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내가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속내를 짚기 어려웠던 것은 문재인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측의 대응이었다. 이들이 과연 어떤 식의 수습을 원하는 것인지, 이들의 진짜 내심이 어떤 것인지 나로서는 읽기 어려웠다. 이들은 도대체 뭘 노리고 이런 행동을 할까?
박근혜의 빠른 퇴진을 원하는 것일까?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 박근혜 하야 요구를 공식적으로 내건 것은 다른 야당이나 시민들의 요구가 이미 박근혜 퇴진으로 모아진 이후였다. 광화문 시위에 당 차원의 참여가 이루어진 것도 비교적 늦은 편이다. 문재인이 참여연대인가 촛불시위를 주도하는 시민단체의 모임에 참석해 ‘정치인이 촛불 시위에 나서면 순수성을 의심 받는다’는 발언을 한 것이 이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의 성사를 목표로 했다면 새누리당 비박이 박근혜 대통령과 노골적으로 각을 세웠을 때 지체없이 야3당의 공조를 기반으로 새누리당 비박과 손 잡고 탄핵 절차에 착수해야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비박이 탄핵 대열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냈을 때 추미애 당대표가 가장 먼저 내뱉은 발언은 '부역자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진정 탄핵을 원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발언이었다.
스스로 백기를 들고 투항하겠다는 적군들에게 "니들 우리편에 오면 모조리 총으로 쏴 죽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탄핵의 골문을 향해서 멋진 크로스가 날아오자 누군가 그걸 받아서 골을 성공시킬까봐 우군(?)의 발목에 태클을 걸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언행이었다.
박근혜의 빠른 퇴진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우국충정에서 국정의 질서를 빨리 회복하는 게 목표였을까? 하지만 이것도 아닌 것 같다. 만일 그걸 원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거국내각을 제안했을 때 또는 국회에 책임총리 추천을 의뢰했을 때 그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제안을 단칼에 잘랐다.
그렇다면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문재인의 집권? 그런데 이것도 이상하다. 사실 박근혜가 빨리 퇴진하고 대선이 내년 초에 치러지면 현재 대선주자 중 지지율이 가장 앞선 문재인이 집권할 가능성이 높았다.
문재인과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반기문은 아예 출마도 못할 가능성이 높았고, 안철수는 당내 경선 준비조차 부실한 상태였다. 손학규나 다른 주자들의 동앗줄이랄 수 있는 제3지대론은 아예 햇빛도 못 보고 낙태될 가능성이 컸다. 조기에 대선일정이 가시화됐다면 지금 이재명의 돌풍이란 것도 현실화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문재인과 그 주변 참모들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이들은 탄핵 시도에 깽판을 놓고, 박근혜의 조기 퇴진 요구에도 미온적이었다. 문재인의 JTBC 인터뷰가 보여준 것은 '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국민 모두가 다르게 이해한다'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문재인 본인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 지금 뭘 요구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현재까지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측의 언행이 보여주는 이들의 의도는 딱 하나라고 봐야 한다. 그것은 바로 이 사태의 질서 있는 수습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즉, 혼란이 좀더 오래 가고 사태가 수습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들의 진짜 속셈 아닐까?
사람의 내심을 들어가 읽을 수는 없고 어차피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그들의 의도를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측의 언행은 이들이 좀더 많은 혼란, 좀더 복잡한 사태 진전을 원한다는 것을 드러내는 시그널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지도자란 본질적으로 복잡한 변수를 점차 단순화해서 관리 가능하도록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다. 정치뿐만 아니라 비즈니스나 학문 기타 모든 영역에서 그렇다. 다만 정치 지도자의 경우 그러한 실천이 다른 어느 분야보다 큰 파장과 영향력을 가진다는 점에서 더욱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이 뚜렷한 차별성일 것이다.
문재인이 저런 언행의 방향을 모두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한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의 주위에는 그와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의 실천 방향을 조언하고 이끌어가는 그룹이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세가 보다 복잡해지고, 해결 불가능해지고, 악성화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최순실이라는 비선이 있었다. 언론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통진당 해산,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개성공단 폐쇄 등에 모두 비선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다. 만일 문재인의 언행이나 더불어민주당의 행보에 영향을 주는 비선그룹이 있다면 그들은 최순실이라는 비선과 정반대의 방향에서 영향을 주고자 하는 성향 아닐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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