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61201163507905?d=y
후쿠시마 지역을 돌아본 뒤 체르노빌 사고 때처럼 국가(일본 정부)가 인간의 생명에 대해 전체적인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일본사회에는 사람들이 단결해 '저항'하는 문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같은 주장과 요구를 몇 천번 계속하면 사람을 대하는 국가의 태도도 바뀌게 된다. 전체주의가 장기간 문화로 박혀 있던 우리나라(구 소련)에서도 사람들이 사회에 대하는 저항 문화가 없었다. 일본에선 왜 저항 문화가 없는지 모르겠다."
'저항 문화가 없는 일본'. 일본의 진보 세력들이 가진 가장 큰 고민입니다. 정부 정책에는 소수의 시민단체만 반발을 하고 있고, 일반인 사회는 그저 무기력한 모습입니다. 저와 대화를 나눈 일본 복지단체 관계자 분은 "한국 국민 100만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의 파도를 만들 때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선 일반시민들 사이에 어떻게 저런 강력한 에너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위로 대중(일반 시민사회)를, 아래는 지식인층을 기반으로 해서 아사히신문(위)과 인문서적 전문출판사 '이와나미 서점'(좌), 그리고 진보적 교수와 문화예술인들(우)까지 삼각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삼각 축은 무너진지 오래입니다. 가장 먼저 일반 시민사회의 기반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시민들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사회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한 일본 기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60%를 넘는 상황에서 아무리 야당인 민진당을 찍어도 정권 교체 가능성은 없습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경제성장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는 소규모 시민 활동들을 그냥 무시해버립니다. 그러니 '저항' 활동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줄어드는 겁니다."
일본의 연간 경제성장률 추이입니다. 오른쪽을 보면 1991년-2015년까지 2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0.9%에 그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적 무기력이 젊은이들의 개혁 의지마저 꺾은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일본 사회는 너무 '저항 문화'가 없습니다. 최근 경제산업성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및 피해자 손해배상금액을 모두 20조 엔(210조원) 정도로 추정했습니다. 기존 추정액보다 2배 가량 늘어난 겁니다. 대부분은 국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으로 전가될 전망입니다.
그런데도 일본 사회는 조용합니다. 인터넷에 불만의 목소리는 있지만, 거리로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쇼가 나이(어쩔 수 없어)'라는 반응입니다. 원전 재가동 문제, 후쿠시마 오염토 처리 문제, 연일 이어지는 과로사 자살 문제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3월 보육원 부족문제로 일부 여성들이 시위를 벌인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정부가 해주는 정책 수준에 그냥 만족하기 일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