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느 이름 모를 개의 쓸쓸한 최후를 봤어요..
조금은 슬픈 글이 될꺼같네요..오늘 낮에 제가 겪은 작은 사건을
82에다가 한번 적어봅니다.
저희 회사는 허름한 재개발지구 한 켠에 위치하고 있어요.
상당히 오래된 동네인데다 재개발을 앞두고 방치되어서
군데군데 낡아빠진 빈집도 있고 분위기마저 좋지 않은 곳이예요.
마을 주민의 주류는 돈없는 최소 5,60대 이상의 가난한 사람들,.
젊은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희귀하고..노인들은 가난하고
허탈한 얼굴로 어기적 어기적 걷는...그라그 누가 봐도 정신이상자
같은 여자가 풀린 눈과 무서운 얼굴을 하고 돌아다니는 그런 곳..
여긴 때론 주민끼리 쌍욕하고 싸움도 일어나는 그런 허름한 곳이예요.
이 동네를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곳 주민생활 수준이 낮다고들
말해지고,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간이 1980년대에서 멈춰버린듯 ..
녹슬어 닳아빠져가는 녹색대문, 요즘은 볼수 없는 오래된 명패,
자물쇠로 엉성하게 대문을 잠궜지만 조금만 굽히면 안이 보이는
폐허의 집으로 을씨년스런 분위기가 풍겨요.
들은 바로는 (끔찍한 얘기지만) 그 좁디좁은 골목 사이의 집에서
고독사한지 오래된 노인의 백골마저 발견되었다고 해요..
그런 남루하고 처참한 동네에, 빈민들만 모아놓은 것같은 이곳엔,
지그마한 이차선 도로 안 좁은 골목을 따라 쭉 들어오면 집이라기엔
뭐한, 슬레이트 집에 문짝까지 부실해 반쯤 오픈된 집마당이 있는
데..여긴 보통의 정원이 있을 자리에 한 켠에 솥이니 냄비니 정돈
이란 개념없이 굴러다니고, 태우다만 비닐 쓰레기 잔해가 타다만
것과 뒤엉켜 있고, 엉성한 잔디같은 짧은풀들이 시커멓게 그슬린
흔적이 있는.. 뭔가 스산하고 황폐한..가꿔지지 않은 느낌의 그런 곳이 었어요.
흙수저라 저두 이 환경에 인접한 회사에 다니지만..그래도 차마
이런 광경까진 첨일 정도로, 주위 환경이 황폐하기도 했고, 이 집은
인생의 절망과 좌절이 뭔지를 보여주는 삶의 현장, 그 자체 같았어요.
그리고 이 집의 초입에는 작은 개집과 짙은 황색에 가깝고 다리 짧은
보통의 믹스견이 있었구요. 이 개는 동물을 좋아하는 제가, 집 앞을
지나다가 지를 보겠다고, 귀엽다고 멈춰서면 못된 소리로 왈왈 시끄럽게 짖어대서.. 제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던 녀석이었어요.
개가 자기 영역과 자기 집을 지키는건 당연할텐데, 그걸 머리로는
이해해도 전 어린아이처럼.. 그 개가 절 볼때마다 야박하게 짖는 것
이 그렇게나 빈정상하고 미웠어요. 때론 먹을걸 던져주기도 했는데도,
봐도봐도 이러니 제게도 작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화가 나더라구요.
제가 요령이 없어선지 몰라도 하여간 마음이 참 씁쓸하고 그랬어요..
얼마 전 어느 날, 그곳을 지나가는데 늘 봐서 익숙하던 그 개가
안 보이고? 작은 개집과 목줄조차도 안 보였어요. 한쪽에는 꼬질한
행색의 주인이 울타리망같은 걸 쳐서 흰색닭을 몇마리 키우고 있길래
그가 안보이는 틈을 타 호기심에 안을 들여다봤어요. 어둡고 지저분한 닭장 바닥은 물기있는 드러운 진흙으로 되어있어서 닭의 털이 전체적으로 진탕을 뒤집어 쓴 듯이 지저분하게 오염돼 있었어요. 어떻게 이럴수 있지 싶을 정도..비위상하고, 나쁘게 말해서..참 가관이었
어요. 그 장면을 보고 나서, 기분이 영 나빠져서, 한동안 그 찜찜한
곳에 가질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다 오늘 회사일도 잡히질 않고 허한 마음에 걷다 보니..
