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님 페북 글 펌-
<금태섭 의원님 페북 글에 대한 해명>
어제 금태섭 의원님이 페북에 올린 글에 대해 저의 설명을 요청하는 여러 기자 분들이 전화를 주셨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하루 종일 두 개의 회의와 강의, 그리고 인터뷰, 학생 면담 때문에 기자 분들의 전화에 일일이 응답할 수 없었고 그래서 미안합니다. 어제 밤늦게야 금의원님의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당시 상황을 말씀드립니다.
당시 창당과정에서 신당의 정강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동분과위원회에서는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초안을 놓고 상호간에 격의 없는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변재일 민주당 측 공동분과위원장님은 소탈한 성품으로 협조적이셨고,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양측은 자유롭게 의견 교환을 했습니다. 당시 새정치연합의 공동분과위원장인 저의 개인적 생각은 정강정책에 대해 이념적인 지향성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해서 중도층을 끌어안는 외연확대 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정강정책의 서론부분에 대해 논의할 때 이념 논쟁의 소지가 되는 것들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어떤가 하는 의견을 말해보았습니다. 물론 이러한 의견을 당시 안철수 공동준비위원장과 상의한 적은 없습니다. 더구나 그런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당시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논의 과정이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양측이 합의하지 못한 몇 가지 이슈들에 대해 지도부, 즉 김한길, 안철수 두 창당준비위원장의 합의와 승인을 얻어 확정하는 것은 한참 다음의 일이었습니다. 즉, 열린 자세로 다양한 논의를 해보는 일종의 사전 탐색 정도의 단계였습니다.
문제는 그날 (3월 17일) 밤인가에 발생합니다. 어느 기자가 제게 전화를 해서 낮에 논의했던 내용들을 물어보았습니다. (그 기자와 소속사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여러 기자들 앞에서 이야기한 게 아니고 그 기자 분 한분과 통화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직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양측의 의견 교환을 하는 논의 단계 정도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랬더니 그 기자는 대충 분위기만 알려 달라고 했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쩌다가 위의 내용, 즉 “이념논쟁”의 소지가 되는 것을 빼는 가능성도 이야기가 오갔다라고 언급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대화 내용이 다음날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고 큰 문제로 비화되고 말았습니다. 공직을 떠나 10년간 학교에만 있다 보니 언론을 대하는 감(感)이 옛날보다 많이 떨어졌구나, 대화를 그렇게 허술하게 했다니... 라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었지요.
언론에서 큰 뉴스거리가 되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안철수 공동준비위원장께 전화를 했었지요. 그간의 경위를 이야기하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는 간단했습니다. 알았다, 걱정하지 마시라, 잘 정리해 수습하기로 하자는 정도였습니다. 물론 저는 그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그만두고도 싶었지만, 그러한 혼란의 와중에 사임하겠다고 외치는 것이 도움이 될지 자신이 안 섰고 그래서 그 사건은 그냥 지나갔습니다.
당시 안철수 공동준비위원장이 더 이상 그 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지나간 것에 대해 금의원님은 무책임하다고 지적을 하셨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그분이나 저나 5·18, 6·15, 10·4의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평가는 확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 상황에서 저의 실수를 눈감아 주신 것이겠지요. 저는 그분과는 2년 전에 정치적인 연대관계를 끊고 한때 그분의 이런저런 부분에 대해 아쉬움도 갖고 있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금태섭 의원님의 말씀대로 6·15, 10·4 선언의 역사적 중요성, 그리고 그것을 주도하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정치인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존경합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지난 4년간 정말 그리워했습니다. 저는 지금 정치에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혀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것이 정도일 것 같아 이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고 하는 어느 기자분의 첫 전화를 받은 것은 1주일쯤 전으로 기억이 됩니다. 그때 저는 안타까웠습니다. 대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만, 토론이나 논쟁이 정책 중심의 생산적인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앞으로 그 방향으로 대선 후보님들, 그리고 각 대선 팀들이 방향 전환을 해주신다면 저는 물론이거니와 정말 수많은 유권자들이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주시길 간청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