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원(김희애)의 검찰진술>
처분에 맡겨야 줘 뭐.
그 사람들
이제나저제나 벌벌 떠는 것만으로도
이미 벌을 받는 거니까.
넘겨드리기 전까지는
계산을 많이 했죠.
그쪽하고
협상을 할까도 싶었구요.
그런데 그랬다간
평생 그 집
개로 살 거 같았어요.
<오혜원의 법정 최후진술>
저는 지금
오직 저 자신한테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한성숙 이사장,
서필헌 회장을 대신해서 피고석에 앉아 계신 홍태영 이사,
그리고 변호인단을 총지취하시는 김인겸 전무님까지
저분들이 어떤 벌을 받건 관심이 없습니다.
제가 주범이 아니라는 말로 선처를 구할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행한 모든 범법행위는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니고
오직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잘못된 거죠.
그 덕에 저는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법인카드, 재단 명의의 집, 자동차, 고용인.
저의 성장배경이나 저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라
그 모든 걸 다 제 걸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제가 포기한 음악의 세계에도 맘껏
힘을 행사하고 싶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었던 것처럼, 유전자에 저금이 돼 있는 것처럼
아무도 뺏지 못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정말 뜻하지 않게 제 인생에
대차대조표가 눈앞에 펼쳐졌어요.
그렇게 사느라고 잃어버린 것들,
생각하기도 두렵고 인정하기도 싫었던 것들이 제게 물었습니다.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거냐'구요.
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제 인생에 명장면이죠.
난생 처음 누군가 온전히 저한테
헌신하는 순간이었어요.
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도 아니고
절절한 고백의 말을 해준 것도 아니었어요.
그 친구는 그저
정신없이 걸레질을 했을 뿐입니다.
저라는 여자한테
깨끗한 앉을자리를 만들어주려고 애썼던 것 뿐이었는데.
전 그때 알았습니다.
제가 누구한테서도
그런 정성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걸.
심지어 나란 인간은
나 자신까지도
성공의 도구로만 여겼다는 걸.
저를 학대하고 불쌍하게 만든 건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러고 살면서
저도 기억할 수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한테
상처와
절망을 줬겠죠.
그래서 저는
재판 결과에 승복하려고 합니다.
어떤 판결을 내려주시던 항소하지 않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멋지지 않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