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사밧티(사위성)의 기원정사에 있을 때의 일이다.
어느날 "핑기카"라는 젊은이가 찾아와 차마 입에 담기 거북한
욕지거리로 부처님을 모욕했다.
그래서 부처님은 "핑기카"가 퍼붓는 욕설을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어느만큼 욕을 하던 그도 부처님이 별 반응을 보이지않자 이내 조용해졌다.
이때를 기다렸다가 부처님은 그에게 말을 건넸다.
"젊은이여, 그대의 집에도 가끔 손님이 찾아오는가?"
"물론 그렇소."
"그러면 그대는 그들에게 좋은 음식을 대접하는가?"
"물론 그렇소."
"만약 손님이 그 음식을 먹지 않으면그것은 누구의 차지가 되는가?"
"그야 물론 내 차지가 되겠지요.그런데 그건 것은 왜 묻는 거요?"
"젊은이여, 오늘 그대는 나에게 욕설로 차려진 진수성찬을
대접하려 했소. 그러나 나는 그것을 받고 싶지 않소,
만약 내가 그대의 욕설을 듣고 화를 내면서 똑같이 욕을 했다면
손님과 주인이 권커니 자커니 하는 꼴이 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않소."
"핑기카"는 조용히 웃고 있는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른 자료를 보면 이 젊은이는 외도를 신봉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이렇게 화를 내며 욕지거리를 퍼부은 것은
그의 동족 한 사람이 부처님의 교단으로 출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부처님은 도대체 어떤 분인지, 그분도 화를
내는지 어쩌는지를 떠보려고 모욕을 준 것이었다.
그러나 부처님은 이미 탐진치를 극복한 분이었다.
누가 와서 모욕을 준다고 해서 마음이 동요되거나분노의 감정을 일으킬 분이 아니었다.
그의 속셈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수양을 어지간히 했다는 사람도
자신을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들으면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직도 '나(我)'라는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공부가 익은 사람은 그러지 않는다.
화낼 마음이 없는데 무슨 마음으로 화를 내겠는가?
분노란 불길과 같아서 부채질하면 할수록 더욱 거세게 타오른다.
반대로 참으면 참을수록 사그라드는 것이 또한 분노다.
부처님이 핑기카에게 가르쳐 주고자한 것도 분노의 마음을
부채질하기보다는 그 불길을 잠재우고 다스리는 지혜였다.
예로부터 큰스님들은 어떤 사람이 참다운 수행자인지 아닌지,
도(道)가 익었는지 설었는지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그가 어떻게
노여움을 다스리는지를 살폈다고 한다.
화를 자주 내는지,잘 참는지를 보면 수행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빈기가경> 바로 앞에는 <아수라경>이 있다.
아수라(阿修羅)란 싸움을 좋아하는 귀신을 말한다.
이 경에서 부처님은 다스리는 법을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가르치고 있다.
화를 잘내는 사람은 외워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착한 것은 악한 것을 이기네
은혜를 베풀면 간탐을 항복받고
진실된 말은 거짓의 말을 이기네
꾸짖지 않고 사납게 하지 않아도
언제나 성현의 마음에 머무르면
나쁜 사람이 화를 돋구더라도
돌산처럼 움직이지 않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