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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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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와 건강의 상관관계

건강 조회수 : 2,519
작성일 : 2017-01-12 20:17:09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건강이 나빠진다고요. 
제가 이번에 그걸 경험했어요. 
그런데 참 웃긴게, 그걸 체감하기까지, 제가 "그렇게 까지" 스트레스 받고 있는 줄은 몰랐다는 거죠. 

제가 안하던 일을 하다가 병이 났어요. 
난소에 물혹이 터진거죠. 
애도 둘이나 낳았고, 생리도 정확했고, 생리통도 거의 없던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웃긴건요. 
직장에서 상사 푸시가 너무 심하니까, 난소에 물혹이 터졌는데도 그 아픈 배를 쥐고 야근을 했다는 거예요. 
일 해서 성과 내겠다고요. 스트레스가 너무 극심해지니 뇌 속에 상황 판단을 하는 회로가 일단 고장이 나더군요. 
물혹이 터진 시간이 이미 정규 퇴근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는데, 그 상태로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일을 했어요.
물론 물혹이 터진 직후에 복통이 너무 심해 쇼크로 기절하듯 한시간정도 자고 일어나서요. 
(아마 같이 일하던 동료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말을 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밤을 새서 일을 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 상태로 운전을 해서 집에 오니 새벽 1시 반.

뭐 언제 물혹이 터져 봤어야 말이죠. 그냥 좀 심한 생리통인가 했는데(그날이 생리 첫날), 집에서 참고 자보려 했지만 배가 너무 아파서 안되겠는 거예요. 
밤에 자는 신랑 깨워 대학병원 응급실 갔죠. 그때도 생리통이 심한 건줄 알고, 남편은 집에 보냈어요. 애들만 있으니. 
그리고 엑스레이찍고 피검사하고 CT 찍고.......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세신데, 아침 여섯시에 다시 남편을 불러서 수술 동의서에 사인 하고, 응급 수술 들어갔지요. 

오른쪽 난소에 물혹이 터진 것. 의사가 너무 담담하게 "많이 아팠을 텐데?" 그러더군요.
많이 아팠지요. ㅎㅎㅎㅎㅎㅎ 근데 그 와중에 야근을 했으니.
그게 작년 11월 초의 일이에요. 
그리고 자궁내막증 판정을 받았어요. 아주 심해서 4기라더군요.

예전 같으면 한달에 한번씩 호르몬 주사를 맞았어야 하는 상황인데, 요즘은 호르몬제를 하루에 한알씩 먹는 걸로 처방을 하더군요. 
비잔정이라는 약인데요. 
그 약의 가장 흔한 부작용이 부정출혈이래요. 

수술이 끝나고 그 약을 처방받아 먹기 시작했어요. 한 1주 정도는 출혈이 없다가 그 다음 부터(그러니까 수술후 열흘 쉰 뒤) 직장에 복귀하니 그날부터 부정출혈이 있더군요. 생리대를 쓸 정도는 아니고 팬티라이너는 꼭 써야하는. 
병원에 물었지만, 그 약의 부작용이라고, 부작용이 나는 것보다 그 약을 안먹었을 때 재발이 훨씬 심각한 상황이니 먹어야 된다고 하더군요. 
부정출혈의 양은 점점 심해졌어요. 처음에는 묻어나는 정도이던것이
12월 중순을 넘어서면서는 심각하게 팬티라이너대신 소형생리대를 써야하나 고민할 정도로요. 생리 3-4일차 수준이었어요. 배는 계속 약한 생리통처럼 묵직하고 쌀쌀하게 아팠구요. 

그리고 직장을 잠시 쉬기로 결정하고, 사흘이 지나자... 무슨 거짓말 처럼 부정출혈이 딱 멎었어요. 
처음에는 설마 직장 관뒀다고 멈췄겠나, 지난 두달동안도 양이 늘었다 줄었다 했으니 이번에도 그렇지 않을까했는데
아니요. ㅎㅎㅎㅎㅎㅎㅎ

그게, 약 부작용이 아니라 스트레스성 하혈이었을 거라고, 의사가 그러더군요.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신체의 가장 약한 부분에서 터져나오는데,
저의 경우는 그게 자궁이었던 거고요. 

