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초 어머니께서 이사하여 사시는 곳이 사방 곰팡이가 새까맣게 올라오고
바닥 이부자리는 만지면 축축함이 느껴질 정도로 환경이 안 좋습니다.
한달전쯤 그런 상황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 비올때마다 날 궂을때마다 마음이 안 좋았지만
집 옮겨드려야겠다 생각만 있을 뿐 당장 이사하시라고 말씀 드릴수가 없었습니다.
어머니 이사하시게 되면 보증금이랑 월세 모자라는거.. 그리고 이사비용 저희가 댈 생각해야 하는데
저희도 바로 두달전쯤 힘들게 이사를 했거든요.
500만원에 50만원 있던 집을 치솟는 전세금 맞춰 전세로 돌리겠다 하는 바람에
모아놓은 돈 한푼 없이 가지고 있던 보증금에 맞춰 집을 구하고
이사비용이니 뭐니 다 카드로 긁어대서 카드대금 막으랴 대출금 갚으랴 정신 없었거든요.
이번달에 겨우 이사할 때 사용한 카드대금 막고 한숨 돌릴만하니 갑자기 차에 문제가 생겨서
정비공장 들어갔고 수리비만 200만원이 넘는 견적이 나오더군요.
차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직종이라 어쩔 수 없이 카드로 수리를 맡기고 차 찾은 날 어머니 집에 들렀습니다.
직접 보니 한숨 밖에 안 나오더군요.
그 정도 집이면 들어가기 전에 제대로만 살폈으면 사람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을 법한데
돈에 눈이 어두워 창고로나 쓸법한 데에 자기 엄마를 데려다 놓고 얼마 되지도 않는 돈 들고 튀어버린 자식..
그리고 매번 이런 식으로 안팎으로 사고를 치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식만 감싸고 도는 어머니...
당장 집주인에게 얼마 안되는 보증금이지만 도저히 못 살겠으니 빼달라 하시라 말씀 드렸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겐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했지만 머리속은 난리도 아니더군요.
나이 30대 후반, 이젠 어느정도 안정을 찾아가야 할 나이에 저희가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속아서
가지고 있던 돈은 다 날리고 보증금 500에 55짜리 월세로 내려앉고...
그로 인한 여파로 발생된 대출금 상환에 이자로 매달 60 ~ 70만원
그리고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불안정한 남편과 한 직장에서 1년을 못 넘기는 남편의 잦은 이직..
이것만으로도 앞이 암담하고 한숨 나오는데 거기에 어머니 문제까지...
차라리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문제 같으면 욕을 먹거나 말거나 못한다 할텐데
잠자고 생활해야 하는 집 상태가 저 지경이니 다른 형제들이 돈 없다고 나 몰라라 하면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집 옮겨드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찌 두다리를 뻗고 웃으며 살 수 있겠나요.
그리 마음 먹고 먼저 인터넷으로 원룸을 알아보니 모자라는 보증금과 이사비용은 둘째치고
매달 집 월세로만 20만원은 넘게 지원을 해드려야 하네요.
20만원.. 다른 분들이 들으면 그깟 20만원 아까워 하느냐 손가락질 하시겠죠.
이곳에서 50만원 100만원씩 부모님 생활비 드리는 분들도 적지 않게 봐왔으니까요.
그래요.. 100만원도 아니고 50만원도 아닌 20만원 못하겠다 할 수도 없고.. 당연한 맘으로 해드려야겠죠.
그런데 이 나이에 부모님께 월 20만원을 흔쾌히 드리지 못하는 제 처지가 왜 이리 한심하고 처량한지요.
300 넘게 벌어다 주는데 왜 힘들다 하느냐 하는 남편에게 조곤조곤 우리 상황을 이해시키지 못하는지요.
언제부턴가 계획이나 생각없이 사는것 같다는 타박에 왜 이렇게 되었는지 속 시원히 설명을 못하는지요.
아마도 고생해서 번 돈이고 결코 적지는 않은 돈이라는 것도 알고있고 얘기해야 서로 기분만 상할 것임을 알기 때문이겠죠.
