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안철수

ㅇㅇ 조회수 : 1,984
작성일 : 2017-01-29 22:00:48
                                         .bbs_contents p{margin:0px;}
   


안철수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참 오랜만에 짬을 내어 아내 김미경 교수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봤습니다.
개봉할 때부터 보고싶었던 영화였는데 겨우 오늘에서야 보게 됐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유능한 목수로 평생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59살의 평범한 시민입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심근경색으로 그의 삶은 송두리째 위협받기 시작합니다.


사실 그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심근경색 자체라기보다는 그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한 시민의 어려움을 돌보기는커녕

국가는 온갖 절차를 동원해 그의 자존심을 무너뜨립니다.


국가의 정책을 집행하는 의료전문가는 ‘갑’으로 윽박지르고,

시민인 다니엘은 ‘을’로 한없이 왜소해집니다.


그런 와중에 다니엘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싱글맘인 케이티를 만납니다.
다니엘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인 케이티를 따뜻하게 돌봅니다.


구호식품을 나눠주는 마트에서 케이티가 통조림을 허겁지겁 몰래 먹는 장면은

우리의 삶이 어디까지 내몰렸는지 알려주는 충격적인 장면입니다.


어렵게 사는 이웃은 서로에게 따뜻한데,

국가와 정부는 시민의 불행으로부터 너무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습니다


사람에게 자존심은 생명과 같습니다.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어려움에 처한 시민의 자존심을 송두리째 짓밟습니다.
인간은 없고 제도만 있는,

국민은 없고 국가만 있는,

시민은 없고 공무원만 있는 영국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온 이유는

우리의 현실과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고 벽에 휘갈긴 그 스프레이에서

관객들은 촛불의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자존심’을 힘주어 말했을 때

행인들이 보여준 뜨거운 환호는 천만 촛불이 보여준 희망의 불빛과 다르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항고이유서가 가슴에 남습니다.
“모든 사람은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닌,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고귀한 인격체다" 라는

인간선언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간직해야 할 고귀한 정신입니다.


국가란 무엇일까,

정치란 무엇일까, 생각이 많아진 하루였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도, 시민의 삶을 지키지도 못한다면

국가는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일까요?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가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국민의 생명,

시민의 권리,

사람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기본 소명이라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됩니다.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저부터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영화 이상의 영화를 만들어낸 켄 로치 감독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영화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낫게 바꾸려 했던 노감독의 열정에

칸 영화제는 황금종려상을 수여했습니다.
아울러 이런 좋은 영화들이 더 많이, 더 오래 상영되기를 바랍니다.


지방의 한 시민께서 이 영화를 보고싶은데

상영관이 없다고 안타까워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제가 발의한 영화독과점 방지를 위한 영비법 개정안이

2월국회에서 통과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니엘이 케이티의 딸에게 들려주던 카세트테이프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참 좋았습니다.


‘항해 Sailing by’라는 곡이었는데,

로널드 빈지가 BBC 일기예보 시그널로 작곡한 것이라고 하죠.


올 한해가 아무쪼록 우리에게 미래를 위한 멋진 항해를 시작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늘 저녁 8시 라이브에서 뵙겠습니다.


https://www.facebook.com/ahncs111/photos/a.232039820271389.1073741830.22838934...

 
IP : 58.140.xxx.25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7.1.29 10:01 PM (58.140.xxx.25)

    뒤늦게 올리네요~~~

  • 2. ...
    '17.1.29 10:07 PM (220.120.xxx.72) - 삭제된댓글

    안철수의원은 영화 하나를 봐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생각뿐이 없네요.
    이과 출신이면서도 글 하나를 써도 연설문도 이런 글도 주옥 같네요.
    그의 생각이 깃들여저 있어서 좋습니다.

    안의원님과 부인의 라이브 좋았답니다^^

  • 3. 플럼스카페
    '17.1.29 10:11 PM (182.221.xxx.232)

    살림이 고단하여도 삶이 욕되지 않도록. 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 4. 안글의특징?
    '17.1.29 10:16 PM (39.7.xxx.219) - 삭제된댓글

    왜 항상 몰려다니는 분위기가 날까요?댓글들도 뜬구름잡는 분위기..이상해요...지켜보세요.....

  • 5. . .
    '17.1.29 10:18 PM (124.5.xxx.12)

    이 영화 참 좋았어요

  • 6. 인간의 존엄성
    '17.1.29 10:20 PM (222.114.xxx.110)

    인간의 존엄한 가치가 보장되고 누구나 존중 받을수 있는 나라 그로써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나라.. 부탁드립니다.

  • 7. ㅇㅇ
    '17.1.29 10:24 PM (58.140.xxx.25)

    위에 안글의특징님..

    안지지자님들이 안철수글보고 오니까 당연히 몰리겠지요
    문=다른후보지지자님들은 안그러시나요?

    댓글평가하지마시고 본문내용을 보고 평가해보세요~^^

  • 8. ...
    '17.1.29 10:25 PM (1.236.xxx.107)

    영화자체가 국가의 복지문제와 인간의 존엄을 다룬거라
    영화본 사람이면 누구라도 생각하게 되는 현실이죠
    안철수라 특별히 그런게 아니고....ㅎ
    어쨌든 정치인들이 보면 더욱 좋은 영화이긴한듯

  • 9. ^^
    '17.1.29 10:44 PM (182.222.xxx.195)

    정치가라면 다 믿음이 안가는데
    안철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라면
    뭐든 믿음이 갑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자감이 아닌가 싶어요.

  • 10. 그런데
    '17.1.29 10:44 PM (119.14.xxx.20) - 삭제된댓글

    원글님, 스포가 포함됐을 듯 해서 초반부 좀 읽다 말았는데요.
    전 아직 보기 전이라서요.

