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의 나이에 미성숙하고 짧은 생각으로 아이둘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보내고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자살까지 생각하며 매일 눈물과 술로 지내던 날이 불과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년 반이상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면접교섭권으로 2주에 한번 아이들을 볼때마다 가슴이 미어지게 아프고 차오르는 눈물을 들킬까
이 악물고 참으며
어떻게든 버텨내겠노라고 다짐의 다짐을 한 시간들.
아이들에게 상처준만큼 조금은 더 건강하고 달라진 엄마가 되겠다고 그렇게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겠노라고
마음을 먹고
여기 82쿡 회원분들이 조언해주신대로 상대에 (어머님이 제일 큰 미움의 대상이였죠) 대한 미움과 증오를
내려놓고 내면을 다지고 수많은 심리학 책과 강의들을 들으며
나를 지켜내겠노라고.. 내가 건강해져서 아이들을 지키겟다고 아침마다 되내이며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에
많은 집중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http://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2154236 .. (지난 글입니다.)
그사이 남편과의 만남도 몇번있었고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도 다녀오고 했었지요.
남편도 처음엔 제가 아이들을 버렸노라며 곧 재혼을 할거라며 악담을 하더니
이제는 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지 먼저 여행제안도 하고 아이들 생일이면 함께 식사제안도 합니다.
연애까지 9년의 시간동안 남편과 한번도 소리내어 싸운적없는데 이렇게 극단적으로 온 상황들 속에서
저는 지금까지의 인생가운데 가장 많은 깨달음을 얻은듯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미성숙하고 도피적인 결혼이 얼마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돌이킬수 없는 크나큰
아픔의 시간들로 작용하는지 말입니다.
이제는 증오의 대상도 미움의 대상도 사라지고
그냥 마음속에 안쓰러움과 "그럴수도 있지" 라며 이해할수 있는 감정이 먼저 작용합니다.
더이상 외롭고 힘들고 슬퍼도 술에 의존하지 않고 저의 가치를 높일수 있는일에 몰두 합니다.
1년반의 시간동안
정말 많은 책들을 읽었고 소소하게나마 보육교사 자격증과 어린이 중국어지도사 자격증
제과, 제빵 자격증 그리고 각종 베이킹 수료증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살날을 꿈꾸며 2018년 입주를 앞둔 신도시 분양권도 가지게 되었구요.
어찌보면 아무것도 아닐수 있지만 저에게는 나름의 의미를 주는 것들입니다.
이런 인고의 시간동안 아이들도 전과 다르게 평안해지고 나름 아빠와 할머니와의 생활에 적응이 되는듯 싶습니다.
이제 정말 제 마음이 편안해 진건지.
미련하게도 남편과 아이들을 다시 끌어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아이들이야 당연히 끌어안아야지요)
전에는 가진돈도 많지않고 항상 도움을 주시던 친정도 형편이 많이 기운 까닭에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댁에서 아무것도 해오지못한 남편이 밉기만 했지만
이제는 돈이 중요한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뭐라도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그리고 어차피 제가 다른사람을 만난다해도 다 이해관계에 따른 만남일테고
딴 사람 비위맞추느니 아무리 밉다해도 애들아빠가 더 나을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남편은 여전히 능력이 없는 상황입니다.
어머님이 내주시는 월세 아파트에서 새아버지 공장에서 150정도의 금액과 제가 보내는 양육비로 생활하는것으로 압니다.
저도 지금은 사람상대를 많이 하지 않는 자영업을 하기에 먹고사는 문제는 없으나
자꾸 대인관계에서 위축되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고 자신감이 없습니다.
내가 이혼을 했다는 자괴감에 가족모임등도 발길을 끊고 혼자 내면다지는 일에만 열중했는데
이제 바깥세상을 바라보니 나만 동떨어진 느낌에 많이 힘이 듭니다.
사실 앞으로 저와 남편이 재결합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날이 올지.
아니면 지금의 이상황들이 계속 이어질지.
혹은 남편이나 제가 재혼을 하게 될지.
미래를 정확히 이야기 할순 없지만 제마음속에는 아직도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다시 지키고 싶은
마음이 큰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오가지 않은 상황이고
앞으로 좀더 상황을 지켜보고 어떠한 결정이든 신중할 예정입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힘든 상황속에서 82쿡 인생 선배님의 주옥같은 댓글덕에
조금이나마 건강해지고 성숙해지게 되어서
감사하단 말 꼭 전하고 싶었습니다.
또하나는 어린마음에 이혼만하면 힘들고 아픈상황에서 벗어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혼을 해도 내가 변하지 않으면 삶이 확 바뀌지 않는다는것과
아직도 이혼이라는 사회적 시선을 감당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이혼을 고민하고 가정사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
정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한번만 더 상황을 바꾸고자 노력해보세요.ㅠㅠ 부탁드립니다.ㅠㅠ
그래도 힘들다면 어쩔수 없겠지만...
이혼후 아이들로 인해 가슴이 만신창이가 된 여자가 꼭 하고싶은 말이라 말씀드립니다.
삶은 산너머 산이라고 하던데..
이 높은 산을 넘으면 조금은 평탄한 평지가 나타나겠죠?
긴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