우연히 개가 있던 그 집앞을 지나가게 됐어요. 그래도 미운 녀석이지
만 안 보이니깐 어디에 있는가 싶어 살펴보게 되더라구요--;;
그렇지만 항상 녀석이 있던 그 자리는 자취도 없고, 여전히 텅비어
있더라구요. 아니, 어딜 간거지?? 개를 갖다팔았나?? 궁금했어요.
개가 워낙 짖어대고 말썽이니 그럴만도 하겠다...
생각이 이어지니 쓸쓸해져서 집 마당을 이유도 없이 그저 멍하니
바라보게 됐구요...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눈길이 집 입구 문설주
바로 앞에 와 닿았는데...바로 눈 앞에 보이는건 왠 새하얀 가면
마스크같은 둥그런 형체...
어?? 저게 뭐지??? 전 잠시 당황했어요.
아이들의 장난감용 마스크를 버려놨다기엔 그 크기가 이상할만큼
작아보이고 눈같은 모양은 둥그렇게 뚫려져 있는데다, 신기하게
코뼈 같은 형태도 살짝 보이는데...??
전 어리둥절해서 그게 뭔지 식별을 못하고, 한켠에 쓰레기처럼
방치된, 그 정체모를 물체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을 이어갔어요.
그러던 중에 불현듯이 머리를 확 스치고 지나가는 깨달음....
아뿔싸...저게 전에 이 집에서 키우던 그 개의 두개골이구나....!
(할말을 잃음,..) 그러고보니 딱 그 전 개의 머리크기가 맞구나...
그런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어찌 이렇게까지 야만적일수 있나?? 아연실색했어요
제 추측으로는... 떡진 머리에 꼬질꼬질한 노숙자 몰골로 보이던
그 집 나이든 주인 남자가, 기르던 그 개를 잡아먹은 거구나 했어요.
그래도, 개를 고깃덩어리 용도로 쓸것만, 생각한게 아니었다면,
조금이나마 정을 주고 길렀을지도 모르는 개를 내키는대로 아무
렇게나 닥치는대로 잡아먹고, 두개골은 수습도 않은 채... 아무렇지
도 않게 문 앞에까지 나뒹굴 정도로 흉측하게 그냥 방치해뒀구나...
잠시 필름이 끊기는듯한 충격이 왔어요. 기르던 개인데 저렇게
잔인하고 비참하게..란게..말이 안된다 생각했고, 이 상황이 납득이
안갔어요.망치로 머리를 엊어맞은 듯 했고...완전히 멍해진 상태로
터덜터덜 회사로 걸어돌아왔어요. 이 얘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한
채로요..전 이 상황이 믿겨지지가 않았고, 순갓 아무 생각이 안들
만큼 무섭고 두려웠어요. 사실은 지금도 그 잔상이 남아서 두려워요.. 무섭네요.
평소에 제가 생각하던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산산조각나서
깨진데에 일차적으로 충격이 왔고, 그 가난하고 무지한 주인남자가 아무렇게나 막 살면서 폭력적으로 개를 잡았을 모습, 그런 흔적들,
무지하고 막무가내인 가난에 대한 왠지모를 복잡함과 서글픔, 이런
표현을 뭐랄지, 막다른 경지에 다다른 인간의 잔인성, 야만성이 느껴졌었어요. 아...정말 서글프고 스산한 광경이었어요.
