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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정아빠가 다녀가신 이후로...

가을 단상 조회수 : 6,418
작성일 : 2016-10-27 18:41:10
무늬만 효녀인 막내딸이자 외동딸이에요.
이런저런 이유로 친정아빠가 한달쯤 저희집에 계시다 가셨어요.
원래 전 엄마,아빠와 사춘기포함 제 인생 모든시절에 늘 친구처럼 잘 지낸 사이였지요...

아주 오래전,신혼초에 엄마가 저희집에 다녀가셨을때 배웅가는길에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이건뭐 완전 고장난 수도꼭지마냥요...ㅠㅠ
그이후로.. 그렇게 눈물이 흘렀던게 이번이 두번째였던것같아요.


한달간 아빠와 거의 매일 산책을 나가곤했었는데,
어느새 팔십이 넘으신 아빠는 한시간의 산책을 하는동안에도 힘이 드신지 중간중간 한 열번정도를 벤치에서 쉬어가자고 하시더라구요.
운동을 좋아하셔서 늘 건강하시고,
걸음도 참 힘차게 걸으시던 아빠의 모습이 아직도 제 기억속엔 생생한데...가슴이 넘넘 아팠어요..

한달이 조금 못되어서 아빠가 가시던 날,
너무나 많이 울었네요.
물론 가시고 혼자있을때요..
또 언제 우리아빠가 이렇게 긴 시간을 우리집에서 쉬시다가실까..
괜히 이런생각을하니 가슴속이 넘넘 아프더라구요.

오늘 삼 사일만에..산책을 하러 나갔는데..아빠와 같이 걷던 산책길이며 쉬시던 벤치...구경하던 꽃들,평소엔 눈에도 들어오지않던 아파트내의 작은 시냇물(?) 연못(?)까지 다 눈물을 흘리며 보았네요...ㅠㅠㅠㅠ
해산물을 좋아하셔서 같이 점심때 먹던 굴짬뽕집,명태구이집,황태찜집...아파트상가 모두모두 여느때와는 달라보이고 그 가게안 어느의자에 막 아빠가 앉아계셔서 맛있게 뭔가를 드시고 계신것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ㅜㅜ

남편이 투자를 잘못해서 참 속 시끄러운 가을을 보내고 있었는데,이상할정도로 아빠가 와계시는동안은 정말 하루하루 마음이 든든하고 편안하고 참 좋았어요.
어린시절 아무리 큰 걱정과 고민이 있어도 아빠의 크고 넓은 어깨를 보면 늘 다 해결될것같고 갑자기 겁나는게 없어질 정도로 큰 용기가 생기곤 했던 꼭 그때처럼요...

햇살좋은 오후,아빠와 마시는 커피향도 너무 좋았고...
아빠를 위해 빵을 굽고,말벗을 해드리며 산책을 하던 그 평화롭기만했던 그 시간도 벌써부터 너무너무 그립네요..ㅠㅠㅠㅠ

집에 가셔선 물론 친정엄마가 잘 해드리겠지만,
웬지모르게 저희집에 계셨던동안 잘해드렸던것보다 못해드린것들만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려요..

아~~~~~~~
이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시간을 보낸후의 이별도 이정도로 가슴이 아픈데,나중에 더 연세드신후 엄마,아빠와 이세상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할땐...어후....생각만해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터질것같아요..

애효~베프와 안부전화를 하면서 진짜 부모님 살아계실때 더욱 잘하자고 얘기하면서 둘다 훌쩍훌쩍~ㅜㅠ

이렇게 가을이 깊어가면서,
이 철없던 딸도 이렇게 조금씩 철이란게 들어가나봅니다...
IP : 110.13.xxx.33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6.10.27 6:44 PM (49.142.xxx.181)

    와 원글님 진심 부럽네요.
    그렇게 친구같은 애틋한 부모님이 있다는것만 해도 부러워요.
    세상에 부러울게 없었는데 요즘 82쿡 들락이면서 부러운 두번째 분을 보네요.
    첫번째 분은 얼마전 자녀 둘다 외국 직장에 취업해서 다니러 간 내용으로 글 쓰신 분이 계신데
    그분 다음으로 원글님이 부러워요. ㅠㅠ
    좋은 부모님에게 잘 자란분시네요. 저희 딸에게도 제가 그런 부모였으면 좋겠습니다.

  • 2. 원래
    '16.10.27 6:46 PM (211.224.xxx.167)

    엄마아빠 딸이였던때가 젤 좋답니다

  • 3. ....
    '16.10.27 6:46 PM (180.224.xxx.157)

    부럽네요...
    하늘나라 가신 아빠가 넘 보고싶어지게 만드는 글...

  • 4. 너무
    '16.10.27 6:47 PM (125.134.xxx.25)

    이쁜딸이네요
    아빠랑같이 평화롭고 따뜻하게 한달 보내실수있는
    부녀관계도 부럽구요
    복많이 받으실꺼예요

  • 5. ...
    '16.10.27 6:48 PM (124.54.xxx.157) - 삭제된댓글

    아 오늘 82글 보며 여러번 우네요..

  • 6. 읽으며 저도 눈물이..
    '16.10.27 6:49 PM (218.52.xxx.60)

    아버지께서 참 행복하고 두고두고 훈훈하실 겁니다.
    부담이 아니라 행복한 시간으로 만드신 원글님 참 좋은 분이네요~ 복 받으세요~^^

  • 7. 진정한 효도
    '16.10.27 6:52 PM (119.67.xxx.187)

    를 하셨네요.같이 밥먹고 빵까지 구워드렸다니 ..
    서로 잊지못할 추억을 님이 해드렸네요.

