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페파는 즐거워를 보는 43세아줌마.

하나둘. 조회수 : 1,525
작성일 : 2017-01-16 23:38:24

14살이 된 큰아이와 함께 눈이 내리는날, 버스를 타고

교복을 맞추고 돌아온 그날 오후엔

 

이제 다섯살이 된 늦둥이와 함께 페파를 즐거워라는 만화를 같이 보았죠.

눈송이는 나비처럼 마구 허공으로 솟구쳐오르고 군청색으로 짙어져가는

저녁시간 우리들은  따듯한 이불속에서 분홍색 돼지 가족들의 일상을 봤어요.

 

초록색 언덕위에 세워진 자그마한 집.

그리고 비누방울 놀이를 하는 풍경이라던가,

열기구를 타고 연두색 나무위를 둥실둥실 날아가는 장면,

수레위에 황토색 감자를 실고 집으로 돌아오는 페파네 할아버지.

 

보는동안

마음이 참 따듯해지네요.

처음엔 다섯살짜리 아기가 단조로운듯한 만화를 틀어달라고 할땐

지레 재미없는것 같아 채널을 돌렸는데

같이 보는동안,

"얘는 어떻게 페파가 재미있었던걸 알고있었지?"

저절로 궁금해지더라구요~

 

제가 늘 뚱뚱하고 배나온줄 알고 있는 큰아이에게

젊은날의 사진들을 보여줬어요.

환한 봄날의 햇빛속에 흰 린넨셔츠를 입고 눈부시게 웃고 있는 이십대의 제가

거기 사진속에 있었네요.

지나간 그 풋풋한 날들이, 그리고 잡티하나 없는 분홍빛을 머금은 흰 피부의 제가

그처럼 아무 걱정없이 머물고 있는데 지나고나서야 그게 바로 청춘인것을

시리게 깨닫네요.

 

아기엄마가 되고나선 바람결처럼 투명한 희게 빛나는 린넨셔츠를 못입어본것같아요.

매일저녁마다 푸른 나물을 씻고, 식구들을 위해 찌개를 끓이며 행여라도 넘칠까,

조심스레 가스렌지의 불꽃을 바라보며 눈을 맞추고 물기젖은 손끝을 매번 수건으로 닦아내면서도

어느틈엔지 눈물마저도 말라가는듯한 나의 메마른 감성,

 

오늘 아이랑 함께 지나간 제 젊은날의 사진들을 들여다보다가 아, 이렇게 예뻤던 시절도 있었구나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가장 예뻤을때의 나는

가진게 없었고

가난했고,

순진했었네요.

 

다신 오지 않겠죠~

그래도 전 43세의 나이로

이젠 다섯살 아이랑 페파를 보며

이제서야 이렇게 즐거운 만화를 알게된것을 많이 아쉬워하네요^^

IP : 218.158.xxx.2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30대쯤~
    '17.1.17 12:37 AM (61.80.xxx.46)

    동요와 동화가 다시 필요한 나이인거 같아요.
    잊고 있었던 노래 다시배우는듯해요.
    아이 뿐아니라 엄마아빠도 같이 자라는 중인거 같아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54125 유기된강쥐..대구.대구 12 행복한세상 2017/02/22 891
654124 스타벅스 스티커 떼다가 망했어요. 깔끔하게 떼는법 아시는분계세요.. 6 아진짜. 2017/02/22 1,515
654123 찜질방 알파걸 2017/02/22 304
654122 이정미 "김평우 말 지나치다…언행 조심하라"(.. 7 화이팅 2017/02/22 2,353
654121 아직도 서울대가 전문직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네요? .. 6 참관자 2017/02/22 3,430
654120 국회의원 연락처 2 ㄱㄱ 2017/02/22 402
654119 수능 응시자수가 확 줄면 대입 정원도 줄어드나요? 5 대입 2017/02/22 1,281
654118 지성 연기 잘하지만 이병헌의 그늘은 못벗는것 같아요 20 제목없음 2017/02/22 4,264
654117 지난 옛사랑 썸남 다시 마주치는거 흔한가요? 9 .... 2017/02/22 2,723
654116 [속보] 朴측 김평우 변호사 "탄핵 인용시 내란 날 것.. 29 헌재서지 ㅇ.. 2017/02/22 4,029
654115 프랑스 동거 (팍스) 잘 아시는 분 6 궁그미 2017/02/22 2,046
654114 메이크업이나 선크림 한번에 지워지는 세안제 추천좀.. 5 워시 2017/02/22 1,610
654113 서울대 병원 강남센터는 초진환자는 원래 이런가요? 1 ㅜㅜ 2017/02/22 1,028
654112 특검연장을 위해선 현재로선 방법이 2가지... 15 나라꼴 2017/02/22 1,304
654111 쿠진아트 토스트기 쓰시는분 계신가요? 5 ... 2017/02/22 2,065
654110 예쁜 커피잔 추천해주세요 1 2017/02/22 873
654109 동남아가서 마사지 받고 팁은 얼마? 8 2017/02/22 2,230
654108 결혼을 늦게해야하는 팔자는 대체 어떤 팔자예요? 25 결혼을 2017/02/22 9,373
654107 바나나 구웠는데 맛있어요 15 오믈렛 2017/02/22 3,422
654106 그 날을 기억하며 '세월호 1000일의 기다림' 1 컬리수 2017/02/22 327
654105 고등은 랜덤이나 서울고에 강배정받는 지역이 있을까요? 5 2017/02/22 1,452
654104 이재명,심상정 사이다 콜라보 6 소년노동자 2017/02/22 704
654103 사드배치는 왜해갖고 나라를 이지경으로 만드는걸까요? 9 추워요마음이.. 2017/02/22 1,036
654102 매선하면 주름이 펴진다기에 6 미갸루미 2017/02/22 2,707
654101 올해 여행 몇번 잡으셨나요? 6 ... 2017/02/22 1,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