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는데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 시사작가 일을 했고 하고 있어요.
시사 프로로 손꼽히는 그런 프로그램에서 일을 하고 있지요.
오랜 세월 시사작가들 곁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느낀 건
정치는 직업이다, 입니다.
토론 프로그램 할 때 잡아죽일듯 싸우고 서로 미워하는 것 같지만
그건 카메라 돌아갈 때의 일이고
끝나고 나면 서로들 얼마나 친한데요.
섭외할때도 '저쪽은 누구 나와? 에이, 그럼 나는 안 나갈래. 그 친구 좀 살살하라고 그래..'
분위기 화기애애 하고요.
정치인들은 오래 살아남는게 목표죠.
우리가 직장에서 안 짤리기 위해서 애쓰는것 처럼
저들도 저 바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애들도 공부시키고 연금도 타먹고 할것 아닙니까.
관용차량 타고 다니는 맛이 얼마나 좋은데 그걸 놓칠까요.
그러니까 그 마음으로, 일할땐 열심히 내 포지션을 보여주며 싸우고,
뒤에선 서로들 은근한 눈빛으로 애정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ㅎ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될수도 있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거든요.
쟁점을 두고 한바탕 싸우기도 하죠. 순간 미워하기도 하겠죠.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게시판에서 얼굴도 모르는 서로를 미워하는 것 만큼,
그렇게 미워하진 않을 겁니다.
다들 어느 정도 뻔뻔하고, 뻔뻔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그 바닥에 있으면서 뻔뻔해 졌을 거에요.
그런 이중성을 못 견디고 나가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요. (유시민님 같은 분이 그런 분들이 아닐까 짐작해 봐요.)
저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둘다 '나라를 위해 뭔가 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하겠죠.
'우리 생각이 최선이다'는 것도 똑같을 테고요.
다만 보수는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이 잘 사는 것'이 곧 바른 길이라는 생각이 강하고
진보는 '그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카테고리 안에 담는 이들이라 생각합니다.
보수는 그러니까 임성한 드라마 같은 것...
중산층들이 모여 앉아서 즐겁게 살면서 '이게 행복이야'를 외치는 것.
그런데 이게 또 달콤해요. 다들 임성한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보는 건,
나도 그 속에 끼고 싶기 때문이겠죠. 그 안락한 중산층의 밤이 부러운 겁니다.
그래서 서민들이 보수를 찍는 것이겠죠.
그러나 정작 돈은 임성한만 벌고 우리는 결국 낚였다 싶어 기분만 더러워지는 것,
그것이 보수를 찍은 뒷맛이 아닐까요? ㅎㅎ
진보는 말 그대로 한발 앞서 걷는 것.
한발 앞서 걷는다는 건, 앞섰다는 이유 때문에 뒤에 오는 이들의 시선을 받게 되겠죠.
그래서 몸가짐이 쉽게 들키고 그래서 조금만 잘못해도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하지만 앞서 걷기 때문에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겁니다.
여러분은 정치인들에게 뭘 원하시나요?
국민에게 필요한 건 결국 합리적인 시스템이죠.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을때, 그리고 나와 내 이웃에게 문제가 생겼을때
정치인들이 결정한 시스템이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시스템을 결정할 때 개입되는 가치관- 그것이 그 나라의 수준일 겁니다.
세월호가 터졌을때 청와대는 나 살기에 급급했어요.
내가 다치지 않는것, 내 권력을 유지하는 것, 그래서 나와 내 가족, 일가친척들이 자자손손 잘 사는 것이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이었기 때문이죠.
이것은 보수가 아무리 멋진 정책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겁니다.
그 정책속 엑기스가 '우리(국민)'가 아니라 '나'이기 때문입니다.
진보가 잘 하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역사가 짧아서 사실 우왕좌왕 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라는 개념으로 접근합니다. 뭇매를 맞을 각오를 하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우리는 지금 나무를 심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마침 식목일이네요.ㅎ)
물을 주고 키워야 하지, 지금 무성한 그늘을 기대하면서 '이 나무는 못 쓰겠네' 하며 뽑을 때가 아니란 거죠.
실제 예를 들어볼게요.
mb정권이 출범한 뒤 부자들 세금을 줄여주는 대신에 복지예산을 축소시켰어요.
가장 타격을 받은 건 정부지원을 받던 작은 공부방들입니다.
공부방들 여러곳이 문을 닫았어요.
부모님이 일하시는 동안 방과후에 공부방에서 공부도 하고 밥도 먹던 아이들이
당장 오갈데가 없어졌습니다.
그럼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요? 집에서 공부하게 될까요?
아이들은 거리로 나가게 되고 거리에 도사린 유혹에 빠질 위험이 커집니다.
나는 강남에 사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신이 늦은 밤, 회식하고 집에 가는 길에 골목길에서 마주친 강도가
당신이 찍은 보수정당이 만든 정책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문닫은 공부방에서 밀려나와
할일없이 거리를 헤매다 나쁜 형들의 꼬임에 빠지게 되고,
그래서 강도가 된 그 소년일 수도 있습니다.
가난한 아이들을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본다는 말은 아닙니다.
사회적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흐름을 설명하려는 것일 뿐이에요.
지역 신문들에게 주던 보조금도 줄였습니다.
지역신문들의 입지가 좁아졌고, 그것은 결국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정책이란 이런 것이에요.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아야 합니다.
보수가 집값을 올려주고, 경제를 활성화 시켜줄거라는 믿음에 빠져 있다면
그 환상부터 버리세요. 집값이 오르고 경제가 활성화 되어도 그돈이 내게로 오지 않을 겁니다.
그 돈은 집을 이미 50채 가진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갈 거에요.
시스템이 내게로 오는 돈을 막기 때문입니다.
싸우지들 마시고 좀 더 냉정한 눈으로 정치와 선거를 바라보셨으면 해요.
우리는 모두 피가 뜨거운 사람들이라
괜히 감정싸움에 몰리면 앞뒤를 가리지 않게 되니까요.
왜 그리 미워들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미워하고 감정에 휩싸여 얻은게 대체 뭐가 있나요.
진짜 중요한건 못보게 만드는것, 그게 바로 열로 뜨거워진 뇌입니다.
침착하게, 어떻게 힘을 모아야 세상이 좀 더 좋은 쪽으로 나아갈까.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내어, 함께 잘 살수 있을까,
이번 선거를 통해 뽑혀있던 나무를 다시 심을 수 있을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좀 다른 의견에도 기꺼이 귀를 기울여 들어준다면
그 사람도 그렇게 되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결국 함께 답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저쪽의 정치인들은 내일 언제든 다시 한편이 될 마음으로 그렇게 살고 있는데
왜 여기 우리만 개싸움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