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의 편을 들었던 것은 지난 5년 동안 그가 어떻게 당해왔던 가를 지켜보아왔기 때문이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뛰어들어 달라던 온갖 요청 속에서 그는 출마를 결심하고 정치에 발을 딛었다. 하지만 그가 뛰어들기만 하면 업고라도 다닐 것 같았던 세력은 그 순간부터 차가운 적대자로 돌변했다. 문재인은 모른다고 했지만, MB 아바타라는 얘기가 유포되기 시작했던 것은 그 때부터였다. 그 후 5년 동안 온갖 마타도어가 유포되었고 집단적 조리돌림과 이지메가 계속되었다. 역대급 화력을 자랑하는 그 세력은 사실이 아닌 것도 사실로 믿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 지지자들, 네임드들, 그 당의 정치인들까지 하나가 되어 그리해왔다.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안철수가 아니다. 정치적 필요에 따라 한 인간의 소중했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해 버리는 야만적 폭력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보다 못해 그를 옹호하면, 당신은 왜 그를 지지하느냐는 자백을 강요받아야 한다. 범법자에게 조차도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보장되건만, 우리는 자신의 양심에 따른 정치적 판단조차도 위협받고 시달려야 한다. 오직 하나의 선택만이 지고지선의 것으로 받들어져야 하는 광경, 내 눈에는 또 다른 얼굴의 집단적 파시즘으로 비쳐진다. 나는 그런 세상을 원해서 촛불을 들었던 것이 아니다. 나는 그런 세력이 이기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안철수에게 내공이 있었다면 어떤 것도 이겨냈을 것이다. 그런데 TV토론이 부진했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화법은 모호했고, 자기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 내공의 한계였다. 국민이 준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책망받을 일이다. 본인도 인정했듯이, 여전히 부족한 것 많아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문재인이라고 특별한 능력을 보여주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세력이 그를 여기까지 만들어준 것이지, 자신의 손으로 이룬 정치적 성과에서는 오히려 못 미친다고 나는 판단한다.
누가 더 나은지, 각자가 저울질 하며 판단할 일이다. 나는 서로 증오하는 세력끼리 5년 내내 대결하고, 그러다가 다시 자유한국당 같은 세력에게 모든게 넘어가버리는 악순환을 원하지 않기에, 적대적 공생의 정치질서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할 것이다. 오늘 사전투표 하러 간다.
*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판단 또한 존중한다. 그러니 당신은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타자의 생각을 자기들의 소유로 만들려는 무모한 모습은 삼가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