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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릴때 가난해서 제일 싫었던건

가난 조회수 : 5,130
작성일 : 2017-01-24 16:00:22
종가집이라 친척들 명절에 오는거

아빠가 7남매 장남이고 서울에 사셔서 주변 삼촌.작은집들 전부 명절때 우리집에서 주무시고 명절 지냈거든요
방두칸에 재래식 화장실에 부엌도 너무 조그마하고 찬물만 나오는집
제가 초등때부터 청소를 기가막히게 잘하는데 명절 전날은 진짜진짜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허름하고 초라한 살림살이 치우나 마나했어요
작은집 사촌들 우리랑 나이대가 비슷했는데 우리는 바쁜엄마때문에 손길 하나 못받고 씻지도 못한 상태
사촌들은 이쁘게 꽃단장하고들 와서는 누추한 우리집에서 하루자는걸 참 싫어라 했던 기억이 나요
작은어머님들도 우리집 음식은 본인들도 함께 하면서도 먹으면 안되는 음식인양 식사시간에는 오로지 김하고만 먹던 작은 엄마한분
다른분들은 그정도는 아니고 털털하셨는데 마치 더러운곳에 몸 닿는것도 싫다는듯 이불도 안덮고 가져온 신문지를 깔고 수건 덮고 자고

엄마가 가실때 음식 싸주시면 기겁을 하고 도망 가버리고
어린 제눈에도 남루하고 못사는 우리를 경멸하는듯 그 눈빚
말투 행동들이 너무너무 싫었어요
명절만 되면 우리집의 치부가 드러나는게 너무 싫어서 도망가고만 싶었어요

사람 사는게 참으로 웃긴게 ㄱ랬던 작은집은 폭망하고
우리집은 자식들이 그래도 다들 잔살아서 부모님 아파트 한채 사드려서 두분이서 깨끗하게 사시는데 상황이 그리되니 이젠 안오시네요

가난은 참 어린맘에 상체기를 많이내는 고통인것 같아요
그때 작은집들은 아침에 치장하고 사촌들도 깨끗하게 해주는데
우리엄마는 바빠서 세수도 못하고 새벽부터 차녜준비하시고
우리형제들은 방치였어요

그런모습을 또 어찌나 무시하듯 쳐다보던지..


IP : 211.108.xxx.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zz00
    '17.1.24 4:06 PM (211.36.xxx.57)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애써 외면하고 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지금은 여유있게 잘살고 부모님도 잘사세요 근데 옛날 얘기를 자유롭게 못해요 저 가슴속 한켠에 있어요 가끔 이런글 보면 생각나구요 그러다가도 누가 눈치 채까 얼른 생각 접어요

  • 2. 아이사완
    '17.1.24 4:07 PM (175.209.xxx.82)

    그러셨군요.

    지금은 모두 잘 되셨다니
    부모님들의 노력이 빛을 봐서
    참 다행이네요.

    다른 친척들 어렵게 된 거 좋아하실것도 없고
    지금 이 순간을 재미있게 사시길...

  • 3.
    '17.1.24 4:13 PM (39.7.xxx.225) - 삭제된댓글

    그 작은 엄마들 못되먹었네요.
    남루한 집이 싫었으면 자기 집에서 명절 치를것이지

  • 4. ...
    '17.1.24 4:15 PM (120.142.xxx.23)

    이건 다른 얘기지만, 전 이제 생각하면 명절때 음식 만드는 것 도와드리지 않고 놀러나가거나 내방에서 중요하지도 않은 딴 일이나 하고 있었던 게 너무 미안해요. 친척들과 대면대면 지내고... 너무 제가 나빴구나 반성했어요.ㅜ.ㅜ

  • 5. ..
    '17.1.24 4:17 PM (123.140.xxx.226)

    저도 비슷한 상황인데 사진이 고스란히 남아있어요 작은아버지가 사진찍는걸 좋아하셔서 집앞 공원에서 예쁘게 입은 사촌들과 꾀재재한 저희 형제들 모습을 함께 사진에 담으셨죠..;;

