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심판기관인 헌재가 소설을 쓰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은 최서원의 국정 개입을 허용하면서 이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피청구인이 행정부처나 대통령비서실 등 공적 조직이 아닌 이른바 비선 조직의 조언을 듣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었으나, 그때마다 피청구인은 이를 부인하고 의혹 제기 행위만을 비난하였다.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정윤회 문건을 보도하였을 때에도 피청구인은 … 청와대 문건 유출이 국기 문란 행위라고 비판하였다’(제56면), ‘위임받은 권한을 남용하여 최서원 등의 사익 추구를 도와주는 한편 이러한 사실을 철저히 은폐한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공익 실현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것이다’(56-57면)라고 적었습니다.
백보 양보하여 위와 같이 대통령이 최서원의 국정 개입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고 한들 그것은 소추의결서에 없고, 청구인 측에서 소추사유로 주장한 바도 없습니다. 그런데 소추기관도 주장하지 않은 사실을 헌재가 무슨 헌법상 근거로 위와 같이 새로운 소추사유를 창설하고 판단하였습니까?
그리고 그런 판단을 하려면, 과연 피청구인이 사실관계를 은폐한 것인지에 대해 증거조사를 했어야 할 것인데 그런 절차는 전혀 거친 바 없었습니다.
특히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에 대하여는 당시 검찰이 철저히 수사했고, 최근 특검에서 이 잡듯이 수사를 해도 정윤회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바가 없으니 결국 정윤회 문건은 허위 문건이라는 것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주문한 대통령의 행위가 왜 탄핵사유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요?
헌재는 또 결정문에서 피청구인의 1차 사과 담화가 ‘진정성이 부족하였다’(제57면), ‘검찰 조사나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도 수용하겠다고 발표한 후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여 피청구인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제57면)고 적었습니다.
아니, ‘국민을 상대로 진실성 없는 사과를 하고 국민에게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무슨 탄핵 사유입니까? 그리고 진정성이 없다는 주관적인 판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재판관들이 관심법으로 보면 그런 것인가요? 청와대의 압수수색은 법률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기에 황교안 권한대행 혹은 대통령비서실장이 법적근거에 따라 불허한 것일 뿐이고 직무 정지된 대통령은 그 허용여부에 대해 명령할 권한조차 없었습니다.
헌재는 직무정지라는 법적인 효력마저 무시하는 건가요?
그리고 그런 새로운 소추사유는 누가 갑자기 만들었습니까?
이런 부분에 대하여는 그간의 심판과정에서 재판부나 소추위원 측에서 전혀 언급한 사실이 없습니다. 재판부가 위와 같은 경위에 대하여 석명을 요구하지도 않아 피청구인 측에 설명할 기회도 부여되지 않았고 소추사유에 적시된 내용도 아니었습니다. 이런 사실관계를 들어 피청구인의 파면 여부 결정 사유로 삼는 것은 변론주의 위반이고 방어권의 중대한 박탈입니다.
대리인단의 주장엔 눈을 감으면서 전혀 다른 엉뚱한 사실관계를 갑자기 만들어내서 근거를 삼은 것입니다. 마녀사냥입니다.
헌재는 대통령이 자신의 헌법과 법률 위배행위에 대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고 ‘이런 언행을 보면 헌법 수호 의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탄핵 인용 결론을 내렸습니다.
피청구인은 최서원 사건이 발생한 후 세 차례에 걸쳐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회에 책임총리 추천권 이양, 자신의 임기 단축(자진 사퇴) 제시까지 하였는데,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러면 어느 정도를 해야 헌법 수호의지가 드러나는 것인가요? 설마 하야를 했어야 헌법수호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가요? 그렇다면 처음부터 재판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