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동안 부모의 방임, 형제의 괴롭힘, 경제적으로 불우한 가정에서도 불행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막연히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고, 인생도 잘 풀릴거라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일 잘하려 했고, 생각처럼 잘 풀려주었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명문대학에 가고, 취직을 하고, 친정 식구들과는 전혀 다른 배경의 훌륭한 남편 만나 결혼도 했습니다.
결혼 이후 달라진 생활에 행복했고 그동안 남들이 겪지 않는 힘든 일을 잘 이겨내 왔고,
앞으로 별일 없이 평탄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예전에 힘든일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숨쉬기도 힘들만큼의 괴로움 속에 살고 있습니다.
행복한 가운데 아이를 낳고, 내 어린시절과 다른 행복한 가정에서 열심히 키우고 싶어 공부도 많이 했지만,
육아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먹는 것 자는 것 의사소통도 힘들어 검사해 본 결과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아스퍼거라고 했습니다.
병원에서 권하는 치료를 받고, 부모 교육도 받고, 약물 치료도 하고 뭐든 하면 나아질거라고 생각하고
희망도 가져보고 성장한 모습에 기뻐하기도 하고 그렇게 10년이 흐른 지금까지 왔습니다.
어리니까 크면서 좋아질거야. 장점도 있으니 잘 클거야. 힘들때마다 그렇게 생각하고 위로하고 다짐하고...
하지만 마음속 깊이 아이를 정말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저랑 너무 다른 성향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들어 그저 이해하는 척 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사람에게 피해 주기를 너무 싫어하고, 지적받는 것을 괴로워 하는 완벽 주의자인 저에게 아이가 하는 눈에 띄는 행동이나 단체생활에서 받는 지적들이 너무 괴롭고 힘듭니다.
아이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시도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합니다.
이런 점이 아이의 장점을 다 가리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엄마로써 대처하는 것이 너무 힘에 부칩니다.
작년까지 선생님들께서 도움도 주시고 저도 같이 협력해서 잘 지내왔는데, 올해 선생님은 아주 사소한 문제까지
사사건건 연락 하시며 저보고 해결하라 하십니다.
당연히 엄마인 제가 아이에게 가르쳐 주고 설득도 하고 회유도 하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이 병들어 가네요. 연락 받고 아이에게 그러지 말자고 이야기 하고, 병원 상담갈때 이야기 드리고 조언 듣고...하고 있는데 그 사이 상처 받은 제맘은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긍정적이고 밝고 자신감 있던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누구와 눈 마주칠까 피하고, 전화벨 소리에 깜짝깜짝 놀라고 아이 돌보느라 꼭 필요한 스케줄 아니면 밖에 나가지도 않네요. 가족에게 피해주지 않고 어떻게 죽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고,
지옥속에서 살고 있는 느낌이네요.
상의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양쪽 부모님께도 힘든 이야기는 전혀 드리지 않고 병원 다니고 약먹고 학교에서 문제 있고 전혀 말씀드리지 않고 있고, 남편은 마음으로는 도와주지만 바쁘기도 하고, 어쨌든 아이와 아이의 사회생활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저 혼자 입니다.
아이앞에서 억지로 웃어주고 다른 가족들에게 잘 지낸다 말하는 것이 점점 힘들기도 하고,
이렇게 아픈 마음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까 두렵기도 하네요.
오늘도 아이가 학습지 푸는 시간에 짜증낸다는 선생님 연락 받고 혼자 울다가
아이 집에 돌아오기전에 마음 가라 앉히려고
늘 위로받는 이곳에 글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