이런 기억은 잊어버리면 좋은데, 제겐 왜 이렇게 슬픈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는건지..예전 어릴적에 제가 길에서 주워온 불쌍했던
그 함스터가 죽은 걸, 제 친모가 제가 보는 앞에서 묻지도 않고 쓰레
기통에 쓸어담아 버렸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 기억이 아직도 뇌리에 고스란히 박혀 있어요, 지금도. 신이 있다면.. 삶이란 원래 이리 척박
한 것인지, 아님 하필 제 눈에 띄는 것만 이런걸까요..
생의 처절함, 고통, 절망 같은 거대한 것은 나약한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건지..여러가지가 겹쳐져서 마음 밑바닥까지 답답하고
서글퍼지는걸 느낍니다. 울고 싶은 기분입니다 여러분..
1. ㅠㅠ
'17.1.4 1:48 AM (122.36.xxx.122)저기 조금 읽다 바로 스크롤 내렸는데
님 글솜씨가 대단하시네요
읽으면서 오싹했어요 ㅠ2. ㅇㅇㅇ
'17.1.4 1:53 AM (59.5.xxx.91) - 삭제된댓글사람이라고 칭하고싶지도 않아요.
악마같은놈3. 담담한문체
'17.1.4 1:53 AM (1.234.xxx.187)쉽게 읽히고 담담한 문체로 심금을 울리네요
눈에 보이는 것 같고 님이 느낌 감정을 같이 느낄수 있었어요. 뭐하는분인지 모르지만 글쓰는 능력이 장난아니신듯4. ...
'17.1.4 1:54 AM (122.128.xxx.27)글의 제목을 보고 안 읽으려고 애쓰다가, 어느 사이에 클릭해서 읽었어요. 읽으면서도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슬프고, 쓸쓸하고 그럴 것 같아 자세히 읽지 못했어요.
그렇게 읽었어도 이해하게 된 이야기는 제 상상보다 더 슬프고 참혹하군요. 항상 살면서 생의 처절함, 고통, 절망이라고 표현하신 것들을 보게 됩니다. 단지 이런 상황에서 제게 한 가지 위로가 되는 생각이 있다면,
그런 운명이 말씀하신 그 개, 그리고 같은 운명을 맞이하였을 많은 다른 개들, 그리고 소위 살처분이라는
말 아래 죽임을 당하고 있는 많은 닭과 오리들 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에게도 닥친다는 것이에요.
인종청소라는 말 아래 벌어지던 그 숱한 살인들, 전쟁에서의 죽음, 테러를 생각하면, 인간도 결국은 처절하고 고통받는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다른 인간에 의해 자행되는 것이고, 동물들이 맞는 참혹한 죽음은
다른 동물이 아닌 인간에 의한 것이란 것만 다르구요.
왜 이것이 제게 위로를 주는지는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아마 같은 고통과 절망을 마주하고 있는 인간으로서
같은 운명을 가진 존재를 볼 때의 체념같은 것이라 할까요. 그 참혹함이 특별한 것이 아니고, 어쩌면
우리에게도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프랑스 혁명시절 기요틴 앞에 늘어서있던 사람들이 먼저 죽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길 여유가 없었던 것처럼요.
하지만 이런 방식의 위로는 너무 마음이 아프면 견딜 수가 없으니 도피하기 위한 위로인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이런 식으로라도 자신을 위로하지 않으면 세상에 가득한 고통과 절망이 너무 압도적이라서 견딜 수가 없어요.
쓸쓸한 최후를 맞이한 그 이름모를 개의 영혼이 (이제 와서 무슨 도움이 되겠냐만은) 안식을 찾기를 바랍니다.
적어도 영혼이 있다면 그 절망과 처절함을 잊었기를 바랍니다.5. 기억의 습작
'17.1.4 2:05 AM (115.136.xxx.173)이젠 지울 수 어업다고...우우우~
6. ㅇㅇ
'17.1.4 3:11 AM (211.36.xxx.162)글쓴이입니다. 글이 길어 지루하셨을수도 있는데
같이 읽고 같이 느끼며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생생하게 체험하고 느낀 바라서 다른
님들께도 더 와닿는 글이 되었을까 싶어요.
