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년차 부부고요. 3살 아들 하나 있습니다. 맞벌이고요.
남편이랑 평소에 사이 좋은 편이었어요. 연애를 오래 하기도 했고, 남편이 저한테만큼은 참 좋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어제도 별거 아닌 거였는데, 제가 기분이 조금 안좋은 상태에서 남편이 연휴 일정을 자기 마음대로 조정했고 (이건 제 생각, 남편은 절 충분히 배려해서 이리저리 고민했고 결정했다고 함. 양쪽이 서로 말은 안하고 속으로만 생각했어요) 전 그게 절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했어요.
조금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5월 연휴 중에 시댁에 가야 했고, 남편은 1, 2일은 출근, 4일은 휴가였고 전 2일 4일 모두 휴가를 쓰되 하루 정도는 밖에서 외부 사람과 미팅을 가져야 하는 일정이었어요. 그래서 원래는 2일에 남편 출근할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제가 나가서 일을 보고 들어온 뒤 남편이 퇴근하면 시댁으로 가려고 했어요. (시댁은 편도 4시간 거리. 아이 밤잠 들때 출발해서 가기 때문에 늘 밤 10시에 출발해요.)
그런데 남편이 시댁이 있는 지방에 볼일이 생겼고, 그 약속을 2일에 잡은 거예요. 그러면서 1일에 퇴근하고 시댁에 가자. 이렇게 얘기한 거고 저는 내가 분명히 2일에 미팅이 있다고 했는데 왜 나를 고려하지 않았냐라고 화를 낸 거예요. 제 미팅은 프리랜서랑 진행하는 거라 시간을 변경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시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해서 저한테 미리 물어보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게 날 존중하지 않는 처사라고 여겼고, 남편은 니 스케줄 조정이 정 어렵다면 자신이 먼저 아이를 데리고 내려갈테니 너는 일을 보고 따라오면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남편 말에 동의할 수 없는 게 아이가 4시간 차 타는 걸 힘들어해서 늘 밤 10시에 출발했으면서 어떻게 아이를 데리고 오전에, 게다가 혼자서 갈 수 있냐. (뒷좌석에 보호자 없이 운전자와 단둘이 차 타본적 한 번도 없는 아이예요.) 그리고 당신이 업무를 처리하는 사이(3시간 정도) 시부모님이 아이를 보셔야 하는데 두분은 아이를 10분 이상 보신 적이 없는 분들이에요.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이를 안아주실 수도 없고요.
남편은 놀이터에서 시부모님이 봐주면 된다고 하지만 무슨 3살(3살이라고는 해도 16개월이에요) 아이가 놀이터에서 3시간을 노나요...
저는 남편의 이런 논리들이 어깃장이라고 느껴졌고 그래서 화를 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남편이 바닥에 휴대폰을 던졌고 다른 방쪽으로 걸어가면서 발로 아이 유모차를 찼어요. 처음 보는 남편 행동에 너무 당황했지만 제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껴져서 저도 쫓아가면서 소리를 질렀고, 남편은 혼자 있겠다면서 저에게 작은방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는데 제가 나가지 않겠다 하면서 방문 앞에서 옥신각신했어요. 남편은 절 나가라면서 밀어내고 저는 문을 못 닫게 하려고 버티고... 몸싸움이라고 하면 몸싸움이 벌어졌지요. 제가 허우적대다가 남편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겼네요;;
부부는 서로에게 상당히 놀라고 실망하고 상처받은 상태입니다. 곧 진정하고 대화를 했는데 남편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부부 간의 지켜야 할 경계가 무너지고 말았다. 본인이 휴대폰을 던진 건 잘못이지만 그래서 본인이 이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너까지 그렇게 나한테 달려들 줄 몰랐다. 내가 알던 네가 아닌 거 같다. 불과 1시간 전까지 널 너무 사랑하고 아꼈는데 지금 충격이 얼마나 회복될지 알 수 없다라고 합니다.
저 역시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우리 부부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게 너무 슬프고 애통합니다. 아이 앞에서 소리지르는 건 물론이고 방문을 사이에 두고 힘까지 썼으니까요. 아이는 옆에서 울고 있었고요. 1분 남짓의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우리가 과연 부모로서 자격이 있을까라는 깊은 회의까지 든 상태예요.
그동안 저와 아이에게 좋은 남편, 좋은 아빠였고 앞으로도 아이에게는 좋은 아빠일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편에게 사랑받고 행복한 아내이자 여자로 사는 일도 중요하거든요.
연애와 결혼 생활을 합쳐서 13년 정도를 함께 지냈지만 이렇게 크게 싸워본 일이 없어서 후유증이 얼마나 갈지 솔직히 겁나고 무섭습니다.
새벽까지 남편과 대화를 통해서... 화해를 하기는 했습니다. 다시는 아이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지 말자. 남편은 많이 노력하고 너와 아이한테 헌신하면서 살고 있는데 자기한테 그런 식으로 대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라고 했고 저는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본인이 먼저 휴대폰을 던진거에 대해서도 사과했고요.
제가 많이 울었는데, 처음에는 냉정하게 굴더니 나중에는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상황이 어찌 그렇게 갔는지 모르겠지만 부부관계를 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싸우고 난 뒤 부부관계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남편은 세심한 성격이라 싸움을 부부관계로 푼다거나 이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화낫을 때는 제가 손 대는 것도 싫어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성격이에요.)
어찌되었든, 일단락되고 하루가 지났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제 마음이 어제의 그 지옥같은 시간보다 더 괴롭습니다. 너무나도 행복하다고 자부해왔던 결혼생활이라 그랬을까요. 이런 일이 또다시 생길 것만 같고 앞으로 남편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신의와 신뢰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30% 정도쯤은 애정을 포기하고 그저 상황에 맞게 살아지게 되는 걸까요.
사실 저는 털털하고 잘 잊는 성격이라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걱정이에요. 저에 대한 실망과 미움, 상처를 마음 한켠에 두고 살아갈까봐서요.
왜 그 한마디를 참지 못했는지 많이 후회되는 아침입니다. ㅠㅠ
결혼생활 오래 해보신 분들 조언 좀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