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작은애가 97년생으로 작년에 수능을 봤어요.
자라오면서 특별히 애먹이지 않고 컸는데 사춘기라고 틱틱거리는 말투는 좀 하더라고요.
고3 되고 참 자주 울더라고요.
어떤때는 샤워를 너무 오래해서 욕실앞에서 귀 기울여 보면 흐느끼며 울고 눈이 빨개져서 나오곤 했어요.
그저 우는 어깨나 등을 슬그머니 쓰다듬는다든지, 아예 모른채 하든지 했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딱히 뭐라 할말이 없더라고요.
어찌 되어도 괜찮으니 걱정말아라.. 이게 해줄수 있는 말의 전부였던거 같아요.
수능날, 평소 먹던대로 도시락을 싸주고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곧바로 출근을 했었어요.
일을 해도, 쉬어도 어차피 아무것도 못하겠는걸 큰아이 2번의 수능으로 이미 알기에 말예요.
수능 시간표를 보고 또 보면서 기도 하고 기도하고...
시험장 앞이 혼잡할테니 근처 카페를 정해서 만나기로 했었어요.
만나기로 한 카페에 들어서니 아이가 등을 보이고 앉아있더라구요.
마주앉아 얼굴을 보니....이미 너무 울어서 얼굴이 온통 빨간거예요.
한산한 카페였지만 몇몇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자리를 피해주더라고요.
카페 주인은 티슈 듬뿍과 따뜻한 물을 더 갖다 주면서 괜찮다고 눈짓하시고...ㅠㅠ
지금 생각해도 고맙더라고요.
평소보다 못보긴 했지만 대학에 입학하여 지금은 발표수업이니 뭐니 하며 바쁘게 지내요.
출근길에 교통경찰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오늘이 수능이더라고요.
내자식 전부 수능 마쳤다고 이젠 잊고 사네요.
이런 저런거 다 잊고 살아도 세월호는 못잊겠어요. 잊어서도 안되고요.
온 가방에 노란 리본 달고 다니는 우리 딸을 보면 더 그래요.
오늘 수능수험생 두신 부모님들..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울어도, 웃어도 그 누구보다 아이가 제일 힘들테니까요.
오늘 하루 기도 많이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