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커뮤니티 게시판 중복입니다.
초 저학년 남아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둘째 아이가 일요일부터 감기기운이 있고 월요일부터 열이 오르기 시작해서 병원에 갔더랬습니다. 아이 학교에 B형 독감이 돌고 있어서 신경이 쓰였지만, 병원에서 아직 독감을 의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해서 감기약만 지어서 먹었습니다.
하루종일 잘 놀던 아이가 저녁먹고 난 뒤부터 열이 급상승해서 39.3도까지 치솟길래 직감적으로 아..아이 학교에서 유행하는 B형 독감이구나..생각하고 열로 축 처진 아이를 데리고 제가 아이를 집근처 응급실로 데리고 갔어요. 9시 정도에 간 것 같아요. 응급실에 갔더니 사람이 많아 대기를 좀 오래해야 했습니다. 체온계를 챙겨가서 아이 열을 계속 재니 아이는 계속 39도를 넘어가서 열이 떨어지지 않더군요.
대기하면서 아이가 너무 처져 있길래 아이아빠한테 문자로, cctv(집안 어느 부분에 cctv가 있습니다) 형아랑 같이 손을 흔들어달라고 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아니, 바로 와서 손을 흔들면 되는데...?). 암튼 둘째녀석이 좀 기다렸다가 아빠랑 형아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독감검사를 한 후 결과를 기다리면서 아이가 너무 힘들어해서 원무과 옆 침상에 뉘였는데 아이가 또 아빠랑 페이스타임을 하고 싶다고 해서 연결을 시도하는데 계속 끊기더군요. 암튼 어찌어찌 연결을 하고 독감 확정을 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아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오늘 길에서 뒷집에 사는 엄마를 만났는데, 저보고 어제 자기 남편이 OO(둘째 아이 이름)가 독감으로 아픈데 괜히 술을 먹었다는 둥 후회를 했다길래 뭔 말이지? 하고(아니, 우리 아이가 아픈 거 하고 뒷집 남편이 술을 먹은 거 하고 뭔 상관이며, 또 후회는 왜 하는건가?...-.-;;) 갈 길이 바빠서 걍 넘어갔더랬습니다.
오늘 저녁에 남편이랑 얘기하다가 뭔 말 끝에, 어제 제가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에 가고 나서 뒷집에 가서 소주 석 잔을 마셨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웃으면서 얘기하더군요. 저 순간 바로 쌍욕 뱉을 뻔 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싸움 시작입니다.
술 마시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길래 잠깐 가서 빠른 속도로 소주 석잔을 마시고 왔는데 그게 니가 그렇게 화낼 일이냐고, 그게 뭐 별 일이냐고 그럽니다. 어제 cctv와 영상통화가 잘 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왜 별일도 아닌데 시비를 거냐고 합니다. 아니, 아이가 열이 펄펄 끓어서 응급실에 가 있는데 아빠란 사람이 역시 어린 아들을 집에 두고 계속 왔다 갔다 하면서(저는 cctv 손 흔들고 집에 들어왔는 줄 알았는데 그러고 나서 다시 뒷집으로 가고, 페이스타임하러 집에 왔다가 페이스타임하고 다시 나갔다는 걸 큰 아이를 통해 듣게 되었네요) 소주 석잔(많이 마신 것도 아니고 겨우 석잔이라고....) 마신게 그렇게 죄냐고 하네요.
독감이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자기는 그 밤에 아이를 데리고 기껏 독감검사하러 응급실에 가는 것도 못마땅했지만, 그냥 놔두었다고 합니다. 자기는 저한테 전혀 거리끼는 마음도 없고, 잘못했다는 생각도 안든다고 합니다. 제 가치관에 기대어 자기를 판단하지 말라고 합니다. 자기는 이게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답니다. 잘못했다는 생각도 안든다네요.
저는 어제 응급실에서 고열로 축 처진 아이를 데리고 생각하길, 차라리 독감이길 마구 바랬어요. 아는 병이니까요. 힘들긴 하지만, 아는 병이고 타미플루 먹고 며칠 지나면 호전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독감판정이 나왔을 때 차라리 안도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데리고 와서도 아이 격리시키고 밤새 주기적으로 열 재고 아이 보살폈습니다. 좀 더 일찍 독감판정 받아서 아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한 점에 대해서 스스로 대견해하고 그랬습니다.
대판 싸우고 온 몸의 세포가 다 화가 나서 꿈틀대는 것 같아서 글 올려봅니다. 최대한 제 주관적인 감정을 적지 않으려 애썼습니다만, 흥분해서 잘 모르겠네요.
제가 정말 별 일도 아닌데 아이 아빠 말대로 자기한테 시비를 걸고 화를 내는 건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