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관계자의 말과 페이스북에 오른 내용들을 종합하면, 정 교장은 6일 아침 애국조회가 끝난 뒤 교사 모두를 소강당으로 모아놓고 교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에 있는 전국 단위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인 민사고는 학생들이 지난 3일 광화문 등에서 열린 ‘박근혜 즉각 퇴진 6차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외출·외박을 하려 하자 이를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민사고 학생들, “학교가 촛불 집회 막아”) 민사고는 기숙형 학교로 매달 첫째, 셋째, 다섯째 주에는 가족행사나 시험·공연관람 등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신청서를 받고 외출·외박을 허용하고 있다.
기사가 보도된 뒤 정 교장은 5일 오전 열린 애국조회 시간에 <한겨레> 기사 보도에 대해 언급하며 귀가하지 않는 주말에 집회 참여를 허락해준다면 이것이 선례가 되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위 참여를 허락해주어야 하고, 교육기본법 6조는 학생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활동을 학교에서 허락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정 교장의 발언 뒤 한 부장교사가 “주말 동안 많이 힘들었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정 교장에게 “앞으로 결정을 내리실 때는 학생들이나 선생님들과 함께 의논하여 결정을 내리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자 학생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애국조회가 끝난 뒤 정 교장은 곧바로 모든 교사들을 소강당에 부른 뒤 이 자리에서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쪽은 <한겨레>의 사실확인 요청에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교장이 학생들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근거라고 밝힌 교육기본법 6조는 학생들의 정치활동 금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다. 교육기본법 6조 1항은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다. 교육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경계하는 내용이지 학생들의 정치 활동을 금지한 내용은 아니다. 허승 박수진 기자 rais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