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유난히 좋았던 날

봄날 조회수 : 1,021
작성일 : 2017-03-31 01:54:00
오늘, 아니 어제는 이사오고 미루고 미루던 지역 도서관의 회원증을 만들었어요. 작지만 좋았던 곳. 도시락 까먹기 좋은 휴게실까지.

동네 슈퍼에서 장을 봤고 평온한 하루의 끝.
산수유인지 노란 꽃을 홀린 듯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남겨놨네요.

남편이, 저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작은 언쟁끝에 뱉습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그저 시간이 멈춘 듯 했습니다.
언쟁의 시간은 채 이삼분도 안 되었을 거예요.
헤어지자.
남편의 말에 그러자고 했습니다.

충동적인 말이 아니란 걸 알아요.
그 사람이 결혼 십 몇년 동안 그런 분위기와 무게로 말한 것은 처음이거든요. 우린, 많은 고비들을 넘기며 잘 지내왔고, 시간을 쌓고 신뢰해 왔기에 그 말이 홧김의 단발성 말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언젠가 82쿡 글에, 부부가 아무 문제 없으나 멀어진다는 글이 있었어요.
저는 그 글에 정성껏 진심을 다해 답글을 달았었어요.

저는 남편이 연애와 결혼 기간 내내 진심을 다해왔고 노력하고 희생했다는 걸 알기에, 그가 유책배우자가 아닌 한은 그가 더 이상 나와의 혼인 유지를 원치 않을 때는 놓겠다 얘기했었어요. 그도, 나도 한번뿐인 생을 살기에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요.

눈물은 나지만, 담담하네요.
남편과 저, 둘 사이 많은 시간이 쌓여 있어요.
그 사람, 제게 잘 했고 좋은 남편이었어요.

유난히 좋았던 봄날, 저 이 사람 더 늦기 전에 꽃길가라고 놓을 겁니다. 전 제 길 가야죠.

우리가 헤어지는 이유.
작지만 힘들었던 차이나는 생활 패턴. 그냥 이게 다예요.
평범했고 어떤 때는 주변에 휘말려 힘들기도 했었고.
그치만 주변보다 우리 안에서 어떤 무엇이 작용했다는 것이겠죠.
IP : 175.194.xxx.8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robles
    '17.3.31 1:56 AM (190.16.xxx.181)

    작가 이경자가 남편과 이혼을 그렇게 했다고 했어요.
    몇 십년을 같이 살던 부부가 그렇게 쉽게 헤어질 수 있나 싶지만.

  • 2. 마음이
    '17.3.31 1:57 AM (223.62.xxx.89)

    많이 아프네요
    유.난.히. 좋았던.날...

  • 3. 눈사람
    '17.3.31 2:42 AM (181.167.xxx.65) - 삭제된댓글

    십여년 행복했으니
    그 감사함으로 원하는대로 해주고싶어요.
    순간순간 좋았던 기억들만 떠올라서
    얘들을 어쩌나 고민해봅니다.

    이 또한 나의 보물이라 여기고
    새로운 날들을 기쁘게 맞이하려구요.

  • 4. midnight99
    '17.3.31 2:46 AM (90.198.xxx.46)

    슬픈 글인데 처연하도록 아름다운 글이기도 하네요.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담담함도 느껴지고요.
    힘내세요 원글님. 어떠한 일이 앞날에 놓여있든, 단단한 심지를 지니고 계심이 보입니다.

  • 5. 패랭이
    '17.3.31 7:10 AM (49.169.xxx.52)

    살아보니 함께하는게 최선이 아닌날들이 있더라구요. 두분이 함께
    십년 행복했으니 혼자서도 충분히 둘이었을때 느끼지 못했던 소소한 행복 느끼며 살아가실거라 믿어요.
    아이들도 그맘 헤아려 엄마이해하고 잘성장해나갈거예요.
    유난히 좋았던 날! 그런 날들이 하루하루 쌓여나가길 바랍니다.
    어떤 마음이실지 공감가는 글이라서 저까지 담담해지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1293 사는 이유가 뭘까요 1 김가네수박 00:02:06 183
1741292 노후대비로 부부가 1 ㄴㄴㅇㅇ 00:01:31 229
1741291 근데 대형마트들 줄어드는건 막을수 없지 않나요 5 ㅇㅇ 00:00:07 158
1741290 조민 표창장 도장 비교해보세요 4 억울해 2025/07/29 557
1741289 기생충 처럼 사는 형제여도 잘 만나나요 2 .. 2025/07/29 415
1741288 중등 애들 외박하는걸 2 2025/07/29 274
1741287 민생지원금으로 편의점에서 황제처럼 썼어요 4 ㅇㅇ 2025/07/29 594
1741286 홈플러스 새주인 찾기 산넘어 산…정부 개입 가능성 ‘솔솔’ 2 ㅇㅇㅇ 2025/07/29 300
1741285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32도 라니 4 징글징글 2025/07/29 527
1741284 얼마면 파이어족 하실수 있으세요? 3 .. 2025/07/29 524
1741283 관세폭탄인데 양곡법 노란봉투법 통과 3 .. 2025/07/29 419
1741282 서울에 3테슬라 MRI 기계있는 병원 아시는분? 민쏭 2025/07/29 150
1741281 친정엄마 아프신데 17 쪼요 2025/07/29 1,095
1741280 美상무 "한국, 관세 협상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날아와&.. 16 ... 2025/07/29 1,630
1741279 채칼장갑 끼고 고무장갑도 4 채칼 2025/07/29 1,224
1741278 "바람의 세월" .. 2025/07/29 343
1741277 또 특이한거 만든 LG전자 6 ........ 2025/07/29 2,472
1741276 반지 맞출 때 이상한 일이 있었어요 12 궁금해서요 2025/07/29 1,940
1741275 더위 알러지 있으신 분 4 괴롭 2025/07/29 913
1741274 사람사이 멀어지는거 한순간이네요 17 .. 2025/07/29 3,863
1741273 이제 인류에게 가장 혹독한 계절은 겨울 아니고 여름이죠. 11 l 2025/07/29 1,454
1741272 고추가루 어디서 어디꺼 사서 쓰세요? 3 ... 2025/07/29 618
1741271 치질 수술 하신 분 계신가요?ㅠㅠ (특히 춘천) 4 옹옹 2025/07/29 540
1741270 밥하기가 싫어 거의 안하고 살아요. 18 미슐랭 2025/07/29 3,683
1741269 아버지 전립선암 수술후 병원 첫방문 꼭 가야겠죠? 4 수술 2025/07/29 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