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1일 언론에 공개한 ‘청와대 문서’에 대해 전·현직 정부 당국자들은 “비밀문서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서를 공개한 것 뿐 아니라 민간인 신분인 송 전 장관이 소지하는 것도 문제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한 정부 당국자는 “문서 원본을 확인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담고 있는 내용과 전달된 정황으로 미뤄 비밀문서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북한의 동향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 내용 자체만으로도 최소한 3급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7년 11월 당시) 대통령이 순방 중일 때이니 (암호화한) 비화 팩스를 통해 전달됐을 것”이라며 “이런 문서는 설령 비밀 등급 분류가 되기 전이라도 비밀문서로 취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출신 전직 당국자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한 전직 당국자는 “현직에 있을 때 입수한 비밀문서는 퇴직할 때 두고 나오거나 파기해야 한다”며 “직무상 취득한 비밀문서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위법한 행위”라고 말했다.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보안업무규정 제25조 2항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은 법률에서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소속 기관의 장이나 소속되었던 기관의 장의 승인 없이 비밀을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서가 대통령기록물이란 지적도 나왔다. 참여정부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에서 일했던 한 인사는 “송 전 장관이 공개한 문서는 대통령에게 전달된 북한 동향 보고서로 보인다”며 “이는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며, 기록물로 지정·등재하고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안보실장과 외교장관까지 지낸 송민순 전 장관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문서 공개 의도가 무엇이든, 고위직 출신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