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사보에 실린 JTBC '최순실 태블릿PC' 특종 뒷얘기_"아직도 끝난게 아니다"

... 조회수 : 1,620
작성일 : 2016-11-04 13:43:10

<끈기와 믿음 '최순실 파일' 파헤친 비결>

# 끝난게 끝난게 아니다 
9월 말 전진배 사회2부장이 처음 ‘미르팀’을 꾸리며 팀원들에게 던진 일성(一聲)이다. 사실 ‘게임’은 끝나보였다. 타 매체에선 이미 특종기까지 지면에 쓰던 마당이었다. 처음 회의실에 모인 팀원들이 물었다. “이제 뭘 해야 될까요?” 화이트보드에 등장인물과 주체를 하나씩 그리며 선을 이어갔다. 대기업-전경련-미르재단-청와대- 차은택-최순실까지. 막상 그림을 그리고 보니 실제로 끝난게 아니었다. 서로를 잇는 연결고리는 말 그대로 비선(秘線)이지 정작 실선 (實線)이 없었다. 전경련이 대기업에 강제모금한 정황, 청와대의 배후의혹, 그리고 비선 국정개입까지 모든건 아직 점선이었다.

#2. “비선이 또 있었어요. 대통령 가방이라고....”
미르재단 관계자를 만나겠다는 보고만 던지고 며칠새 사라졌던 심수미가 나타나 다급하게 나를 보도국 회의실로 끌고 갔다. ‘비선의 비선’인 고(高) 모씨의 존재를 듣고 온것이다. 대통령 가방을 만들었다는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 고씨의 등장 으로 퍼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차은택-고영태-최순실의 관계가 실선으로 변했다. 찾아가야 할 현장이 눈에 띄게 늘면서 팀분위기는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처음 도착한 현장에서 입수한 문건과 증언이 하나하나 기사가 됐다. 하지만 고씨에게 직접 들은 증언 중 하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도 고친다더라고요.” 문제는 확인이었다.

#3. “선배, 최씨의 사진 같아요.”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PC 입수가 결정타였다. 최씨 셀카 사진부터 대통령의 미공개 휴가 사진까지. 특히 대통령 연설문과 국가기밀 문건이 담긴 e메일 캐시 폴더를 열어 볼때는 손이 떨렸다. 열람시간을 확인한 결과 최씨는 이 모든 파일을 사전에 받았다. 셀카사진이 최씨가 맞다는 전문가 분석과 최씨가 태블릿PC를 사용했다는 증언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이때가 가장 큰 위기였다. ‘만약 이게 최씨가 사용한 태블릿PC가 아니라면...’. 전 부장을 비롯한 팀원들이 비밀 아지트에 모여 수많은 가능성을 검토했다. 결국 태블릿PC 속 최순실 파일이 모든걸 말해준다고 믿었다. 아지트에선 김태영과 박병현이 200개 넘는 파일의 흔적을 분석해 나갔다.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물러설 곳은 없었다. 미르팀도 보안상 최씨와 청와대를 의미하는 C&BLUE팀으로 바뀌었다.

#4.‘PRESIDENT’ ‘유연’ ‘narelo’. 군복무 사진병 출신 김필준이 제대로말을 잇지 못했다. 대통령휴가 사진을 편집한 PPT파일 정보 에서 작성자인 ‘PRESIDENT’를 찾아낸 것이다. 한글 문서정보에서 등장한 작성자 아이디들이 청와대 실세 e메일 아이디, 최순실씨 딸의 개명전 이름‘유연’으로 확인되면서 전율이 찾아왔지만 곧이어 밀려온 건 상실감과 자괴감· 분노였다. 그들은 왜 그랬을까.

#5. “최씨가 잘하는 건 연설문 수정” 파일 분석을 마치고 찾아온 고민은 보도 이후였다. ‘그들이 모든걸 부인한다면...’. “회장(최순실)이 잘하는건 연설문 고치는것”이라는 고씨 발언을 토대로 보도가 나간 후 ‘상대’ 반응을 기다렸다. 최순실 파일을 통해 팩트는 확인한 뒤였다. 청와대에선 “지금이 봉건시대냐”는 입장을 내놓았다. 우리는 다음주 월요일(24일) ‘대통령 연설문 수정’과 화요일 ‘국가기밀 사전 입수’ 순서로 보도를 준비했다. 일요일(23일) 저녁엔 전부장이 진행하는 뉴스룸에 서복현이 출연해 연설문 수정에 대한 정황을 갖고 있다며 내일 뉴스를 암시했다. 하지만 월요일 오전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이라는 엄청난 카드를 제시했다. ‘과연 우리 보도가 개헌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잠시, 보도국 회의를 다녀온 전부장이 말했다. “그대로 준비합시다.”