  • 6.
    '17.1.24 4:18 PM (39.7.xxx.225) - 삭제된댓글

    저희도 정말 정말 가난했고 큰집은 정말 큰 양옥집이었어요.
    명절날만이 유일하게 맛있는 음식을 맛 볼 수 있는 날이었는데
    큰엄마나 작은엄마들이 전부 사촌들은 놔두고 저랑 제 동생에게만 일을 시켰어요
    그런 분위기라서 음식 먹을 때도 왠지 눈치 보이고
    그리고 나서 상 치우고 설거지할때도 저만 시키던 기억이 나요

  • 7. 원글
    '17.1.24 4:19 PM (211.108.xxx.4)

    웃긴건 제가 중딩때 첨으로 작은집에 갔었는데 그집도 그다지 잘살지 못했던거..이리 살면서 그렇게 우리집 무시했던건가? 속으로 웃겼어요
    막내 작은집은 털털하고 잘해주셨는데 그집도 다른 작은집에서 촌스럽다 무시했어요
    막내작은집 가보니 제일 부자집..

    저는 그래서 누가 우리집에 차라도 마시러오면 어릴때 그 기억이 너무 싫어 몇날 몇일 청소해요
    남이 우리집왔을때 깨끗하고 집이쁘다는 소리 꼭 듣고 싶어합니다 자격지심인가봐요

  • 8. 원글님
    '17.1.24 4:29 PM (211.36.xxx.69)

    전 반대로, 저희집만 상대적으로 못살았는데 초등때 친척집에 갔을때가 선명하게 기억나요. 70년대중반. 울집은 기와집 당연 촛불켜고 갔던 푸세식 화장실.
    전 그때 문화충격이었어요. 양변기를 어찌써야할지 몰라 꼬질꼬질했던 같이갔던 언니랑 뒤에서 수군댔던 웃픈 기억도 있어요. 며칠 자고왔는데 저희 완죤 무시당하던 그 눈빛. 잊을수가 없어요. 지금 저랑 언니 큰부자 아니어도 나름 잘살아요. 애들 대학 잘가구요. 원글님덕에 어릴적 가엾던 제 모습을 보았어요. 원글님. 행복하세요.

  • 9. ㅠㅠ
    '17.1.24 4:48 PM (1.224.xxx.193)

    뭔가 가슴 아프다
    원글님이 덤덤하게 그치만 참 섬세하게
    묘사해놨네요 특히 청소했다는 부분 ㅠㅠ
    원글님 어머님이 이제 깨끗한 아파트에
    사신다니 이런일들 다 애기할수 있는거겠죠.
    앞으로 더 행복한 일들만 있기를 빌께요~~♡♡♡

  • 10. .....
    '17.1.24 6:55 PM (223.33.xxx.132)

    이게 다 뭣이 중헌지 전혀 알지 못했던 그 시대 부모 탓이지요. 자식 위해 사는 것이 어쩌면 본질인데 그걸 모르고
    자기 자식 가슴에 대못 박아가며 챙기긴 그렇게 누굴 챙겨대는지.. 그저 그게 인정받는 길이라 믿었던 모양인데 실상 남는것은 비웃음과 자식의 떠난 마음이죠.

  • 11. ㅡ.ㅡ
    '17.1.24 8:33 PM (175.121.xxx.148)

    어릴때 명절에는 아빠네 사촌들도 오가곤했어요.
    그러니 명절때 6촌 형제자매들들도 오고 가니 엄마가 명절때 옷을 신경써서 새로사서 입히곤 했는데..
    당고모네 6촌오빠 3형제들이 저희집에 3명다 한복을 빼입고 나타나면 울엄마가 몹시도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희집은 오빠하나에 딸둘이라... 아들 한복 사서 오빠 한번 입고 누구 물려줄 사람이 없으니 엄마는 오빠 돌때 한복 입혀보고 그걸로 끝이었던거죠.

    우리집 아주 못사는 것도 아니고 부자도 아니었지만... 비교하면 다 만족스러운건 아닐거에요.
    어릴때 친구네 집 숙제하러 놀러가면 방한칸집도 여럿있고 집에 냉장고 없이 아이스박스에서 음식 꺼내는 친구네도 있었어요.

    그래도 원글님 작은엄마 신문지얘기를 충격이네요.
    예전에 다들 어렵게 살아도 부끄러운거는 아니었어요.

  • 12. ....
    '17.1.24 10:22 PM (211.59.xxx.176)

    궁상이네요
    신문지 깔고 수건 덮고
    망해서 노숙자 될려고 진작에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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