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작년 수능

조회수 : 852
작성일 : 2016-11-17 10:23:59

저희 작은애가 97년생으로 작년에 수능을 봤어요.

자라오면서 특별히 애먹이지 않고 컸는데 사춘기라고 틱틱거리는 말투는 좀 하더라고요.

고3 되고 참 자주 울더라고요.

어떤때는 샤워를 너무 오래해서 욕실앞에서 귀 기울여 보면 흐느끼며 울고 눈이 빨개져서 나오곤 했어요.

그저 우는 어깨나 등을 슬그머니 쓰다듬는다든지, 아예 모른채 하든지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뭐라 할말이 없더라고요.

어찌 되어도 괜찮으니 걱정말아라.. 이게 해줄수 있는 말의 전부였던거 같아요.


수능날, 평소 먹던대로 도시락을 싸주고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곧바로 출근을 했었어요.

일을 해도, 쉬어도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겠는걸 큰아이 2번의 수능으로 이미 알기에 말예요.

수능 시간표를 보고 또 보면서 기도 하고 기도하고...

시험장 앞이 혼잡할테니 근처 카페를 정해서 만나기로 했었어요.

만나기로 한 카페에 들어서니 아이가 등을 보이고 앉아있더라구요.

마주앉아 얼굴을 보니....이미 너무 울어서 얼굴이 온통 빨간거예요.

한산한 카페였지만 몇몇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자리를 피해주더라고요.

카페 주인은 티슈 듬뿍과 따뜻한 물을 더 갖다 주면서 괜찮다고 눈짓하시고...ㅠㅠ

지금 생각해도 고맙더라고요.

평소보다 못보긴 했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은 발표수업이니 뭐니 하며 바쁘게 지내요.


출근길에 교통경찰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오늘이 수능이더라고요.

내자식 전부 수능 마쳤다고 이젠 잊고 사네요.

이런 저런거 다 잊고 살아도 세월호는 못잊겠어요. 잊어서도 안되고요.

온 가방에 노란 리본 달고 다니는 우리 딸을 보면 더 그래요.


오늘 수능수험생 두신 부모님들..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울어도, 웃어도 그 누구보다 아이가 제일 힘들테니까요.

오늘 하루 기도 많이 할게요.^^




IP : 211.227.xxx.7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11.17 10:51 AM (1.224.xxx.44)

    에휴 ...샤워하면서 울었다는 대목에서 짠하네요ㅠ
    그래요..당사자인 아이들만 하겠어요.
    다들 무탈하게 잘 치길 저도 기도 할게요.
    근데 따님이 세월호 아이들이랑 동갑이네요. 좀 더 남달랐겠어요.

  • 2. 아이 기다리며
    '16.11.17 11:11 AM (211.217.xxx.196)

    눈물이 찔끔 납니다

  • 3.
    '16.11.17 11:46 AM (211.227.xxx.76)

    세월호 아이들이랑 동갑이라 더 그런지 몰라도 주변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힘들더라고요. 생각지도 못하게 먼저간 아이들이나 곧 만나게 될줄 알고 기다리다 남겨진 아이들의 부모를 생각하면 정말 너무나 슬퍼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31317 레지나 줄눈시공 해보신분 계세요? 2 질문 2016/12/21 1,456
631316 어제새벽에 33유부녀 진로상담 적은글 어디갔어요? 4 한심 2016/12/21 1,124
631315 사과 한박스 선물 받았는데 3 사과 2016/12/21 1,536
631314 김영재 의사는 학력이 어떻게 되나요? 6 궁금 2016/12/21 4,334
631313 jtbc 태블릿은 최순실의 것이 맞는가? 21 길벗1 2016/12/21 1,937
631312 황교안."사이버전쟁은 이미 시작됐다"ㄷㄷㄷ 3 누구와요?ㄷ.. 2016/12/21 806
631311 어제 정봉주종편방송 보셨죠.자막ㅋㅋㅋㅋ 21 ㅇㅇ 2016/12/21 4,384
631310 급질..한쪽팔에 힘이 없다는데요 5 asd 2016/12/21 2,607
631309 어제 조회했던 휴면계좌 내역이 사라졌어요 1 귀신이 곡할.. 2016/12/21 1,231
631308 서른에 워킹홀리데이 가면 너무 철이 없나요? 49 .. 2016/12/21 4,319
631307 다시보는 세월호 다음날 jtbc손석희와 유가족인터뷰 6 .. 2016/12/21 1,216
631306 30대 중반..이제까지 뭐하며 살았나 자책하게 되네요 18 .... 2016/12/21 10,031
631305 오늘부터 식이.시작햇어요. 3 2016/12/21 930
631304 속보)특검..정유라 체포영장 발부받아..여권무효화 착수 26 .... 2016/12/21 4,681
631303 뉴스포차 1회-탐정 안민석 "감추는 자, 범인이다&qu.. 3 뉴스타파 2016/12/21 613
631302 24일 산타축제는 점점 더 진화합니다(2) 30 빼꼼(벌초녀.. 2016/12/21 2,457
631301 청와대는 제3지대에 반기문옹립 기획중 7 먼지투성푸른.. 2016/12/21 562
631300 최순실 박근혜 전화통화.swf 17 Real 2016/12/21 3,903
631299 초등수학지도사 온라인 강의 아무곳에서나 들음 되나요? ..... 2016/12/21 506
631298 신랑이 차라리 잘 됐대요... 13 새눌 박살 2016/12/21 5,936
631297 미씨님들 국회 이싸이트에서 박근혜 월급 중지 사인 해주세요 친박.. 4 silly 2016/12/21 558
631296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인, 이번 혼란도 잘 이겨낼 것&.. 4 국민은멋지다.. 2016/12/21 735
631295 의료계에 종사한다는 어떤 여자의 고양이 학대 서명 부탁드립니다... 10 345 2016/12/21 1,211
631294 자동차정기검사 4 에고고 2016/12/21 1,248
631293 세월호 수사 방해…짙어지는 김기춘ㆍ우병우 그림자 6 세우실 2016/12/21 7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