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7년 5월 4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723
작성일 : 2017-05-04 06:44:24

_:*:_:*:_:*:_:*:_:*:_:*:_:*:_:*:_:*:_:*:_:*:_:*:_:*:_:*:_:*:_:*:_:*:_:*:_:*:_:*:_:*:_:*:_:*:_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영혼(靈魂)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창문(窓門)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눈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 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소리가 그대 단편(短篇)의 잠속에서 끼어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침묵(沈默)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생(生)의 벽지(僻地)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등피(燈皮)를 다 닦아내는 박명(簿明)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 기형도, ≪바람은 그대 쪽으로≫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7년 5월 4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7/05/03/20170504GRIM.jpg

2017년 5월 4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7/05/03/20170504JANG.jpg

2017년 5월 4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93364.html

2017년 5월 4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ad15bb184f344732a2389fd4de468123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호구가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단 1%나마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 비참하다.




          
―――――――――――――――――――――――――――――――――――――――――――――――――――――――――――――――――――――――――――――――――――――

가벼운 짐보다는 넓은 어깨가 필요하다.

       - 유태인 속담 中 - (from. 페이스북 "글 내리는 밤")

―――――――――――――――――――――――――――――――――――――――――――――――――――――――――――――――――――――――――――――――――――――

IP : 202.76.xxx.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동감
    '17.5.4 6:45 AM (222.98.xxx.77) - 삭제된댓글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호구가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단 1%나마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 비참하다.2222222222
    =========================================
    그래도 믿음을 가지고 응원해야죠!

  • 2. midnight99
    '17.5.4 7:43 AM (90.214.xxx.97)

    세우실님 덕분에 기형도 시를 아주 편하게 잘 접합니다. 감사합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다시 호구가 되는 것인가에 대해서

    단 1%나마 걱정을 해야 하는 현실이 비참하다. 33333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88268 사람들에게 다가가는법, 친해지는법 알려주세요.. 3 . . . 2017/05/15 1,226
688267 조윤선사진 봤나요?;; 53 ㅅㅅ 2017/05/15 26,145
688266 전세대출 동의 안해주는 주인도 있을까요? 11 .. 2017/05/15 2,352
688265 문준용군 특검 발의 입법예고 15 June 2017/05/15 2,254
688264 새정부 출범직전 안봉근 비호 속 '댓글부대' 구축 의심 인사 관.. 2 샬랄라 2017/05/15 701
688263 집에 들어갈 때 쿰쿰한 냄새 안나는 방법 없을까요? 5 뚜왕 2017/05/15 3,117
688262 부부간에 서로 존대말 하시는 분들 계신가요? 9 존대 2017/05/15 930
688261 살면서 식당이나 편의점가서 혼밥 안해보신 계신가요?? 14 만두 2017/05/15 2,143
688260 유명체인에서볶음짬뽕하고 짜장면 묵고 부었어요 3 짜장면 2017/05/15 1,080
688259 임시보호신청하는 싸이트가 있나요? 1 유기견 2017/05/15 274
688258 펌) 문재인 대통령 김어준 폭행사건? ㅎㅎㅎ 3 ar 2017/05/15 2,358
688257 인덕션VS공기청정기 이 중 하나만 산다면? 11 원글이 2017/05/15 1,650
688256 밥해먹기 싫은데 떡이나 빵 얼려놓고 먹어도 될까요? 9 1인가구 2017/05/15 1,784
688255 슬슬 비겁인들이 얼굴들이미네요. 경고 14 .... 2017/05/15 1,881
688254 힘드신분들께 힐링되는 시 한편 소개해요 1 감사 2017/05/15 823
688253 과거 여행 중 생각나는 추억 있으신가요? 2 그저 추억 2017/05/15 631
688252 병에 든 베지밀과 종이통에 든 베지밀 3 B 2017/05/15 1,350
688251 이 사진 한장으로 힐링, 제가 장담합니다! 78 ..... 2017/05/15 18,008
688250 산나물 이름이 궁금해요. 13 봄이 좋아 2017/05/15 936
688249 랜선웨어 무선 노트북은 문제없는거죠? 4 와이파이 2017/05/15 1,768
688248 안철수가 대통령되는방법은 딱두가지뿐인데 36 2017/05/15 2,926
688247 한 여름 같은 달에 시부모님 제사 합칠 때 누구 쪽에 맞추나요?.. 5 ........ 2017/05/15 1,788
688246 중앙보셈 오마이경향은 귀여울정도네요 5 ㄱㄴㄷ 2017/05/15 1,154
688245 6세유아 국어,수학교재 뭐가 좋을까요 7 .. 2017/05/15 968
688244 펌)영화 ‘변호인’ 시나리오에 ‘문재인 캐릭터’ 있었다 1 ar 2017/05/15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