그런데 제가 이 글을 왜 쓰느냐면요.
저는 몰랐어요. 내가 그렇게까지, 하혈을 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줄을 몰랐어요. 
그럼 스트레스를 안받은게 아니냐, 하면 그게 아니구요. 
위에 말했잖아요. 스트레스가 너무 극심하니까 뇌의 회로 하나가 고장이 나더라구요. 

물혹이 터지면 정말 아파요. 제가 생리통이 별로 없는 편이라 뭐라고 설명은 못하겠지만,
수술 끝나고 거울을 보니 입술이 다 터져 있었어요. 사무실에서 물혹이 터지고 그 통증을 견디느라고 입술을 깨물었는데, 그 과정에서 입술이 다 터졌을 정도였으니까, 뭐 대충 설명이 되려나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고작 한시간 휴게실에서 잠자고 일어나서 일하겠다고 컴터 앞에 앉았으니 말 다한거죠. 

스트레스가 그런거 같아요. 
몸만을 망치는 것이 아니라 정신까지 망쳐놓는 것 같아요. 옳은 판단을 못하게 만드는 거죠. 

그냥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 힘든줄 모르고 있는 분이 있다면, 정말 힘들지 않아서 힘든줄 모르는 건지 아니면, 그 정도를 판단할 뇌의 회로가 망가져서 힘든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서...
IP : 1.227.xxx.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7.1.12 8:23 PM (49.174.xxx.211)

    에구 이 미련한 사람아..
    안타깝네요

  • 2. 저도
    '17.1.12 8:36 PM (119.64.xxx.147)

    요즘 넘 스트레스가 많아서 한의원갔더니 자궁이 안좋다고 해서 병원검진 예약해놨어요
    회사는 그래도 쉴수 있는데 전 개인사업을 해서 쉬기도 힘들고 ㅠㅠ 넘 힘드네요 정말

    건강관리 잘하세요 ^^

  • 3. 건강
    '17.1.12 8:57 PM (1.227.xxx.5)

    ㅎㅎㅎ 저한테 그렇게 푸시를 하고 스트레스를 줬던 저희 상사도 제가 그 과정을 거쳐 수술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이 미련한 사람아." 라고 했지요. ㅎㅎㅎ 그분도 나쁜 분은 아니셨어요. 자신이 그렇게 푸시하는게 제게 그렇게까지 스트레스가 될 줄은 모르고 하셨겠죠. 그렇게 믿고 있어요. 그냥 제가 스트레스에 많이 취약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이번에 알았구요.

    저는 일단 현재로는 휴직 상태이기는 한데, 복직 제의가 들어오면 정중히 거절하려 해요.
    저도 몰랐고 남편도 몰랐는데 하혈 멈추는 거 보고 둘다 좀 많이 놀랐거든요.
    저도 님도 건강 관리 잘 하시구요. ^^

  • 4. 심장질환 같은 응급질환의
    '17.1.12 9:04 PM (211.36.xxx.91)

    경우도 뇌가 심장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해서 잘못되는경우가 많다잖아요.
    과로나 스트레스 상황이 됐을때. 뇌도 기능이 떨어지는거죠

    암튼 고생하셨고 다행이예요

  • 5. 둘리친구
    '17.1.12 9:33 PM (117.111.xxx.183) - 삭제된댓글

    스트레스 무섭죠. 건강 회복하시길 바래요.
    귀한 경험담 감사합니다.

    암튼 고생하셨고 다행이예요2222

  • 6. 민들레홀씨
    '17.1.13 12:40 AM (71.79.xxx.211)

    건강을 잃고나면 세상의 그 어떤 부귀영화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그 정도의 스트레스가 있는 직장이면 그만 두셔야죠.
    몸 잘회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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