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7년 1월 20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56
작성일 : 2017-01-20 05:15:07

_:*:_:*:_:*:_:*:_:*:_:*:_:*:_:*:_:*:_:*:_:*:_:*:_:*:_:*:_:*:_:*:_:*:_:*:_:*:_:*:_:*:_:*:_:*:_

나는 요즘 고요하고 섬세하게 외롭다

나는 한때
어떤 적의가 나를 키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더 크기 위해 부지런히
싸울 상대를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 그때는 애인조차 원수 삼았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솔직히 말해서 먹고 살만해지니까
원수 삼던 세상의 졸렬한 인간들이 우스워지고
더러 측은해지기도 하면서
나는 화해했다
너그러이 용서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더 크고 싶었으므로
대신 술이라도 원수 삼기로 했었다
요컨대 애들은 싸워야 큰다니까

내가 이를 갈면서
원수의 술을 마시고 씹고 토해내는 동안
세상은 깨어 있거나 잠들어 있었고
책들은 늘어나거나 불태워졌으며
머리는 텅 비고 시는 시시해지고
어느 볼장 다 본,
고요하고 섬세한 새벽
나는 결국 술과도 화해해야 했다
이제는 더 크고 싶지 않은 나를
나는 똑똑히 보았다
나는 득도한 것일까
화해, 나는 용서의 다른 표현이라고 강변하지만
비겁한 타협이라고 굴복이라고
개량주의라고 몰아 붙여도 할 수 없다
확실히 나는 극우도 극좌도 아닌 것이다

적이 없는 생애는 쓸쓸히 시들어간다
고요하고 섬세하게 외롭다


                 - 강연호, ≪술과의 화해≫ -

_:*:_:*:_:*:_:*:_:*:_:*:_:*:_:*:_:*:_:*:_:*:_:*:_:*:_:*:_:*:_:*:_:*:_:*:_:*:_:*:_:*:_:*:_:*:_






 

2017년 1월 20일 경향그림마당
http://img.khan.co.kr/news/2017/01/19/GRIM.jpg

2017년 1월 20일 경향장도리
http://img.khan.co.kr/news/2017/01/19/JANG.jpg

2017년 1월 20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779534.html

2017년 1월 20일 한국일보
http://www.hankookilbo.com/v/04c1ea23f7dc426b8556b0f7369b25ff





아무 때나 반반이 최선의 선택인 것은 아니죠.



          



―――――――――――――――――――――――――――――――――――――――――――――――――――――――――――――――――――――――――――――――――――――

다른 건 다 가르쳐놓고, 왜 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느냐?

       - 김정운, ˝노는 만큼 성공한다˝ 中 - (from. 페이스북 ˝하루에 한줄˝)

―――――――――――――――――――――――――――――――――――――――――――――――――――――――――――――――――――――――――――――――――――――

IP : 202.76.xxx.5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idnight99
    '17.1.20 5:38 AM (90.202.xxx.145)

    아주 좋은 글입니다. 소개 감사합니다.
    지금의 시국은 극좌와 극우의 문제가 아닌, 선과 악의 대결이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57044 암만해도 너무 안타까운 것이 5 특검 감사합.. 2017/03/01 1,061
657043 산책가자니까, 남편왈 23 참내 2017/03/01 20,433
657042 김치찌개와 된장찌개의 차이 5 맛난 점심 2017/03/01 2,140
657041 정봉주 왜이렇게 멋진가요. 35 ... 2017/03/01 4,044
657040 요즘 청바지 짤뚱하게 입는거 별로지않아요? 8 의견좀 2017/03/01 4,824
657039 태극기를 시위도구로 사용하는 거 국기모독죄 아닌가요? 4 태극기 2017/03/01 425
657038 태극기집회 나가면 7만원 준답니다 23 어서어서 2017/03/01 5,032
657037 고등학교입학식은 몇시일까요 6 고등입학 2017/03/01 803
657036 집회가시는분 1 집회 2017/03/01 387
657035 이태원가는데 혼자갈곳 추천해주세요 빵집도 좋구요 ㅣㅣㅣ 2017/03/01 389
657034 50... 이런저런 증상들.. 4 ... 2017/03/01 3,069
657033 이번주 교회 주일광고에 삼일절 집회 행사 나오던데요-- 16 교인 2017/03/01 1,881
657032 두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댓글이네여 9 닉넴프 2017/03/01 2,046
657031 진짜 친일대통령의 진짜 친일 행적 3 3.1절공부.. 2017/03/01 844
657030 이태원 오월의 종 지금가도 빵 많을까요? 8 ,,,, 2017/03/01 1,938
657029 EBS 달라졌어요 종영했대요 헐 10 EBS 2017/03/01 5,570
657028 구운아몬드와 볶은아몬드 차이가 나나요 almond.. 2017/03/01 2,014
657027 언론에서 박사모. 탄기국 좀 심층취재해주셨으면... 4 ... 2017/03/01 451
657026 공인중개사 시험 4 .. 2017/03/01 1,831
657025 현재까지 백억 기부 재산의 99프로 내놓겠다 4 재용이봐라 2017/03/01 1,858
657024 광화문인데 기독교인들 대 집결이네요 40 .. 2017/03/01 3,861
657023 간호조무사 하기힘드나요? 4 커피나무 2017/03/01 3,603
657022 아기는 몇살쯤 되면 엄마말을 알아듣나요? 14 강아지 사랑.. 2017/03/01 2,973
657021 예민씨의 '나의 할머니 그녀의 첫사랑'이란 노래 아시나요? 1 2017/03/01 682
657020 삶아 냉동한 검은콩으로 콩밥해도 되나요? 2 아자아자 2017/03/01 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