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같이 정말 시끄럽고 답답한 시기에,
나라 일들이 귀에 마음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저 역시 시끄럽고 답답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니 일기장에 써라,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글 쓰느냐는 타박은 속으로만 해주시고요...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답답한 마음에 글 시작합니다.
맏며느리입니다.
아들만 셋있는 집 맏며느리입니다.
무식하고 돈만 아는 사람들인 거 몰랐습니다.
교양있는 척 하는 지도 몰랐습니다.
지인 소개로 만나 결혼했습니다.
결혼 얼마 앞두고 남편이 주사가 심한 거 알고 파혼하려고 했습니다.
친정에서 반대했습니다. 이미 소문이 다 나서 다른 곳 시집도 못 간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예단 예물이 화려했습니다.
결혼하니 그 예물들 시어머니가 보관한다고 다시 다 가져갔습니다.
시어머니 패물들이었습니다.
돌아가신 후에 저에게 해준 패물들 처리하려고 보니 비취는 200원짜리 초록 유리알, 수정은 천 몇 백 원짜리 유리알.
순금과 다이아만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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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82 많이 봅니다. 누군지 알 것 같아 중간에 지웠습니다.>
이런 친정이 숨 막혀 그냥 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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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살이 대단했습니다.
제 월급 다 내놓으라고, 당연한 듯 요구하고 출근할 때마다 하루 치 점심값과 토큰 배급 받아서 다녔습니다.
시어미니는 새벽 5시에 제 방문 앞 걸레질을 하면서 부시럭댑니다.
5시에 일어나 청소, 아침 설거지까지 다 하고 맨 얼굴로 출근해서 온종일 정신없이 일하다 퇴근하면
부엌에는 하루치 설거지가 산더미입니다.
밥은 해 놓습니다.
딱 거기까지 입니다.
힘들어 밥 안 먹거나 조금 먹으면 난리납니다.
한 상에 시아버지, 시어머니, 시동생 둘러 앉아 먹던 숟가락으로 찌개에 들락거립니다.
저 안 먹으면 난리납니다.
물 말아 먹으면 난리납니다.
그 자리에 남편은 없습니다.
매일 술로 인사불성 새벽에 들어옵니다.
시어머니는 말합니다.
우리 애가 인간성이 좋아 서로 술 마시고 싶어한다. 얼마나 대견하냐.
시아버지는 신혼인데 며느리가 화장도 안 하고 살갑게 못 하니까 남편이 밖으로 돈다.
가장 좋을 때 뭐하는 거냐고 막말고 거침없이 했습니다.
휴일이면 남편은 온종일 자거나- 자는 남편 깬다고 방에 못 있게 했습니다. - 직장 동료 여직원이랑 놀이공원 다녔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휴일에 남편 없으면 시어머니는 친척들 불러들입니다.
아니면 친구들 불러들여 온종일 일시킵니다.
손목을 삐긋하여 깊스했습니다. 시동생이 빈정거립니다. 일하기 싫어 일부러 그랬다고.
오죽하면 시어머니 친구가 며느리 그만 부려먹으라고 대놓고 얘기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어느 날 제 주민증 달라고 합니다.
이유를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제 이름으로 20년 전, 그 당시 대출을 2천만 원 받아 밍크코드 사 입고 왔습니다.
그래도 남편 월급 다 바치고 살았습니다.
남편 월급을 제가 가지고 생활비 주겠다는 말을 얼핏 비쳤다가 며칠 동안 시어머니 통곡하는 소리에 혼이 나갔습니다.
일 년만에 겨우 분가했습니다.
옆집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불효했다는 핑계로 또 술 마시고 와서 집기 던지면서 행패부렸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식사마다 같이 밥해먹고, 빨래도 하고, 냉장고 정리도 해야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살았습니다.
십 년전...
이런 말 하면 못 됐지만...
드디어 두 분이 다 돌아가셨습니다.
이번에는 시동생들이 들들 볶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술 마시느라 모릅니다.
숱하게 싸웠습니다.
아이들도 아버지에 대해 신경끄고 싶다고 합니다.
이렇게 살은 것이 억울해 이혼도 억울합니다.
이혼해도 애들 학비는 비정규직 제 월급으로 감당이 안 됩니다.
양육비 줄 사람아닙니다.
지금도 용돈을 월급의 반 달라고, 생떼 씁니다.
이혼 얘기 나왔더니 집 팔아 반 달라고 합니다.
술값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제사때도 시동생 안 옵니다.
지방이라고 안 오고, 동서가 아프다고 안 오고.
오히려 살 것 같았습니다.
지난 달 시어머니 제사 지냈습니다.
제가 독감으로 굉장히 아팠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카드 긁고 술마시느라 안 들어오는데
문자로 니 엄마 제사라고 했더니 그 날은 초저녁에 들어왔습니다.
제사 간단히 하라고 합니다.
정말 간단히했습니다.
냉동 동그랑땡 반 봉지 부치고, 적은 고기 대신 두부 한 모 부치고,
나물은 안 먹으니까 안 하고, 국도 그냥 남으니까 즉석 미역국 물 부었고요,
과일은 아이들이 잘 먹으니까 7가지 준비했습니다.
북어포도 안 올렸습니다.
아이들 잘 먹는 생선 3마리 구웠습니다.
식혜는 한 병 샀습니다.
약과, 옥춘 안 먹어서 안 했습니다.
한과는 추석 때 쓰고 남은 거 반 봉지 올렸습니다.
정말 간단히했습니다.
남편도 한 말이 있었는지 얼굴만 굳히고 아무 말 안 합니다.
저도 일체 말 한 마디 안 했습니다.
그렇게 제사 끝났습니다.
다음부터 제사 안 지낼 겁니다.
그런 말 안 했습니다.
봐서 명절도 안 지내거나 설날만 오늘처럼 간단히 지낼 겁니다.
속으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벌렁거리기는 해도 이행할 겁니다.
시부모 없으니 이제는 제 성질(?)대로 좀 하고 삽니다만, 제 젊은 날이 억울해서 미칠 것 같습니다.
집안 경제가 넉넉하지도 않고, 가끔 비정규직으로 며칠 씩 일 나갑니다.
그러니 혼자 여행 이런 거 못 합니다.
아마 혼자 갔다면 몇 년 동안 잊을 만하면 저를 달달 볶을 겁니다.
절대 친정 상황에 떠 밀려서 결혼하지 마세요.
결혼 초에 이상하면 바로 이혼하세요.
아이도 소중하지만, 자신이 더 소중합니다.
이제와서 이런 것들이 가슴 터지게 억울해도 소용없습니다.
남편과 말 안 한지 한 달이 넘습니다.
지나가는 부부들 보면 눈물이 납니다.
주말도 어제도 오늘도 또 술 마시는 남편-
회사에서 산재처리 되는 범위 안에서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이 지옥이니 요즘 나랏일이 덜 지옥같습니다.
이런 시국에 이런 글 미안합니다.
더 가슴아프게 하는 댓글은 남기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