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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JTBC 토론회 촌평
천하의 문재인도 손석희 앞에선 상당히 긴장하더군요.
아마 이전에 진땀흘린 게 기억나서 더 그랬을 거 같습니다.
대신 기자들과 가진 소셜라이브에선 훨씬 편안하게 잘 받아넘기더군요.
오늘 손석희와의 대담에서 가장 논란이 될만한 부분이
방대한 씽크탱크나 인재풀이 오히려 빚이 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씽크탱크나 인재풀만 방대하면 뭐하냐 본인의 철학과 신념이 중요한 거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문재인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점입니다.
문재인은 인수위 과정이 생략되는 이번 대선의 특수성과 탕평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답변을 했는데,
손석희가 두어번 물어보고 대충 넘어가 주더군요.
그동안 제가 본 바에 의하면 문재인은 상대방의 질문을 무시하거나 빠트리지 않고 대부분 대답을 잘 해주는 사람입니다. 질문의 핵심도 대체로 잘 파악하고요.
그런데 오늘 인재영입 문제에 대해서는 약간 핀트가 어긋나는 이야기를 해서 좀 의아하더군요.
그 의문은 그 뒤에 이어진 소셜라이브 시간에 해소가 되었습니다.
손석희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재인이 뭔가 암묵적으로라도 댓가를 약속하고 인재영입을 하고 씽크탱크를 구성하는 게 아니냐, 혹은 문재인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인사들도 그런 걸 바라고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막연하게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셜라이브 시간에 문재인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문재인은 영입인사들이나 싱크탱크를 그냥 하나의 인재풀의 일부로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참여정부 때도 1만명 이상의 인재 풀이 있었던 걸로 아는데, 어떤 자리가 생겨서 인재가 필요하면 바로 그 인재 풀에서 후보를 골라 검증을 거쳐 적임자를 정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즉 시스템 인사인 거죠.
문재인은 바로 이런 시스템 인사를 하기 위한 전제로서의 인재풀을 생각하고 있는 거고, 그런 만큼 인재풀은 많을 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영입 인사 뿐 아니라, 타 후보의 인사, 그리고 당과 그밖의 인사들도 모두 포함한다고 하는 거고요.
한마디로 손석희가 생각하는 인재영입과 문재인이 생각하는 인재풀이 상당히 다른 개념이었던 거죠. 그러니 이야기가 약간 겉돌았다고 봅니다. 어쨌든 저는 문재인의 그런 인사개념이나 인재풀 개념이 마음에 듭니다. 정실인사나 코드인사를 넘어서 시스템 인사를 통해 가장 적임자를 고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정책 관련 문제에 있어서도 손석희는 문재인 자신의 철학과 비전 없이 씽크 탱크의 전문가들이 써주는 정책만 외워서 말하는 게 아니냐, 제2의 박근혜 아니냐는 식으로 사실은 상당히 비열한 공격을 했죠. 이에 대해 문재인은 정책전문가들이 제안한 정책을 캠프에서 다듬고 최종적으로 자신이 결정해 발표한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실 문재인이 누구보다 분명한 자신만의 철학과 비전, 정책이 있다고 강하게 이야기할 줄 알았습니다.그런데, 그냥 저렇게 이야기 하고 넘어가더군요. 지지자 입장에선 약간 답답했지만, 새삼 문재인이 정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문재인뿐 아니라 모든 후보들의 정책은 모두 씽크탱크 정책 전문가들에게서 나온 후 후보의 동의를 거쳐 그 후보의 정책으로 발표됩니다. 그걸 마치 자기가 직접 고안한 것처럼 설레발 치는 게 사실은 사기이지요. 문제는 그 정책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고, 또 얼마나 실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이지, 그걸 직접 고안했나, 아니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나는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겁니다. 그런데, 일부 후보들은 마치 자기들은 정책을 직접 만드는데, 문재인은 받아 외워서 말한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데, 상당히 비열한 행태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소셜라이브에서 나온 문재인의 재밌는 발언 몇개 소개하고 끝냅니다.
- 문모닝이란 것도 잘 몰랐지만, 그거 저는 나쁘게 생각 안합니다. 그만큼 제가 대세라는 말이니까요.
- 주변에선 혁명이니, 북한이니 이런 말도 꺼내지 마라고 하지만, 저는 정치란 게 우리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알리는 작업이니 그런 말꼬투리잡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 호남차별이나 호남홀대 프레임은 제가 가장 용납하기 어려운 프레임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모욕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종북프레임이니 하는 기타 등등은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 곰곰이 생각하면 문재인, 이거 괜찮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