#6.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
보도 다음날 곧바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하지만 최씨국정개입은 ‘연설문과 홍보’라며 선을 그었다. ‘최씨, 국가기밀 문서도 사전입수’ 보도가 이어졌고, 다음날엔 최씨가 직접 언론에 등장해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래서 최씨 ‘셀카 사진’ 과 대선비선캠프 ‘마레이컴퍼니’ 를 공개했다. 일각에선 이번 보도를 상대대응에 따라 대처하는 ‘신개념보도’라고 했다. 그 상대가 지난4년 간 국정을 농단해온 최씨였던 만큼 우리는 어떤 반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준비했다.

앞만 보고 달리는 팀원들을 다독거린 전진배 데스크, 무엇보다 손석희 사장과 오병상 보도총괄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에 감사 드린다. 10월 31일 뉴스룸의 앵커브리핑 멘트처럼 지난 10월은 우리에게 그저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결코 잊을수 없는 계절로 기억될 것 같다. 취재TF가 미르팀에서 출발해 지금은 C&BLUE가 됐지만 아직도 끝난게 아니다. 

손용석 특별취재팀장·JTBC

IP : 121.131.xxx.5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나무
    '16.11.4 2:56 PM (147.6.xxx.21)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JTBC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 2. 대단
    '16.11.4 5:06 PM (165.132.xxx.154)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신거죠. 박수드립니다.감사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19203 청와대 "세월호 비극은 '언론 오보' 때문" 29 ㅇㅇ 2016/11/19 3,539
619202 이시국죄송)충청도분 사투리 좀 도와주세요 ㅠㅠ 6 충청도 2016/11/19 613
619201 다시 한 번. 그것이 알고.. 2016/11/19 257
619200 광화문 경찰버스래요 ㅋㅋ 15 ... 2016/11/19 5,730
619199 1998년09생이면 2017년 2월엔 만나이가? 4 나이 2016/11/19 841
619198 김경재.. 7 ㄴㄴ 2016/11/19 1,478
619197 그것이 알고싶다 볼수 있는 방법요 8 겨울 2016/11/19 893
619196 다이어트 중인데 꼭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면 어떤 메뉴가 7 의견구함 2016/11/19 1,551
619195 김진태가 촛불 일등공신이구나~ 5 땡큐허다 2016/11/19 1,762
619194 김종 "올림픽 포기해라"…박태환 협박 11 ㅇㅇㅇ 2016/11/19 2,463
619193 지금 이 성난 촛불이 MB 에게까지.. 16 촛불의 힘 2016/11/19 2,409
619192 약사쌤이나 소아과쌤 있으신가요? 급히 질문드릴께 10 ssoman.. 2016/11/19 3,287
619191 오늘 무한도전 유관순 열사가 남긴 말 1 독립투사 2016/11/19 1,908
619190 저도 이제는 팔로우업하기가 상당히 힘드네요-손연재도? 1 .... 2016/11/19 1,054
619189 安, 靑홈피 대응코너 신설에 "공적체계를 개인이익에 이.. 5 상식 2016/11/19 891
619188 촛불 집회 참석한 유아인 ^^ 26 무무 2016/11/19 7,348
619187 성대후문 논술보러가요 길도움좀... 11 하야 닥그네.. 2016/11/19 1,055
619186 국 끓일따 간을 뭐로 하세요? 10 2016/11/19 1,220
619185 오늘 그알 예고 9 ㅇㅇ 2016/11/19 1,928
619184 전인권 촛불 시위 풀영상 8 82퇴진 2016/11/19 1,843
619183 부모님과 패키지 일본가는데 2박3일과 3박4일 어느게 좋을까요?.. 4 dd 2016/11/19 1,092
619182 박사모.. 동원된 노인들한테 돈주는 모습 ㅉㅉ 17 박사모가아니.. 2016/11/19 7,005
619181 200만 모이면 상황종료 7 ... 2016/11/19 2,471
619180 지성인분들 마스크팩 안하세요?? 3 궁금 2016/11/19 1,318
619179 티비조선 모두까기 5 푸핫 2016/11/19 1,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