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1시간 동안 말한 단어는 사실 '전쟁'뿐
이렇게 홍 후보와 문 후보 간 국보법 폐지 공방이 벌어지던 중 유 후보가 질문을 이어받아 문 후보에게 "북한이 주적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대통령으로서는 할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유 후보는 "국방백서에 북한은 우리 주적으로 되어 있다"고 했고 문 후보는 "국방부로서는 할 일일 수 있으나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의 대단히 이례적인 말꼬리 잡기는 여기서도 시연됐다. 유 후보는 문 후보에게 이미 "대통령이 되셨냐"고 물었다.
유 후보는 다시 "국방백서에 나오는데 군통수권자가 주적을 주적이라고 못 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물었고, 문 후보는 "입장을 밝혔다"고 일축했다. 유 후보는 "주적이라고 말씀을 못 하시는" 이유가 있느냐고 파고들었고 문 후보는 다시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대통령이 되셨냐'를 묻고 한 질문을 하고 또 하는 사이 유 후보가 자기 정책을 말할 시간은 다 날아갔다. 물론 의도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토론 이튿날인 20일 많은 언론의 '팩트 체크 '로 보도되고 있지만, 국방백서엔 주적이란 표현이 없다. '주적'이란 단어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사회적 논란 속에 2004년 국방백서에서 삭제됐다.
통일부에서도 이날 오전 '주적 질의'는 이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적이기도 하지만 통일의 대상이기도 하다. 통일부는 남북문제가 그러한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다"며 "7.4 공동성명 이후 우리는 북한을 인정하는 정책으로 변화해 왔다. 이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도 있고 6.15와 10.4 선언문에도 들어가 있다. 정부가 일관되게 가져왔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으로 규정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대통령은 군통수권자의 역할도 있지만 평화 통일을 추진해야 할 의무도 헌법상 가지고 있다"며 "헌법 66조에선 이 두 의무를 다 부여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제가 특정 주자를 언급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으나, 어쨌건 설명의 내용만을 봤을 때는 문 후보는 현재 통일부의 대북 기조와 헌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했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