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셰프 먹방 질리지만 이런 요리사는 기억하고 아낍시다. 블랙리스트 오르신 분.

......... 조회수 : 2,304
작성일 : 2016-10-17 10:55:39
미친 망구ㄴ ㅕ ㄴ 블랙리스트에도 오르신 유일한 요리사이십니다.
수요미식회에도 가끔 나오시고.

요리사 박찬일 인터뷰 "내게 요리는 노동이다" 
전문링크:  http://www.huffingtonpost.kr/institute-for-better-democracy/story_b_7808370.h...

  

기사 중 발췌

(전략)

- 그렇다면 몽로의 음식에는 어떤 역사적 의미를 담으려고 하고 있나?

= 내 음식에 역사성까지 담아보진 않았다. 하지만 정치적인 것은 담으려 한다. 대자본이 생산하는 재료는 안 쓰겠다거나, 닭은 협동조합이 생산하는 닭만 쓰겠다고 한다면 이런 게 정치성이다. 서양에서 사오는 육계의 기준이 아닌 우리나라 닭으로만 팔겠다는 건 사회문화적인 가치를 갖는다. 그런 걸 내가 깊이 있게 고민해보거나 실천해 보지는 못 했지만, 거기에 정체성이 있으면 담보해보려고 한다.

- 몽로의 치킨요리가 유명한 건 그런 고민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의미를 담고 있는 또 다른 요리가 있나?

= 소 내장요리를 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다. 양식당에서는 원래 소 내장요리를 하지 않는다. 예전에 귀족들과 왕족들, 부자들이 소고기 등심스테이크를 먹을 때 가난한 사람들은 그들이 버린 내장을 주워서 요리해 먹었다. 그러면서 맛있게 만들려고 하다 보니 나중에는 조리법이 개발된 것이다. 내가 그 조리법을 배워서 한국에 와서 팔 때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첫째, '서양요리는 고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양의 서민요리를 우리도 맛 볼 즐거움을 나눕시다'라고 설명할 수 있다. 둘째,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 내장요리가 서양에도 있다는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의 창작요리들에는 내가 독점적인 요리를 함으로써 사람들이 우리 가게를 찾는다는 자본주의적 욕망도 담겨 있다. 이처럼 요리 하나에도 많은 것이 결합된다.

- 그렇게 보면 음식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역사가 있는 것 같다.

= 4.3항쟁 터지고 나서 그 땅에 도저히 살 수 없어서, 또 제주도에 먹을 것이 너무 없어서 일본으로 넘어간 제주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징용 끌려갔다 한국에 못 오고 일본에 눌러 앉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재일동포 사회를 구성했다. 그 사람들이 일본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불고기와 소 내장요리를 파는 것이었다. 원래 고기 먹는 법을 몰랐던 일본인들에게 한국식 불고기가 전파되어 일본의 야끼니꾸가 되었고, 일본인들이 냄새나서 버렸던 내장을 얻어 와서 조리해서 판 내장요리가 일본의 주요리가 되었다. 일본의 야끼니꾸와 내장요리는 지금 엄청 비싼 요리들이다.

(중략)

- 우리나라의 대표음식이라고 할까. 한식세계화를 정부 차원에서 추진했지만,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음식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 한식세계화라는 발상 자체를 거부한다. 왜 우리 것을 내놓아야 하나. 그 사람들이 찾아서 먹다보면 무엇이 맛있는지, 무엇이 국제적인 감각에 맞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는 외국인이 하는 것이지 우리가 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한국음식을 먹거나 외국 현지에서 먹고, 그것이 자체적으로 분화 확장되고 진통을 겪으면서 성장하든지 쇠퇴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국가적으로 어떤 것을 해줄 게 있다면, 그것을 보고 즐거워해주는 것에 그쳐야 한다.

- 정부의 한식세계화 정책에 반대한다는 뜻인가?

= 그렇다. 정부가 한식세계화 추진단을 만들어 세금 쓰는 것에 대해 청문회를 열어 막아야 한다. 청문회를 열어 책임자를 구속하고 예산낭비에 눈감은 공무원은 징계해야 하는데, 그런 걸 하나도 안 했다. 청문회를 열자고 말만 하고 열지 않았다.
한식세계화로 인한 수많은 오류의 발단이 거기에 있다. 이것은 4대강 문제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인식이 없다. 야당도 이해가 굉장히 부족하다. 한식세계화라고 하면 좋은 것이라 생각하고, 방식만 바꾸면 된다고 생각한다. 한식세계화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못한다. 세계화에는 반대하는 진보 정치인들이 왜 한식 세계화는 찬성하나?

