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임신이 안되어서 답답해하는 분들도 많아
글 올리기 조심스럽지만
분명 저같은 부부도 있으실 테니 그냥 허심탄회하게 올려봅니다.
임신되었을까봐 지금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저희는 신혼 부부입니다.
해외에 살고 있구요. 해외에 사는데도 돈은 잘 안 모입니다.
지금 저희가 쫄쫄 굶고 사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서로 경제적으로 불만족스럽게 사는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지금 겨우겨우 누리고 있는 생활의 소소한 것들마저
(돈 때문에)포기하게 된다면...지금의 생활이 저에겐 마지노선입니다.
무기력도 자꾸 찾아오구요. 그래도 달랑 둘이서 애써 즐겁게, 활기차게 살아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해외인데도 차도 없고, 가전제품도 다 못 샀고, 해외에 나온 부부들이라면 어렵잖게 해볼
여행 한 번 아직 못 갔습니다. 여행은커녕, 생활 속에서 모자라는 잡화 하나 사는 데에도
지갑을 열지 못합니다.
지금 생리 예정일에서 며칠 지났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습니다.
저희가 적극적으로 피임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피임을 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정도의 피임으로도 여지껏 별일없이 살았기 때문에
별일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양가 부모님들은 아이를 바라고 계시는 것이 느슨한 피임에 한몫 한 것 같습니다.
남편은 제가 생리를 하지 않으니까 굉장히 불안해하는 것 같습니다.
간밤에도 뒤척였나 봅니다. 출근하는 얼굴도 여느때처럼 밝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아이를 원치 않아요. 돈도 없는데, 아이까지 기른다면 돈이 많이 들어갈 테니까요.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지금 이곳에서도 아이 뒷바라지하느라 허덕이는 한국인 부모들을 자주 봅니다.
아직 신혼이기도 하고, 지금은 저희 둘만으로도 충분한데...
저도 제발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일단 남편이 기뻐하지 않을 아이이기도 하고,
결혼전에는 저도 아기엄마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결혼후 생활을 꾸리면서
오히려 아기 갖기가 무서워집니다. 아기 가지면 당장 병원에 가서 주기적으로 검사 받아야 하고,
아기용품도 하나 둘 마련해야 하고, 아기 낳으면 접종시키느라 또 백만원 넘게 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럴 돈이 없어요. 지금 마지노선이라 부르는 제 생활 속 최소한의 것까지 포기하면서 아기를 키워야 한다는 건데,
생각만으로도 겨우겨우 죽여놓았던 우울이 밀려올 지경이에요.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게 아기에게도 좋을 리 없는데...
제발, 빨리 생리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후에는 정말 철저하게 피임하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