월 수입 300 결코 적지 않은 돈인 것 알아요.
그런데 매달 가계부를 보면 전 정말 한숨 밖에 안 나옵니다.
월세, 대출금 및 이자, 보험과 국민연금 납입하면 실 생활비로 남는건 120 정도예요.
여기에서 남편 용돈이랑 차 기름값은 물론 1년에 한번씩 내는 자동차 보험료와 세금, 식비를 포함한 모든 생활비 등
을 해결해야 해요.
가계부 작성해 보면 정말 타이트하게 지출을 하고 예상치 못한 지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야 10~20만원 남고
명절이나 부모님 생신, 어머니 용돈, 경조사가 끼거나 불규칙하게 발생되는 지출이 있을 경우(병원비, 수리비, 의복비 등)엔
예외없이 마이너스가 나요.
그럼에도 지금은 저축 하나 못하고 살아도 대출금 갚아 나가고 있으니 내년쯤엔 조금씩이라도 저축 넣을 수 있을테고
그럼 내후년 집 계약만기땐 보증금 좀 올리거나 전세대출 받아 옮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는데
또 다 틀어져 버렸어요.
어머니 사시는 집 상황을 보고도 이런 생각하는것 자체가 이기적이고 못된 생각이라는거 알아요.
그런데 어머니가 저한테 한거.. 시누들이 저한테.. 그리고 어머니한테 한거 생각하면
속상하고 화가 나고 이런 심보를 가진 제 자신에 화가 납니다.
내 부모님이면 이럴까 생각해 보고 스스로 야단도 쳐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암담합니다.
어디 한군데 하소연할데 없으니 답답하고 이런 제 속도 모르는 친정언니들과 아버지를 아무렇지 않게 대해야 하는
제 상황이 절 더욱 더 답답하고 숨막히게 하네요.
저희 친정에선 부모님도 언니들도 저 돈 한푼 없이 월세 사는거.. 그리고 빚까지 있는거 몰라요.
저희 집 구할때 제가 살던 집 전세 뺀 돈에 모자라는 돈은 아버지가 보태줘서 전세 얻었거든요.
시어머니는 3년간 백수생활 하던 아들이 첫 직장을 구해 집을 얻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모른척 하셨고
어쩔 수 없이 제 돈이랑 친정부모님께서 주신 돈으로 집 얻어 결혼도 하기 전에 한 지붕 생활 시작했어요.
결혼도 안한 사람들이 같이 사는거 주변에 이래 저래 신경쓰였는지
어머니께 결혼을 해야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돈 없다 하셨다고 그때부터 결혼비용 모으더군요.
가구며 가전은 제가 쓰던걸 그냥 쓰고 500 정도 모은 돈에 모자라는 건 제 카드를 이용했어요.
예식장, 웨딩샵, 신혼여행, 신랑신부 예복, 예물(커플링) 등 모든 비용 저희가 가진 돈으로 해결해야 했고
신혼여행 갈때 용돈도 친정부모님께만 받았을 뿐 어머니는 이마저도 모른척 하시더군요.
남편 형제자매들에게조차 결혼선물 하나 받은거 없이 오로지 제 돈과 친정아버지 돈 그리고 남편돈 조금으로
집 얻고 결혼하고 신혼여행 갔다 왔어요.
그렇다고 시어머니에게 재산이 한푼도 없었던 건 아니예요.
10년전 시세로 2억 정도하는 아파트도 한채 있었고 어머니 사시는 집도 당시 시세로 6천은 넘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결혼 당시엔 현금도 결혼비용 보태줄 정도는 가지고 계셨더군요.
그런데도 집 얻을때 제 돈 다 털어넣은 후 이사비용 모잘라 쩔쩔 매는거 아시면서도 돈 없다 하셔서
친언니에게 빌려서 이사할 수 밖에 없었고
결혼날짜 잡고 저 혼자 없는 돈에 맞추어 이것 저것 알아보고 다녀도 나 몰라라 하시고
정말 결혼식 당일 한복 입고 오셔서 촛불 켜고 앉아계시다가 들어온 부조금으로 하객분들
식대 계산한 것이 다예요.
