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문재인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하여... (한양대 박찬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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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글을 쓸 줄이야. 문재인이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과연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써보고자 합니다. 페북 글이라 길게 쓸 순 없습니다. 짧지만 임팩트 있게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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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말해둘 것은 저와 문재인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문캠프 사람도 아니고 그쪽으로부터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법조인으로서 문재인과 저는 4년 차이로 90년대 초부터 민변에서 같이 활동을 했지만 개인적인 연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그가 부산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노무현 정부 때나 그 이후 그가 정치인이 되었을 때도 특별한 연을 맺은 적이 없습니다. 여하튼 저와 문재인은 어떤 관련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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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과거 행적을 찾아봅니다. 그러면 답이 나옵니다. 믿을 만한 사람인지,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꿈이 있는 사람인지 등등. 문재인의 행적을 훑어보면 누구든지 그의 인간됨과 능력 그리고 꿈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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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수성가한 사람입니다.
문재인은 한국전쟁 때 북에서 내려온 피난민 가정에서 태어나 유년시절과 학창시절을 매우 가난하게 생활했습니다. 그의 아버지가 바로 1.4후퇴 때 흥남부두에서 떠난 메러디스 빅토리아호에 몸을 싣고 오신 분이거든요. 때문에 문재인은 태생부터 가난이 무엇인지, 가난한 사람의 심정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는 가난한 삶에 자신을 매몰시키지 않고 공부해서 자수성가한 사람입니다. 집안의 도움 없이 대학을 나왔고,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변호사가 되었고, 드디어 정치인이 되어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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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그는 자수성가한 사람이지만 인격적으로 된 사람입니다.
자수성가한 사람은 크게 둘로 나뉩니다. 하나는 돈과 권력을 지향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보기엔 자수성가형 사람 중 대부분은 이런 성향의 사람들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삶을 늘 돌아보며 꿈과 이상을 쫒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제가 감히 말하면 문재인은 후자의 사람입니다. 가난한 환경에서 각고의 노력을 통해 무엇이 되었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에겐 꿈이 있습니다. 자기보다 못 배운 사람, 자기보다 부족한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충만한 사람입니다. 제 자신이 그와 같은 사람이 되고자 했지만 문재인을 생각하면 부끄럼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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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그는 공부 잘한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능력이 무엇일까요? 일단 학습능력으로 판단해 보겠습니다. 문재인은 어려운 가정에서 공부하면서도 부산의 명문이라고 하는 경남중학교와 경남고등학교에 입학했고(당시는 입시제도가 있었음), 거기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의 성적은 누구나 서울대학교를 입학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나 서울대학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입시를 실패했던 것이지요. 차선으로 선택한 게 경희대학입니다. 당시 경희대(저희 한양대도 마찬가지임)는 서울대에 떨어진 학생 중에서 우수한 친구를 골라 내 스카우트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문재인은 바로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되어, 경희대를 수석으로 입학하고, 학창생활을 장학금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는 법학을 전공하였고,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뿐만 아니라,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서도 두각을 나타냅니다. 박원순 시장, 공부의 신이라고 하는 고승덕 변호사 등이 동기인데, 그들보다 성적이 좋습니다. 졸업성적은 차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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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그는 공부만 잘한 게 아닙니다. 일찍이 사회의 불의를 참지 못하고 대의를 위해 몸을 불태운 사람입니다.
공부 잘하고, 고시에 합격한 사람 중에서 학창시절 사회에 비판의식을 갖고 학생운동을 한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저 역시 대학시절 고시공부만 했지 학생운동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게 저를 늘 부끄럽게 만든 저로선 흑 역사입니다.
그런데 문재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가 대학을 들어간 1972년은 바로 박정희의 10월 유신이 있었던 해입니다. 그는 이 시기 학생운동도 열심이었고, 그 덕에 감옥도 가고, 학교에선 제적을 당하고, 급기야 강제징집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파란만장하다고 하는 것이겠죠.
재미있는 것은 그의 학습능력은 군대에서도 탁월했던 모양입니다. 특전사에서 가서도 워낙 출중했던지 각종 상을 다 받았습니다. 그중엔 당시 여단장이었던 전두환 상도 있습니다. 지난 번 토론회 때 이 말을 해서 문제되었던 바로 그 상이지요. 여하튼 같은 시대를 살았어도 이런 고난을 피하려면 얼마든지 필할 수 있었는데도 그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사람 흔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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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변호사가 된 이후도 그는 일관된 삶을 살았습니다. 돈과 권력을 쫒지 않았습니다.
문재인이 사법연수원을 졸업한 시절 차석으로 졸업하면 원하는 대로 진로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도 처음엔 법관의 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임관되지 못했습니다. 학생운동과 전두환 정권을 반대했던 그의 경력 때문이지요. 그래서 택한 게 변호사의 길이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 때 노무현을 만나 그의 평생 동지가 되었다는 것은 분들이 아시는대로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한국의 법조인들은 특권계급이었습니다. 변호사 사무실만 열면 돈을 버는 것이었고 남다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눈만 질끈 감으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문재인은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동료로서 이런 문재인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생운동을 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그 이후의 삶을 보십시오. 학생시절의 꿈과 이상을 지키면서 산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대부분 사정변경을 이유로 다른 삶을 살았고, 개중엔 변절의 역사를 써온 게, 대한민국 지식인의 삶입니다. 문재인은 달랐습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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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지니 여기에서 맺겠습니다. 이번 대통령 후보 중에서, 서민의 삶을 이해하고(아니 처절하게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능력 있고, 젊은 시절 꿈과 이상을 올곧게 간직해 오면서, 이타적 삶을 살아온 사람이, 심상정을 제외하고(심후보에겐 미안합니다), 누구입니까. 문재인 아닙니까. 이만하면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밀어줄만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