    아무리 사이가 좋아도 한달씩 계시면 모시는 입장서 힘들고 귀찮기도 할텐데,눈물까지 난거보면 부모지간 완벽한 사이네요.

    연세 많으신 어른들 뵐때면 이번이 자칫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단 생각도 들고 쓸쓸하죠.

    참 착한 따뜻한 딸이자 부모님이네요.

    한편으로 저도 부러운게 이제 다 가시고 팔순의 시어미님만 남으셔서 그느낌 잘알아요.
    대개 돌아가시면 후회하는데 원글님은 계실때도 한없이 잘하시네요.

  • 8. 쓰담쓰담~
    '16.10.27 6:53 PM (59.3.xxx.149)

    정말 부러워요.
    그런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도 부럽고, 님의 그 예쁜 마음도 정말 부러워요-

    저도 아빠를 생각하면 항상 마음 한 쪽이 아린데
    막상 얼굴보면 데면데면 괜히 틱틱거리고....
    독립한 이후로는 불편해서 하룻밤도 겨우 자고 오는 무심한 딸은 또 이렇게 반성합니다.

    한 달 가까운 시간동안 식사 챙겨드리고 등등
    불편하기도 했을텐데 배웅해드리고 그렇게 마음이 아프고
    여러가지 생각이들고,
    또 아빠와의 추억에 그렁그렁 하셨다니.....

    님 마음이 예뻐서 뭐든 다 잘되고, 복이 따를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미혼이고 부모님께 사랑도 많이 못 받아 무심한 딸이지만
    후에 제 딸이 있다면 제 딸도 님처럼 예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 9. ..
    '16.10.27 6:59 PM (223.62.xxx.245)

    원글님께 얼마나 좋은 아버지였을지
    짐작이 됩니다.
    부럽습니다.

  • 10.
    '16.10.27 7:06 PM (49.174.xxx.211)

    부럽습니다

  • 11. ....
    '16.10.27 7:13 PM (121.143.xxx.125)

    부럽네요. 우리 아빠는 아들 낳으려고 딴 여자랑 살림차려서 처자식 다 버리고 소송까지 해서 처자식한테 부동산분 현금으로 돈뜯어서 나갔는데.. 늘 딴데 정신팔려있거나 바람나있거나 처자식을 원수보듯 했네요.

  • 12. 부럽네요
    '16.10.27 7:15 PM (118.219.xxx.129)

    아빠가 팔십넘어서 까지 생존해 계시고.........

    저희 아빤 60세에 하늘로 떠나셨어요.
    저 35살때요....................

    이제 2년 됐고요...........


    아빠랑 통화도 자주 하시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부러워요..

  • 13. ...
    '16.10.27 7:35 PM (110.13.xxx.33)

    같이 공감해주시고 댓글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제가 착한딸이 아니라 저희 부모님이 좋으신분들이 맞는말일꺼에요..
    철없는 딸을 늘 한없이 이해해주시고 보듬어주신분들이시니까요..ㅠㅠ

    저희부모님을 보면서 저희부부도 저희아이에게 저런 엄마아빠가 되자고 늘 얘기하지만...쉽지가 않아요.
    베풀어주시는 사랑이 어릴땐 참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서 철이 드는건지 해드려도 모든게 부족한것같고,그저 흐르는 시간이 넘 빠른게 속상하고 눈물만 나네요...T.T

    82님들은 저보다 좋은따님들이시겠지만,
    그래도 부모님 살아생전에 더 잘 해드리셨음 좋겠어요.
    그리고..이미 하늘나라에 가신 부모님을 두신 82님들(ㅠㅠ)도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로 늘 새 힘을 얻으셨음 좋겠구요..

  • 14. ㅠㅠ
    '16.10.27 7:48 PM (223.62.xxx.219)

    이런저런 쓰고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눈물이 나서 못 쓰겠어요. 저도 참 따뜻한 아빠가 있는데 잘 못해드리네요.
    잘 해드려야겠어요 ㅠ

  • 15. 쓸개코
    '16.10.27 7:56 PM (222.101.xxx.48)

    원글님 글 읽고있으니 여름에 돌아가신 우리아버지 생각납니다.
    나이들었어도 꼭 아빠라 불렀었는데..;
    돌아가시기 이틀전인가 못움직이시다가 갑자기 손을 드시길래 잡아드렸어요.
    거의 혼수에 가까운 상태인데 저보려고 하시는지 막 초점을 맞추려고 애쓰셨는데
    제얼굴 보셨는지 모르겠어요..
    울 아빠도 제가 만든빵 좋아하셨어요. 커피도 좋아하시고..
    안방에 아빠영정사진 있는데 매일 눈인사해요.ㅜㅡ
    속상한게 꿈에서도 아빠는 항상 환자상태예요..
    원글님 아버지랑 대화 많이 나누세요.

  • 16. 위에
    '16.10.27 8:25 PM (207.244.xxx.56) - 삭제된댓글

    60세에 떠나셨다는 분마저 저는 부럽네요.
    저희 아버지는 48세에...
    제가 지금 그 나이 다 되어가는데
    얼마나 떠나기 싫었을지...마음 아파요.

  • 17. 슬프다
    '16.10.27 8:42 PM (112.161.xxx.17)

    이글 읽고 있으니 올 초 떠나신 엄마생각나요 ㅠㅠ
    엄마 보고싶네요

  • 18. ..
    '16.10.27 8:48 PM (210.183.xxx.247)

    이번달에 아버지가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아직 현실로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멍.. 해요..

    아버지 뵐 때 영상도 찍어놓으시고 목소리 녹음 같은 것도 많이 해놓으세요..

  • 19. 지나가다
    '16.10.27 10:31 PM (223.62.xxx.107)

    참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아버지와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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