사실 사람이 살면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쳐야 좋은것인데,
괜히 불안하고 고통스럽 감정을 건드리게 되었나 해 송구하네요^^;담엔 즐겁고 기분좋은 일로 다시 글써보고 싶네요^^
실은 좀전에 장문의 댓글을 적었는데, 등록하는 순간
잘못해서 날아갔네요..내일봐서 정신차려서 또 댓글 달게요~7. 레인아
'17.1.4 3:17 AM (121.160.xxx.225)장 그르니에의 글을 좋아해서 그 책 얘기인가 싶어 반가워서 들어왔다가 마음이 그만 황량해져 버렸네요.
이곳에 가끔 글 올리시는 분 아니신지요.
구직 면접에서 " 자신을 한마디로 정의(표현?) 해보라" 라는 질문을 받았던, 또는 앞장이 뜯겨버린 책의 비유를 쓰셨던...
각기 다른 분일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모두 " 살아간다는 것" 에 대하여 잠시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8. 사는게 뭘까
'17.1.4 3:23 AM (124.53.xxx.131)얼마나 충격을 받았을까 싶네요.
무섭네요.
삶이 너무 무서워요.9. ....
'17.1.4 6:31 AM (223.33.xxx.252)수백년 수천년 동안 우리 조상들에게서 개들은 집에서 키워지고 음식으로 맛있게 먹었답니다. 지금도 재래시장에는 개고기늘 좌판에 펼쳐놓거나 고리에 매달아 식용으로 널리 팔고 있어요. 그럼게 장사를 해서 예쁜 자식들 키워 좋은 대학 보내고 시집 장가 보낸 행복한 부모들 많은거 ...ㅠ 아직도 개고기를 즐겨먹는 사람들이 많아요. 법으로 식용을 금지하기 전에는 그들을 뭐라 비난할 자격은 누구도 없답니다. 지금 닭 오리 등 수없이 많은 죄없는 생명체들 1500만 마리가 인간의 식품위생 더 건강한 녀석들을 잡아먹기 위해서 땅속에 생매장 시켰어요. 인간은 너나 할것 없이 그런 존재입니다. 개를 먹는 자들과 오리 닭 소 돼지를 먹는 우리가 그리 상당한 차이를 두고 선악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우습지가 않던가요ㅠ.ㅠ 개대신 눈망울이 맑고 가련한 송아지 스테이크를 먹는게 인간의 지위라해서 누가 면죄부라도 주었던가요... 동율들도 살기위해서 먹이사슬의 하위개체를 포식하듯이 보다 고등 동울이 인간도 다른 종족 동물을 맛있게 먹어왔던게 인류의 역사일터 .. 이제 개고기 논란의 종식을 위해서는 사람들 스스로의 양보와 서로의 합의와 그 약속 존중을 위해서 시대상황과 정서에 합당한 법률 제정이 유일한 해법입니다!
10. ...
'17.1.4 9:04 AM (118.33.xxx.47)묘사가 굉장하네요. 주변 풍경하고 자신의 감정,상황을 진짜 대단한 표현력이에요.
11. 그
'17.1.4 11:32 AM (123.111.xxx.115)강아지 죽어서는 꼭 제일 좋은 곳으로 갔을 거예요..햇살 따뜻하고 먹을 것도 풍성한...
글 읽자마자는 원글님 그 당시 심정에 공감되어 소름이 끼치더니
그 소름이 사그러들자마자 이제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ㅠ.ㅠ
그렇게 허무하게 가게 된 것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면 비참한 최후였겠지만,,원글님이 그 녀석의 죽음을 슬퍼해주고 또 여기에 공유해주어서 저와 같은 사람들이 그 녀석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기억해줄 수 있으니 이제는 마냥 비참하지만은 않은 죽음이 되면 좋겠어요.
오늘 하루 그 강아지를 위해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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