처음에 집 얻고 결혼날짜 잡고 할 땐 내가 왜 이런 결혼을 해야 하는지 기가 막히고 화도 났지만
자식 키워놨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나 싶어 포기하고 그나마 어머니께 재산이 있으셔서
어머니 생활비 걱정 안시키는 것만 해도 어디냐 하고 생각을 고쳐먹으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헌데 그런 제 소박한 꿈마저도 그리 오래 가지 않더군요.
저희한텐 그 상황에서도 일원 한푼 내놓지 않으시던 분이 다른 딸들 결혼에는 1천만원, 2천만원 내어주시고
힘들다 돈 없다 앓는 소리할때마다 2천만원, 3천만원 빼주시더니 결국 두집 다 처분하여 일부는 딸들 나눠주고 뜯기고
일부는 사기 당하시고는 결국 빈털리 신세가 되어 쪽방으로 밀려나더군요.
저희 또한 믿었던 시댁 식구 때문에 전세금까지 빼내서 대출을 막아야 했고 신용불량 직전까지 몰렸었고요.
어머니는 결코 적지 않았던 재산 다른 자식한테 다 뺏기고 빈털터리, 저희 또한 가족이기에 믿었다는 이유 하나로
조금이나마 가지고 있던 재산 다 털리고 빚까지 진 상태에서 이젠 어머니까지 챙겨야 하니
대체 제가 이 집 사람들에게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요.
남편이라도 이런 내 심정을 이해하고 다독여주면 격려해 주면 그나마 힘이 될텐데
엄마 사는거 보고도 이것 저것 따질 겨를이 있냐며 대출이라도 받아 당장 옮겨주자고 해야 하지 않느냐며
역성을 내네요.
그 말이 반박할 여지가 없이 맞는 말임을 알고 또 자식된 이로 그 속이 속이 아닌 것 또한 이해하기에
미안하다 잘못했다 사과할 수 밖에 없었어요.
같이 벌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사람 사는게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더군요.
혼자 고생해서 버나 둘이 고생해서 버나 결국은 거기서 거기인거.. 아시는 분 계실지요..
조금이라도 더 벌면 그만큼 모이고 쌓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혼자 버나 둘이 버나.. 200을 버나 400을 버나 별 차이 없는 사람..
이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냐 하실 분들 많으실거예요.
남편은 여유가 있으면 풀어지는 사람입니다.
당장 먹고 살만하면 힘들다고 직장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싶어해요.
다른 수입이 없으면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서 더 참고.. 혹시 그만두더라도 바로 직장을 알아볼 수 밖에 없지만
다른 수입원이 있어서 먹고 사는게 해결되면 발등에 불 떨어질때까지 마냥 풀어집니다.
한달 수입에서 저축할 돈을 먼저 빼고 나머지 돈으로 쪼개고 쪼개서 생활비 쓰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자식들 교육 시키고..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컸어야 하는데
그저 하루 하루 먹고 사는게 다였던 환경에서 커 왔기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가 않더군요.
그나마 생각도 행동도 조금씩 바뀌는 부분들도 보이기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고
옆에서 다독이고 격려하기도 하고 가끔은 질책도 하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는데
솔직히 시댁일로 이럴때마다 속상하고 힘이 듭니다.
어찌됐든 부모님 일이니 해야겠죠.
사실 수 있게 생활비를 보태드리든 그것도 안되면 14평짜리 저희집에라도 모셔야죠.
40을 앞둔 나이에 이런 글이나 쓰고 보니 참 제가 이기적이고 못됐고 구질구질하고 못나 보입니다.
그냥 답답한 맘 풀어놓을데 없어 대상 없는 하소연 한번 해 본것인데
혹여 제 글로 인하여 짜증 또는 불쾌감을 느낄까 죄송스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