴 한데 성격이 많이 다르고 서로 바쁜 시기도 있고 해서

아래 윗집 살면서도 일년 가까이 얼굴도 못 본 시절도 있었어요.

저는 마음속에 좀 서운한 점이 있었어요.

저와는 다르게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그 친구는 바쁠 땐 저를 마주쳐도 대면대면 했고

어쩌다 시댁 관련이나 남편 땜에 스트레스 많이 쌓이면 한번씩 찾아와 하소연 하고 가곤 했어요.

그 친구는 결핍이 없는 인생을 살아 와서인지 늘 자신감 있고 본인의 감정에 충실한 편이었고

그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었어요.

구김살 없고, 불쌍한 사람을 도울 줄도 알고, 인색하지 않고.

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살피지 못하고, 본인 위주로 생각하는 면이 있었어요.

 나는 친구도 아닌가보다...생각하게 할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몇 달전 제가 오래 살던 그곳을 떠나 이사를 했어요.   한 12킬로 정도 떨어진 곳이죠.

전 그 곳을 잠깐 그리워하긴 했지만 거의 다 잊고 이곳 생활에 적응하고 살고 있어요.

아직 이웃을 한 사람도 사귀진 못했지만 저는 그리 외로움을 타는 편이 아니라 문제 없이요.

그런데 이사 오고 난 뒤에 그 친구한테 자주 연락이 오더군요. 저도 반가웠죠.

이사했다고 휴지랑 세제를 사서 방문도 했었어요. 그때 제가 없어서 허전하다는 말을 했어요.

그래.  우리 가끔 만나자.  해놓고 전 또 잊어버리고 살고 있었는데 오늘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점심을 같이 했어요.

밥 먹고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 친구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네가 없으니 너무 허전하다.  난 네가 늘 그자리에 우리 아랫집에 있을 줄 알았다...언제든 문 두드리면 나올 줄 알았다..

나 너무 우울하다...   저도 덩달아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나 멀리 있지 않아. 지금도 언제든 갈 수 있어.

이제 우리 나이 들어서 새로운 사람 친해 지기도 힘들어.

이러다 왔네요.   제 나이 50 중반입니다.    이제 정말 새로운 친구 사귀는 건 불가능 한 거 같아요.

나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아는 친구.  내 과거와 가족까지 모두 아는 친구.

이런 친구가 정말 소중하다는 걸 새삼 느낀 날입니다.

한 때의 서운함으로 그냥 잊고 지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나의 소심하고 째째했던 마음을 반성했습니다.

IP : 123.213.xxx.105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민되네요.
    '17.5.20 1:42 AM (221.190.xxx.209)

    원글님같은 인연이면 그래도 고마울거 같아요.
    그런데 동네엄마들한테 하도 데이다 보니
    이제는 또 상처받을텐데 마음을 열어야 하나...
    정말 갈등돼요.

    마음을 닫자니 외롭고,
    열자니 상처주는 사람들이 꼭 푹푹 찌르고
    사람봐가면서 하자니 다들 나처럼 간보면서 솔직하지 않으니
    친구되기 어렵고...

    하...정말 어렵습니다.

  • 2. 오우
    '17.5.20 2:14 AM (222.121.xxx.160)

    20년이란 세월인데...
    님이 서운하다 생각했을부분 그분도 항상 느꼈겠는대요 지금도와서 그러는거보면. 저는 애기엄마인데 1년 친하게 지내고 이사간 이웃엄마 생각나고 허전해요...

  • 3. wisdomgirl
    '17.5.20 2:54 AM (211.246.xxx.167)

    마치 o형과 a형의 친구사이를 보는듯해요^^ 순전히 주관적 견해입니다 근데 두분이 이제 잘지내실것 같아요

  • 4. 제목만 보고
    '17.5.20 5:40 AM (210.183.xxx.241)

    우리네인줄.. (죄송합니다)

    가난한 동네에서 살다가 부자 동네로 이사왔는데
    가난한 옛동네 친구가 부자동네와의 차이를 느끼고 펑펑 울었다는 줄 알았는데

    따뜻한 내용이네요.
    세월의 정이라는 게 질기죠.
    20년 세월을 함께 보낸 친구이니 앞으로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9224 차라리 용비어천가 를 하나 만들어 주세요 11 그냥 2017/05/20 1,613
689223 깍두기 담을때 절인후 물로 씻지 않고 바로 물빼고 버무리나요? 8 질문 2017/05/20 3,544
689222 호칭문제 여쭤볼께요. 6 궁금 2017/05/20 709
689221 수행평가보다 그냥 단원평가 . 중간기말이 좋을 거 같아요 28 랄라~ 2017/05/20 2,547
689220 군대내에서 동생애를 허용한다면??? 15 반대 2017/05/20 2,452
689219 베트남 다람쥐커피 4 맛있네요 2017/05/20 2,552
689218 지지자들도 문재인을 닮아라? 권순욱,이승훈 pd 페이스북 7 ㅇㅇ 2017/05/20 1,503
689217 어르신들은 왜 시도 때도없이 카톡을 보내나요? 10 투투 2017/05/20 3,096
689216 윈도우 업데이트 확인이 안됩니다-제발 도움 부탁입니다. .... 2017/05/20 540
689215 어제 EBS 명의 심장 스텐트 보는데 황당했던 장면 4 geo 2017/05/20 4,431
689214 시험이 문제라면서 왜 비교과나 수행평가는 남겨두나요? 12 .... 2017/05/20 1,283
689213 더민주에서 검사징계법 개정을 통과시켰었군요 15 . . . 2017/05/20 2,343
689212 갑자기 올라온 기미 7 피부관리 2017/05/20 3,868
689211 이니실록 10일차 54 겸둥맘 2017/05/20 5,090
689210 윤석열검색했더니 안희정. 강금원. 노정연 수사 검사. 9 _ 2017/05/20 4,920
689209 강북삼성병원주위원룸이나 자취할만한곳 좀 알려주세요 6 ... 2017/05/20 2,481
689208 2명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한국에는 악마였군요. 23 신세계질서 2017/05/20 4,252
689207 어느 초등생의 절절한 엄마생각 7 ㅠㅠ 2017/05/20 3,287
689206 소개팅 나가서 호칭 어떻게 하나요 2 소개팅 2017/05/20 2,305
689205 일반사무.. 3 .. 2017/05/20 576
689204 다음 기사 댓글에 더보기가 않되요 3 .. 2017/05/20 421
689203 돈 없는 사람들은 6월까지 집 사야 한다던데요? 27 .. 2017/05/20 18,630
689202 오늘자 오마이 지수 - 15,728 5 망해랏~~ 2017/05/20 1,700
689201 지나간 대선토론 보려는데 추천할게 있으세요? 5 달님 보려구.. 2017/05/20 381
689200 탈핵단체 "고리1호기 정지 계기로 '탈핵원년' 선포하자.. 3 ........ 2017/05/20 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