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5월 21일 광주에 볼일보러가 영 돌아올줄 몰랐지
마누라 이숙자가 아들딸 다섯 놔두고 찾으러 나섰지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그렇게 열흘을
넋나간채 넋잃은채 헤집고 다녔지
이윽고 광주교도소 암매장터 그 흙구덩이 속에서
짓이겨진 남편의 썩은얼굴 나왔지
다섯아이 어쩌라고 이렇게 누워만 있소 속없는 양반
고규석 마누라 살려고 나섰다. 광주 변두리에 방한칸 얻었다
여섯가구가 수도꼭지 하나로 물받는집 방한칸 얻었다
망월동 묘역 관리소 잡부로 채용되었다. 그동안 딸셋 시집갔다
막내놈 그놈은 펜싱선수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 걸고 돌아왔다
늙어버린 가슴에 남편얼굴 희끄무레 새겨져 해가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