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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집회참가자 분들께 사과합니다. ; 어제 집회현에서는 이런 일이!

꺾은붓 조회수 : 1,226
작성일 : 2016-11-20 16:47:42

11월 19일 집회참가자 분들께 사과합니다. ; 어제 집회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먼저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필자의 간단한 신상을 밝히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1948년생으로 늙었다면 늙었고, 100세 인생 시대라고 하는데 아직 한참이라면 한참일 나이입니다.

  아직까지도 쓰고 있는 전화가 <019-????-????>이다보니 전화로 서로 통화하는 것과 문자를 주고받는 것 이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물론 019전화에도 수많은 기능이 있지만 그런 건 하나도 할 줄 모르고 오직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는 것 이외에는 할 줄을 모릅니다.

  스마트폰인지 뭔지는 온갖 것을 다 하고 인터넷이나 TV의 실시간 시청까지도 가능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그 즉시 알 수 있지만, 저는 그러지를 못 합니다.

  그래서 제 글을 읽어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원래 글을 좀 길게 쓰기도 하는 성향이지만, 사진 한 컷 올릴 줄을 몰라 그걸 설명으로 대신하자니 불가피하게 글이 좀 길어집니다.


  11월 19일 11:00경 광화문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시민들은 많이 나오지 않았고 시청광장에서 오후 1시부터 시작예정인 한국노총조합원들의 집회도 단상과 무대를 설치하는 중이었습니다.

  세월호농성장 주변에서 아는 분들을 만나 이 얘기 저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나올 까 하고 시청광장과 광화문광 오가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텅 비었던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이 차츰 시민들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 시청광장에서 광화문광장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웬 60대로 보이는 남성이 안고 가는 박스위에 신문지가 덮여 있길 레 곁눈으로 훑어보았더니 아- 글쎄 “박근혜 하야 발표”라는 큰 타이틀 제목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 타이틀 제목 밑에는  JTBC의 뉴스화면에 박근혜가 예의 그 검은 옷을 입고 국민에게 머리 깊숙이 숙이고 있는 장면이 나왔고 그 밑에는 “혼자 내린 첫 결정이자 마지막 결정”이라는 붉은 색 안에 흰색 글씨로 쓰여 진 화면 설명이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몸이 허공에 떠서 구름 위를 떠가는 기분이었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박근혜 말대로 “아- 내가 이 날을 보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구나!” 싶었습니다.

  그 남성에게 신문을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라고 했습니다.

  그 옆 서울신문사 ~ 덕수궁 사이 태평로 아스팔트위에 앉아계신 시민들을 보았더니 그 앞에도 <박근혜하야 발표>라는 신문호외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더 이상 보고자시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박근혜가 국민들의 분노에 더 이상 견디지를 못 하고 급기야는 하야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세월호 농성장으로 달려가서 흰 스티로폼 판때기 위에 즉석에서 매직잉크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애국시민 여러분!

드디어 해 냈습니다.

<박근혜 하야>

여기계신 한분 한분이 이<민주혁명>의 자랑스러운 <주인공>이십니다.

박근혜 퇴임하면 여러분들이 <대통령>이십니다.


  비몽사몽 꿈속을 헤매는 기분으로 문장을 가다듬을 필요도 없이 즉흥적으로 생각 내키는 대로 큰 글씨로 휘갈겨 썼습니다.

  그러고 나서 판때기를 양팔로 높이 쳐들고 앉거나 서서 집회연사의 연설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계신 군중들에게 돌아가면서 보여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기를 한 시간 여, 그런데 차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날 집회 날 같았으면 그러는 저를 보고 수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어떤 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저를 응원해 줬고, 더러 젊은 여성들은 아버지뻘 같은 저를 스스럼없이 달려와서 허리를 감싸 안고 포옹을 해 주었고, 과자를 먹고 있던 분은 제 입에 과자를 넣어주고, 같이 사진을 찍는 분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그러기는 고사하고 모두다 글을 읽고 나서 저 사람이 왜 저러고 있나? 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저는 박근혜하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헌데 집회를 이끌어가는 단상의 사회자나 연사로 나선 사람들도 하나같이 “박근혜의 즉각적인 퇴진”과 무조건 “박근혜 하야”를 반복해서 외치며 연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생각한 즉시 세월호 농성장으로 달려가서 아는 사람 몇 분을 붙들고 박근혜하야를 보도하는 호외신문을 보여줬더니 그분들이 고개를 갸우뚱 하며 스마트폰을 손가락으로 열심히 눌러대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오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리가 있나?

  저는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아니, 믿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지를 않았습니다.

