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정문 앞에서 '국민이 이깁니다'라는 주제의 현장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앞길을 막아서는 장애물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치가 실패하면 시민혁명도 결국 미완으로 끝날 것이다. 국민을 믿고 추호의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면서 "그 핵심은 대통령을 탄핵하는 일이다. 그것이 촛불민심을 받들어 시민명예혁명을 승리로 이끄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특히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기단축 등 퇴진 문제를 국회에 맡기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임기단축은 개헌해야만 되는 것"이라며 "지금 국민들은 무엇을 요구하느냐. 능력이 없으니 지금 당장 내려오라는 것인데, 국회에서 '개헌해주면 따르겠다'는 것은 사기가 아니냐"라고 성토했다.
문 전 대표는 당초 야권이 계획했던 2일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데 대해 "죄송스럽다"고 고개를 숙인 뒤 "탄핵에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던 새누리당 비박(非박근혜)계의 배신 때문이고, 비박계 설득에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일부 야당의 반대로 어제(1일) 탄핵안을 발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박 대통령이고, 공범은 새누리당"이라며 "새누리당은 석고대죄로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속죄하는 방법은 탄핵 동참 뿐이다. 타협하거나 협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온 국민의 뜻이 대통령의 즉각 퇴진으로 모아져 있는데도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하지 못한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구로서 자격이 없다. 촛불이 국회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전 대표는 시민과의 질의응답에서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할테니 대선에 불출마하라고 하면 받아들일거냐'는 물음에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을 각오로 촛불민심과 함께 해달라, 그렇게 해서 박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대한민국을 제대로 바꿔달라는 이야기로 저는 이해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야권분열을 시켜 거슬린다. 천박하고 재수없다'고 혹평하는 시민에게 "야당들의 생각이 조금씩 다르고 방법론도 다를 수 있지만 크게는 탄핵이라는 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며 "조금씩 다른 차이들은 거대한 흐름과 대세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아울러 문 전 대표는 역사국정교과서가 '친일적 성향'이 짙다고 혹평하면서 "이렇게 되면 박 대통령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도 일본군 장교로 복무했던 친일매국인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 공로자, (친일 행적을 했다고 알려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아버지도 공로자가 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한편 이날 현장연설에서는 문 전 대표를 연호하는 시민들과 권칠승, 김경수, 김병관, 김병기, 도종환, 문미옥, 박남춘, 손혜원 의원 등 친문(親문재인)성향으로 분류되는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 중 일부가 문 전 대표 지지 발언을 이어가면서 문 전 대표의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김병기 의원은 문 전 대표를 두고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목 놓아 울고 싶다. 저는 그 사람의 그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혜원 의원은 "국회에 박 대통령이 보낸 메시지가 뭐라 생각하나. 국회에 맡기겠다, 괄호 열고 국회 병신들 니들이 뭘하겠어, 그리고 새누리당 비박과 친박(親박근혜)이 뭉치(라)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 때문에 들어온 열 몇 명의 초선들이 뭘 해야할지 생각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도종환 의원은 "누구와 함께 희망을 만들어 가시겠나"라면서 시민들로부터 문 전 대표의 이름을 이끌어낸 후 "어떻게 시키지 않아도 잘 알아맞추시냐"고 했다. 어떤 시민은 문 전 대표를 향해 질문을 하면서 "대통령"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각오에 대해서는 "정권교체만이 답이다. 촛불민심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박 대통령이 계속 기름을 부어주고 부채질을 해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