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자친구에요. 그냥 조금 오래 사귄.
직장이 바뀌고 거기서 새로 만난 사람과 사귀겠다고 저한테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 당시엔 그런 자세한 이야기는 없었고 그냥 호감가는 사람이 생겼다 하지만 그 사람과 만날 생각은 없다 라고 했었어요.
다른 사람에게 흔들리는건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라며 헤어짐의 이유를 말하더군요.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그냥 나한테 시간을 달라고 했어요. 다른 사람 만나도 되니까 아직은 내 옆에 있어 달라고.
그 날 이후 저한테 다시 돌아왔네요. 그리고 지금은 그 일이 있은지 반 년도 넘었습니다.
그런데 용서는 했어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결국 몇 일전 그 이야기를 꺼냈고 몰랐던 이야기를 아주 조금 알게 됐는데 다시 제 마음이 흔들려요.
나한테 헤어지자고 전화한 날 전화를 끊고 그 여자를 만나러 갔다고 하네요. 그 새벽에.
미안한데 여자친구랑 도저히 못헤어지겠다고 이야기 했답니다.
남자친구는 나 안심하라고 한 이야긴데 왜 제 마음은 이렇게 힘이 들까요?
6년 사귄 여자친구는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면서 그 사람과의 정리는 만나러 가야할만큼 애뜻했구나란 생각만 듭니다.
제가 삐뚤어진 걸까요? 오랫동안 참아 왔던 화가 지금 나고 있는 걸까요..
묻어 두기로한 일을 꺼내어 들들 볶고 결국엔 헤어지고 그런 과정들.
그 구차한게 싫어서 그냥 정리하려고 마음 먹었다가 먼저 손 놓았다가 후회하게 될 날들이 올까봐 무서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네요.
긴긴 인생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설레임도 느낄 수 있는거라는걸 인정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과 나를 저울질 하다 다른 사람을 택했고 날 떠나려고 했다는 사실도 그럴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저한텐 공기 같은 사람이래요. 항상 있어서 소중한지 모르지만 없으면 살 수 없는.
그런데 제 마음은 왜 이렇게 공허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