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7년 2월 23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99
작성일 : 2017-02-23 07:46:43

_:*:_:*:_:*:_:*:_:*:_:*:_:*:_:*:_:*:_:*:_:*:_:*:_:*:_:*:_:*:_:*:_:*:_:*:_:*:_:*:_:*:_:*:_:*:_

마음이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걷는다
숨어 있던 오래된 허물이 벗겨진다
내 허물은 얼마나 돼지처럼 뚱뚱했던가

난 그걸 인정한다
내 청춘 꿈과 죄밖에 걸칠 게 없었음을

어리석음과 성급함의 격정과 내 생애를
낡은 구두처럼 까맣게 마르게 한 결점들을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나의 등잔이 타인을 못 비춘 한시절을
백수일 때 서점에서 책을 그냥 들고 나온 일이나
남의 애인 넘본 일이나
어머니께 대들고 싸워 울게 한 일이나
내게 잘못한 세 명 따귀 때린 일과 나를 아프게 한 자
마음으로 수십 번 처형한 일들을

나는 돌이켜본다 TV볼륨을 크게 틀던
아래층에 폭탄을 던지고 싶던 때와
돈 때문에 조바심치며 은행을 털고 싶던 때를
정욕에 불타는 내 안의 여자가
거리의 슬프고 멋진 사내를 데려와 잠자는 상상과
징그러운 세상에 불지르고 싶던 마음을 부끄러워한다

거미줄 치듯 얽어온 허물과 욕망을 생각한다
예전만큼 반성의 사냥개에 쫓기지도 않고
가슴은 죄의식의 투견장도 못 된다
인간의 원래 그런 것이라며 변명의 한숨을 토하고
욕망의 흔적을 버린 옷가지처럼 바라볼 뿐이다

고해함으로써 허물이 씻긴다 믿고 싶다
고해함으로써 괴로움을 가볍게 하고 싶다
사랑으로 뜨거운 그 분의 발자국이
내 진창길과 자주 무감각해지는 가슴을 쾅쾅 치도록

나는 좀더 희망한다
그 발자국이 들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
나를 깨워 울게 하도록. 


                 - 신현림, ≪창 2≫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7년 2월 23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7/02/22/20170223GRIM.jpg

2017년 2월 23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7/02/22/20170223JANG.jpg

2017년 2월 23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83813.html

2017년 2월 23일 한국일보
http://hankookilbo.com/v/c954c1873f0549648323e2fec0597ba7





발악에도 선이 있다.




          


―――――――――――――――――――――――――――――――――――――――――――――――――――――――――――――――――――――――――――――――――――――

누구에게나 웅크려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견디고 버티자.
터널에 끝이 있듯
힘든 시간도 끝이 있게 마련이다.

       - 유은정,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中 - (from. 페이스북 "하루에 한줄")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7.2.23 8:15 AM (175.223.xxx.188)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68631 주말에 뭐하면 시간이 잘 가나요 1 ,,,, 12:24:17 140
1668630 오징어게임2. (왕스포) 캐스팅 이야기 드디어 12:22:48 205
1668629 아들이 결혼했는데 2 .. 12:22:00 407
1668628 시인 박노해 '봄까지 빼앗길 순 없지' 하늘에서내리.. 12:21:40 146
1668627 추운데 귀아픈거요 귀요 12:20:52 78
1668626 꿈에서 현재 같이 사는 대딩아들이 꿈해몽 12:20:20 124
1668625 좌파우파 보수가 어디있나 3 하하 12:18:24 164
1668624 서울-중2 딸과 3-4시간 갈 곳 4 어디 갈까요.. 12:15:44 203
1668623 오늘 2시집회 지하철역 몇가지 동선입니다 4 유지니맘 12:13:11 328
1668622 전두환 찬양하는 좌파봤어요? 7 행적을보자 12:12:37 286
1668621 우리 혁신당에 당원 가입 합시다. 7 조국 12:11:41 383
1668620 쌀 어디서 사 드시나요 6 .. 12:07:40 345
1668619 상하이 2박3일 가족여행 질문 1 중국 12:07:26 214
1668618 초3 수학학원 선택 결정장애 에요 3 수학학원 12:07:21 127
1668617 월요일 오전 최상목이 임명과 특검 15 민주당만 믿.. 12:01:02 1,426
1668616 은퇴후 귀농 귀촌 5 ... 11:58:24 569
1668615 줄탄핵해도 역풍없다는거 보여줘야돼요 13 야당들 힘내.. 11:57:42 826
1668614 45평 샷시교체, 매립형 에어컨 각각 얼마나씩 나올까요 5 샷시비용 11:47:11 374
1668613 오징어게임2에서 나오는 무당을 보니 누가 떠올랐어요(후기있음) 3 ... 11:45:09 978
1668612 불교계에 김용태 신부님 같은 분이 없어서 11 기득권 11:44:15 763
1668611 인테리어업체 통해 올수리 할 경우 싱크대요 5 dd 11:43:22 529
1668610 집회가 내일도 있나요? 2 냉무 11:43:05 414
1668609 밥에 생강넣으시는분 계신가요? 5 11:41:24 843
1668608 윤석열 정부가 자른 예산 vs 민주당이 자른 예산 12 ㅇㅇ 11:41:04 736
1668607 얼굴 색이 목보다 더 진할 경우 파운데이션 선택 4 ㅇㅇ 11:39:38 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