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5살 아기가 오늘 아침 영유아 건강검진 때문에 근처 소아과도 다녀오고 길을 나온김에, 마을 버스를 타고 두정거장 거리의 이모네 집도 다녀왔더니, 저녁 다섯시무렵에 잠이 들었네요.
그무렵에야 찾아온 정적과 집안 곳곳마다 드리워진 고요가 어쩜 이렇게 반갑고 기분좋은지,
82에 저도 쉬러 왔어요.
그런데 갑자기 현관문밖으로 숨을 죽인 발자국소리가 조금씩 앞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오네요.
전 이렇게 아기도 잠든 시간이면 텔리비젼도 끄고 혼자 컴을 하면서 잠시 그 시간을 즐기거든요.
어쩌다가 아기가 낮잠을 자지않으면 그런 시간도 없는게 안타까운데, 또 아이와 함께 말도 하고 놀아요.
그렇지만 어쩌다 주어진 이 고요한 시간에 아기가 잠들고 나면 온전히 집안엔 저밖엔 없는데
현관문밖으로 저렇게 발자국소리가 조심스럽게 한발짝씩 들려오면 저절로 머리뒤통수가 쭈볐해지고 뒤는 돌아보지 않지만 온몸의 신경들이 문쪽으로 다 쏠리게 되요.
그런 발자국소리들이 대개 조심스럽고 땅바닥을 가만가만히 내딛던데 그 천천히 걷는 그 소리만큼 제 심장도 두군두근.
곧 벨을 누를려나.
누굴까. 나를 찾아오는 걸까.
예전에, 빌라에 살때 저런 발자국소리들이 많이 들렸어요.
대개 절 아는 동네 아줌마들이 아무때나 찾아오곤 했었어요.
그때에도 큰애가 지금의 둘째보다 더 어렸을 때인데 아무때나 찾아와서 무척 힘들었거든요.
그래서 그 이후로 저렇게 발자국소리만 문밖에서 들리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초조해져요.
곧 문을 두드릴까, 벨을 누를까.
누굴까.
그 분들이 전부다 오겠다고 전화를 준게 아니고 그냥 온 동네 아줌마들이었는데 저보다 나이많은 사람들이었거든요.
그 조심스러운 발자국소리는
문앞에 전단지를 살짝 붙여놓고 곧 발길을 옮겨 다음 계단으로 올라가네요.
안도의 한숨과 초조했던 마음이 맥없이 풀리면서 정신이 아득해지네요..
전 문밖의 조심스러운 발자국소리가 제일 초조해요. 이세상에서 제일 많이.
제가 신경이 예민한 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