  그제 서야 돌아가는 상황을 어렴풋이 짐작한 저는 불이 밝은 데를 찾아가서 신문 호외 판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호외를 발행한 신문사의 이름은 <광장신문>이라는 처음 듣는 신문사 이름이었습니다.

  제가 호외를 깊이 살펴보지도 않고 믿었던 것은 호외 판이 정규신문사가 발행하는 신문과 크기나 구성이 똑 같았고, 그 무엇보다도 믿음이 갔던 것은 사진화면 상당 오른쪽 위에 흰색의 선명한 글씨 <jtbc)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호외의 기사를 껑충껑충 뛰어 대충 읽고 나니 기사의 맨 끝에 <송경동 기자(시인)>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 기사기 실린 1면 우측 하단에 밑으로 길게 편집한 <하야 성명 전문>제목의 글씨가 아주 작은 박스가사를 눈을 씻어가면서 어렵게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그 박스기사 맨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이런 설명이 곁들여져 있었습니다.

  "이 기사들은 <광장신문발행위원회>가 시민들의 꿈과 열망을 담아 가상으로 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하는 부연설명이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명약관화 해 졌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것이었습니다.

  아니, 제가 속은 것이었습니다.

  몸은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었고, 세상 끝날 같은 참혹함과 절망감에 어찌해야 할 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오보”가 아니라 “허위”나 “소설”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이런 허위인쇄물을 무작위로 시민들에게 뿌린 심정만은 이해합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고서 시민들을 기쁘게 해 주고자 이런 짓을 했다 해도, 그랬더라면 신문의 상단에 타이틀 글자와 같거나 조금 작은 크기의 글씨로 “픽션”이나 “가상으로 구성한 글”이라는 설명을 분명히 하고나서 소설을 써 내려가야 했습니다.

  그 허위신문을 뿌려댄 시간대가 해가 져가는 어둠이 내려깔리기 시작하는 시간대여서 젊은이들도 가는 글씨는 읽기가 어려운 시간대였습니다.

  그들이 그 시간대에 맞춰 이런 허위 호외를 뿌려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솔직히 상식이하의 박근혜난정에 분노를 참을 길이 없어 집회에 나온 수많은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에 다를 바가 없습니다.

  비탄에 빠져 참혹한 기분으로 세월호 농성장 의자에 앉아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다 선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이미 밤 10시를 지나고 있었고 시민들이 떼를 지어 손에 손에 촛불을 켜 들고 발길을 집으로 돌리고 있었습니다.

  그 시민들을 그대로 돌려보내 드릴 수가 없어 다시 스티로폼 판때기에 다음과 같이 써서 그분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했습니다.


촛불 든 당신 손이 아름답습니다.

이 어둡고 더러운 세상

당신이 밝힌 촛불만큼 세상이 밝아지고 깨끗해집니다.

박근혜 퇴진하면 그 때는 당신이 다음 <대통령>이십니다.

라고 써서 집회에 참가하셨던 시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런 공개된 지면에 특정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2008년 6월 노무현대통령의 분향소가 차려졌던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송경동씨와 저와는 서로 잊을 수 없는 욕설과 멱살잡이까지 가는 논쟁을 벌인 악연이 있습니다.

  뒷날 그 경위를 글로 쓸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

  

  다음 토요일(11월 26일)

  서울에서 대규모 5차 집회가 예정된 날입니다.


  그날 광화문광장에 나갔다 또 송경동씨가 눈에 띄면 아쉽지만 저는 발길을 집으로 돌리렵니다.

  어제도 세월호 농성장에 잘 나타나지 않던 그가 세월호농성장에 정오쯤에  나타나 바삐 오갔고 저와 눈이 마주치기도 했지만 서로 아옹다옹했던 기억이 있고 서로 얼굴을 알아 서로 눈이 마주치는 것을 의식적으로 피했습니다.

  그런데 뒤에 그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어제 광화문광장일대에서 제가 들고 돌아다닌 <박근혜 하야>라는 헛소리를 휘갈겨 쓴 피켓을 보시고 한없는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지셨을 수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었습니다.

  용서를 빌지 않겠습니다.dㅔㅅ

IP : 119.149.xxx.232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11.20 4:57 PM (121.100.xxx.57) - 삭제된댓글

    가상으로라도 하야발표 죄값을 달게 받겠습니다..최씨일가와 거둔 모든 재산을 한푼 남김없이 국고로 환수하겠습니다...기타 문구들이 눈에 띄었여요 다들 염원하면서 미리 그 기쁨을 만끽하고자
    촛불집회 온 국민들은 그런 가상의 기쁨이라도 만끽할 자격이 된다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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