    만약 정말 스포 다수 포함이라면, 제목에 표기를 좀 해두시면 어떨까요?

    그게 아니라 하시면, 다시 올라가 읽어 보겠습니다.

  • 11. 그런데
    '17.1.29 10:46 PM (119.14.xxx.20)

    원글님, 스포가 포함됐을 듯 해서 초반부 좀 읽다 말았는데요.
    전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라서요.

    만약 정말 스포 다수 포함이라면, 제목에 표기를 좀 해두시면 어떨까요?

    그게 아니라 하시면, 다시 올라가 읽어 보겠습니다.

  • 12. ...
    '17.1.29 10:47 PM (61.102.xxx.138) - 삭제된댓글

    안님은 글도 참 잘 쓰시네요.
    제가 이 영화 감독이라면 이런 리뷰 보면 뿌듯할듯 합니다

  • 13. ...
    '17.1.29 10:52 PM (61.102.xxx.138)

    안님은 글도 참 잘 쓰시네요.
    제가 이 영화 배우나 감독이라면 이런 리뷰 보면 뿌듯할듯 합니다

  • 14. ㅇㅇ
    '17.1.29 10:56 PM (223.131.xxx.10)

    사람에게 자존심은 생명과 같습니다.
    자존심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훅 와닿네요

  • 15. ㅇㅇ
    '17.1.29 11:01 PM (58.140.xxx.25) - 삭제된댓글

    그런데님~저도 영화를 보지않았는데,,본문읽다보니 앞부분에 영화주제인물에 대한 설명이 좀 나오고 뒤에는 별로 없는듯하네요~^^

  • 16. ㅇㅇ
    '17.1.29 11:02 PM (58.140.xxx.25)

    그런데님~저도 영화를 보지않았는데,,본문읽다보니 앞부분에 영화주제인물에 대한 설명이 좀 나오고 뒤에는 별로 없는듯하네요~^^ 그래도 스포같으시면 읽지머시길 권합니다

  • 17. ㅇㅇ
    '17.1.29 11:16 PM (221.148.xxx.69) - 삭제된댓글

    영화 보고 싶어지네요^^

  • 18. ..
    '17.1.29 11:20 PM (116.123.xxx.13)

    내일 가족들과 보러갑니다

  • 19. -^^-
    '17.1.29 11:29 PM (220.75.xxx.160)

    저 역시 이 문장,

    “모든 사람은

    보험 번호 숫자도, 화면 속 점도 아닌, 존중받을 권리가 있는 고귀한 인격체다" 라는
    주인공의 글에서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12월에 두 번 봤습니다. 한번은 남편과, 또 한 번은 아이들과...

    안철수씨의 글 때문이 아니라 하더라도 꼭 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 20. 콩이맘♥
    '17.1.30 9:14 AM (59.11.xxx.80)

    안철수씨가 아니더라도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저도 집근처 상영관이 없어서 얼마전 올레 티비로 봤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46731 문재인 이거 사실이면 답없네요. 74 답답 2017/01/31 5,205
646730 국회측 "변호사 없이도 재판 진행 가능하다"며.. 4 ........ 2017/01/31 851
646729 지금 특검오후 정례브리핑하는데 밖이 소란스러운게... 5 특검홧팅 2017/01/31 925
646728 패딩 도대체 어디에 놔두세요? 15 어쩔 2017/01/31 3,572
646727 고지방 다여트중인데 3 2017/01/31 1,152
646726 사돈이 보낸 선물에 대해 며느리에게 이야기하는건 안좋겠죠? 18 선물 2017/01/31 4,458
646725 8살아이가 갑자기 계속 마른 기침을 하는데.. 엄마 2017/01/31 736
646724 인도 커리처럼 하려면 어찌해야할까요? 12 2017/01/31 1,238
646723 뽀뽀를 당했는데 기분 좋아요. 10 ㅇㅇ 2017/01/31 3,357
646722 초등아이 부정맥.. 병원 추천 좀 해주세요 3 심장 2017/01/31 1,697
646721 저희 친정 엄마가 박사모인데요.. 15 :: 2017/01/31 3,432
646720 안철수는 왜 자꾸 문재인을 욕하죠? 73 샨여행 2017/01/31 2,346
646719 불확실성 참 힘드네요 3 ㅇㅇ 2017/01/31 885
646718 한때 이런 상상을 해봤습니다 1 ㅇㅇ 2017/01/31 446
646717 갑자기 안희정 게시판 지분이 늘었네요 9 쵸오 2017/01/31 590
646716 안철수, 힐러리가 샌더스 탓하던가 31 ... 2017/01/31 903
646715 나중에 자식을 돈으로 차별하게 될 것 같아요 10 제가 2017/01/31 3,250
646714 부모없는 미성년자는 다 보육원에 가나요? 17 ㄹㅎㄹㅎ 2017/01/31 3,173
646713 영부인감은 김미경 교수만한 사람이 없어요. 26 최고 2017/01/31 3,203
646712 초등 아이가 받은 세뱃돈 달라고해야 하나요? 7 aa 2017/01/31 1,243
646711 결선투표제는 2012년 문재인 대선공약이었습니다. 14 ㅇㅇ 2017/01/31 519
646710 요즘 제주도 어떤가요? 11 여행 2017/01/31 2,244
646709 님들은 어떤 남자가 가장 나쁜 남자라고 생각하세요? 11 질문 2017/01/31 2,447
646708 도움절실)저 무슨 병일까요? 4 땅하늘 2017/01/31 1,711
646707 학원들은 뻥이 너무 심하군요. 9 사교육시장 2017/01/31 2,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