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완도에서 배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
파도가 너무 높아서 배가 45도로 양옆으로 휘청댔습니다.
겁이 없는 남편도 속이 울렁거리다며 겁을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쾌속정이어서 더 흔들렸나봅니다.
안내방송이 나옵니다.
기상상태가 나쁘니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라구요.
창밖에 파도가 너무 높아서 비가 오듯이 창문에 바닷물이 철썩이고
40여분을 흔들대다가 그다음부터는 좀 잔잔해졌습니다.
뒷자리에 있던 아이와 엄마가 겁을 잔뜩 먹더라구요.
저는 비행기 공포가 심해서 이번 제주여행은 배를 택했는데
배도 무섭긴 하더라구요.
예전에 호주에 배낭여행하다가 어떤 이스라엘 여자애를
보트 투어에서 만난 기억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여자들도 다 군복무를 한다는군요.
엄청 씩씩한 여자애가 보트 멀미하는 저에게 수평선에 눈을 고정하라고 하더라구요.
배멀미 없어진다구요,
그래서 해보니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길......
이정표에 팽목항이 들어옵니다.
저는 세월호 사건이 났을때 해외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기분이 어땠고 그날 제가 살던 외국의 그 도시의 날씨도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깨소금 뚜껑을 열어놓고 덮는걸 잊는 일이 허다하고
씽크대를 냉장고인줄 알고 포도를 넣는일도 있지만
그날 내가 기분이 어땠고 하루를 어떻게 보냈었는지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날 그일에 직접적으로 관여되어 있던 그 사람들은 왜이리 기억들이 않납니까?
한때 저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속에는 그걸 이용하려는 이상한 사람들도 있지만 정말 아이를 잃은 고통에 시달리는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이 가슴깊이 다가왔습니다.
주변을 보면 나와 내 가족만 평안하고 무사하면 다른건 상관없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였구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깨달은건 나와 내 가족이 평안하고 무사하려면 우리 이웃들 모두가
그러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대통령이 그 시간에 뭘했던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건 그날 출근하지 않은채
강건너 불구경하듯 수습하지 않은 직무유기라는겁니다.
제일 중요한건 배가 가라앉는걸 온국민이 티비로 생중계로 해외에 있던 저마저도 보고 있었는데
대통령은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었다는겁니다.
보고를 제대로 받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대처할수 있을까요?
저희 시아버지는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그 4%입니다.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다 민노총 사람들이랍니다.
그 촛불집회에는 평범한 직장 생활하는 제 친구들이 나갔습니다. 그 친구들 정치에 관심도
없던 애들입니다.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사람들 보면 특징이 자기와 자기 가족만 행복하면 된다 입니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전직 군인출신으로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산다는 저희 시아버지를 보면서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는지 알겠더군요. 박정희 시절 향수에 빠져서 착각속에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너무 큰 댓가를 치뤄가고 있다는걸
팽목항 이정표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괜시리 맘이 짠해졌습니다.
좀 더디더라도 이번만큼은 세상이 좀 달라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