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둘째 이야기 좀 할께요.
어렸을 때 부터 머리를 많이 다치고 응급실에도 여러번 실려갔었어요.
그때 이후로 뇌세포가 죽었는지 하나를 가르쳐주면 둘을 까먹어요.
학교에 준비물은 매번 잊어먹고, 무슨 일을 시키면 항상 하는 말이 '까먹었다'에요.
말은 항상 두서없고 앞뒤가 안맞아요. 꼭 술취한 사람같이 행동해요.
피아노를 어릴 때 가르쳤더니 늘지도 않고 취미도 없어 일찍 그만뒀는데
그래서 그런지 음악적 재능이 너무 없어요. 반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를 때
너같은 음치는 처음 봤다고 놀린대요. 운동신경은 좋았었는데 너무 게을러서
운동자체를 싫어해요. 학원을 안다니고 제가 집에서 가르치는데 겨울방학 내내
운동 좀 가자고 해도 집안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했어요.
그 좋던 운동신경도 사라져 지금은 달리기 하면 반에서 꼴찌에서 두번째 한대요.
어릴 때부터 너무 걱정이 돼서 경계성 지능이 아닐까하고 정신과 가서 아이큐 검사를
했더니 상위 20프로 안에 드는 좋은 머리래요. 이해할 수 없는 결과였조.
어릴 때 같은 유치원 다니던 친구들 영어를 같이 배우면 다른 아이들은 처음 본
단어도 줄줄 읽고 하는데 저희 아이는 아예 근처도 못갔드랬죠.
근데 웃기게도 시험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성적이 나오드라구요. 브랜치
영어학원을 4학년때 보냈더니 최고레벨이 나오드라구요. 잘못된 결과려니 했는데
또 거기서도 성적이 유지되며 잘 나왔어요. 지금은 그 학원은 그만뒀고 집에서 해요.
수학도 제가 가르치는데 지금 중 3 과정을 하고 있어요.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른편이고 중 3 아이들과 견주어 떨어지질 않아보여요.
입학 배치고사도 반에서 2등 했다고 하더라구요.(학군 쎈 동네에요)
그런데 문제는 보이는 겉모습은 완전 너무 미숙한 아이처럼 보여요.
중1은 지금 자유학년제라 수행평가로 모두 대체하는데 특히 예체능은 앞에 나가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거잖아요.너무 못하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무시를 한다고 해요.
뭔가 모자란 아이가 아닌가 그런 정도로요.
특히 저희 아이를 엄청 무시하는 아이가 있는데 저희아이가 뭐를 잘하면 '너가?' 하고
대놓고 핀잔을 준대요. 아마 보이는 모습에서도 어리숙해 보이니까 그런거겠죠.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벌써 일주일 째 반납을 안하고 가방에 넣고 다니고 있어요. 학교
갈 때마다 오늘 꼭 반납해라 하는데 알았다고만 하고 집에오면 까먹었다고 해요.
머릿속에 안개가 가득 찬 애 같아요. 이 안개만 걷히면 가능성이 많은 아이 같은데
어떻게 도와줘야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