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거대한 여객선으로, 국민은 여객선의 지분을 가진 승객들로, 대통령은 그 승객들이 고른 선장으로, 공무원들은 선장이 고른 선원으로 비유하여 말씀드려보겠습니다.
대한민국호 승객들은 매5년마다 선장을 고릅니다. 선장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초대형선박 항해면허 소지자이어야 하며, 항해 잘하기로 소문이 난 사람들로서 어떤 선장이 좋을까 고를지 힘들 정도로 짱짱한 실력자들입니다.
선장은 5년동안 안전하고 쾌적하게 대한민국호를 목적지까지 몰고가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선원들은 선장을 도와 승객들을 잘 모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뽑은 선장이 자주 이상한 방향으로 대한민국호를 몰고가는가 하면 배가 수시로 휘청거리기도 하고,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 선원들을 자주 채용하고, 심지어 승객이 바다에 빠져도 헤엄쳐서 나오라고만 할뿐 구해주지도 않습니다. 선원으로서 승객들께 이러면 안된다고 하는 선원들은 승객 몰래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그때마다 승객들은 아주 맘에 안들었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선장과 선원들을 믿고 불안한 여정을 이어가던 중 거의 배가 뒤집힐 정도의 큰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에 놀란 승객들이 조타실로 몰려가 안을 잠깐 살펴보니 승객들이 뽑은 선장이 아니라 한번도 본적이 없는 이상한 여자가 배를 몰고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항해면허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술 냄새도 풍깁니다.
승객들은 선장을 찾습니다. 선원들은 선장이 어디있는지 잘 모르고 있으며 우왕좌왕하며 거짓말 하기에 바쁩니다. 어렵사리 선장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선장은 술에 만취하여 몸을 가누기도 힘듭니다. 결정적으로 선장조차도 초대형선박을 몰 수 있는 항해면허가 없습니다. 게다가 미안하단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은 이런 큰 배를 몰아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비록 면허는 없지만 평소 감에 따라 기가 막히게 배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잘 아는 사람에게 대신 조타실을 맡겨도 되지 않냐고 오히려 큰소리 칩니다.
승객들은 기가 막혀 하면서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해법이 갈립니다. 어떤 승객은 비록 선장이 면허도 없지만 항해 중간에 바꾸기도 뭣하니 술에서 깨어나면 제대로 항해하라고 단단히 당부하면 될거라고 합니다. 어떤 승객들은 도저히 불안해 못맡기겠으니 당장 선장을 조타실에서 쫓아내고 승객들 중 항해면허가 있는 사람에게 임시로 조타실을 맡겨 가까운 항구로 일단 들어가 선장을 새로 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처음엔 쭈뼛쭈뼛하며 조타실에서 나올 것 같은 선장이 어디서 무슨 말을 들었는지 갑자기 조타실에서 못나오겠다고 버팁니다. 승객들은 기가 막혀합니다. 배가 산으로 갈 지경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승객이신지요?
저는 어떻게든 선장을 조타실에서 끌어내야 한다는 쪽입니다. 면허도 없을 뿐더러 언제 또 술에 취해 배를 몰지, 또 어떤 이상한 사람을 조타실로 데려 올지 알수 없는 선장에게 불안해서 다시 배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배가 산으로 가건말건 조타실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선장을 어르고 달래고 야단치고 정 안되면 해양경찰에 연락해서 억지로라도 꺼내야할 것 아닌가요?
상습 무면허음주 선장보다 대통령이 100만배는 더 위중한 것 아닌가요?
갑자기 타이타닉호가 떠올라 끄적대 봤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