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단계적 증세(增稅) 방안을 공약집에 담아 이르면 27일 공개하기로 했다. 증세 재원은 문 후보가 복지 및 일자리 공약을 달성하고 중소·벤처기업 등 신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사용된다.
증세 방안으로는 고소득자의 세율(현행 40%)을 상향하고, 주로 대기업에 혜택이 가던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R&D 세액공제) 등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이 조치만으로 국가 재정 확충이 부족하면 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각종 조세 감면을 받더라도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세율)과 대기업의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후보 측은 세율 인상 폭은 추후 국회 협상 과정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공약집에 담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공약 작업 초기에 구체적인 세금 인상 폭을 명시하는 것이 검토됐지만, 차후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전략상 운신의 폭을 좁힐 수 있어 구체적 수치는 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논의 과정에서는 과세표준 3억 원 이상 고소득자의 세율을 현행보다 2%포인트 올리고, 과표 500억 원 이상 대기업의 최고세율을 지금보다 3%포인트 높은 25%까지 올리는 방안 등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28일 최종 공약집 공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문 후보는 26일 ‘안보 행보’에 전념하면서 보수층과 국민의당이 연일 제기하는 안보관 의혹을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문 후보는 최근 TV토론회에서 ‘북한 주적 논란’ ‘2007년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논란’ 등 안보관과 관련한 검증 공세를 받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국회 앞에서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 선언’을 열고 “국민은 성실히 국방의무를 이행하는데 자칭 보수정치 세력은 병역을 면탈하고 특권을 누렸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은 끊임없는 색깔론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안보를 허약하게 한 가짜 안보 세력이고 끝없는 방산 비리로 국민 혈세를 도둑질하고 안보를 구멍 낸 파렴치한 세력으로, 국민에게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지지 선언에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 박종원 전 공군참모총장, 한창익 대한민국 병장전우회장, 최준택 전 국가정보원 3차장 등이 참여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 창당 이래 이렇게 많은 장성을 비롯한 국방안보 전문가들이 지지를 선언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제 민주당의 국방안보는 역대 최강이며 안보 최고당이다”라고 자신했다. 이어 “삼국지에서 제가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가 백전노장 황충이 유비를 도와 군정을 하는 장면인데, 오늘 저는 1000명의 황충과 함께 진짜 안보 정권 창출에 나서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포천시 육군 승진훈련장을 방문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 정부 측 인사들과 함께 2017 통합화력격멸 훈련을 직접 참관했다.
문 후보가 경제, 교육, 복지, 4차 산업혁명 등 대선의 다양한 이슈 가운데 최근 안보에 집중하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10%포인트 안팎으로 앞서면서 국면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새로운 이슈를 제기했다 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편 문 후보는 이날 고의적, 반복적으로 불량식품을 만드는 업체와 사업자를 시장에서 영구 퇴출하는 내용의 ‘먹을거리 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판매중개업자에게도 책임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