(중략)

- 한식세계화가 이뤄지면 좋은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있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는 하는데...

= 한국이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되면 우리나라에 나쁜 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좋은가,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묻는다면 굉장히 복잡한 문제가 된다. 그것이 나에게 좋은 것이냐 묻는다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을 안 해봤다.
그걸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있다. 한식을 외국인이 모른다고 우리 삶이 치명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런데 한식세계화를 국익이라는 모호한 말로 포장하는 게 난 이상했다. 우리나라는 전제주의, 전체주의의 영향을 여전히 받고 있다.

(중략)


- 몽로에서 요리를 하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행복한가?

= 행복하지 않다. 생존하려고 일하는데 뭐가 행복하겠나. 즐거움은 다른 데에서 찾는다. 아침에 와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 끝나고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일로써 즐겁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 상당수는 다 뻥이거나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그런 느낌이 올 뿐이지, 인생은 고행이고 일이 고(苦)의 핵심인데 새끼들 먹여 살리려고 새벽에 나와서 일하는 게 뭐가 즐겁겠나. 놀고먹는 게 즐겁지, 일은 하나도 안 즐겁다. 이 내용은 꼭 써 달라.

- 그래도 일을 즐기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 냉정하게 직시해보면, 일은 행복하면 안 된다. 일이 행복해지면 종교가 된다. 그러면 남에게 강요를 한다. 행복이 있으니 하루에 20시간 일하라고 한다. 그런 이데올로기는 박정희시대의 산물이다. 일은 즐겁고 행복하다는 관념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일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절대 행복하다고 안 한다. EBS의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사람들은 힘들어 죽으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을 제대로 체험하지 않고 쓰면 '쇳물이 뻘겋게 녹을 때 도공의 얼굴엔 행복의 미소가 번진다'는 식의 말을 쓰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저거 만들었는데 깨지면 어쩌지, 이번에 못 팔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을 한다. '기계작업을 거부하고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라고 하는데, 사실은 그래야 비싸게 팔 수 있어서 하는 것이지 좋아서 하는 게 아니다. 기계로 해서 비싸게 팔 수 있으면 기계로 만들지 미쳤다고 발로 돌리겠나. 어쨌든 일은 괴로운 것이고 그래야 정석이다.
선진국의 핵심은 일을 덜 하는 데에 있다. '일을 덜 하고도 행복하다'가 아니라 '일을 덜 하니까 행복'한 것이다. 스웨덴 요리사는 안 힘든가? 스웨덴 장거리 트럭운전사는 안 힘든가? 그들도 힘들다. 하지만 이태리 사람들은 8시간 쉴 때 그들은 16시간 쉬니깐 행복한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애들하고 놀고, 와이프와 여행 가고, 그런데 나라에서 놀라고 돈을 더 주니 행복하다.

(후략)



IP : 66.41.xxx.16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6.10.17 11:01 AM (121.131.xxx.120)

    생각이 아주 깊고 많이 똑똑하신 분인듯

  • 2. ..
    '16.10.17 11:04 AM (106.250.xxx.178)

    역시 박찬일 셰프군요.
    글도 잘 쓰시고 요리도 잘하시는데
    개념까지 있으신 줄은 몰랐어요.

  • 3. 혀니랑
    '16.10.17 11:08 AM (121.174.xxx.196)

    이 분은
    경향신문에 칼럼 써요ㅏ

  • 4. 주관은 뚜렷하고역사관도 있는 쉐프지만
    '16.10.17 11:15 AM (121.132.xxx.241)

    생존때문이겠지만 이 쉐프도 역시 남의 나라 요리하는 이탈리아 요리 쉐프일뿐이죠. 전 이즘 대세인 이탈리아및 서구요리 식당이 너무 증가하는게 좀 안타까워요.

  • 5. 멋져요.
    '16.10.17 11:16 AM (126.235.xxx.6)

    생존을 위한 일은.행복하지 않다, 아침에 커피 한 잔, 친구들과 마시는 술이 행복하다는 말..완전 공감공감
    일이 왜 행복해야 되는지.. 진짜 고행인데

  • 6. ..........
    '16.10.17 11:20 AM (66.41.xxx.169)

    생존 때문이 아니라 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고 이탈리아에 관심이 생겨서 기자 그만두고 요리유학을 떠난 겁니다.
    그리고 남의 나라 요리하는 이탈리아 요리 쉐프일뿐이라니....
    남의 나라 요리하는 것과 주관/역사관이 무슨 상관이죠?
    그럼 의식있는 요리사는 다 한식요리만 해야 하나요?
    의식있는 뮤지션은 다 국악 판소리만 해야 한다는 주장만큼 억지 아닌가요?
    기사도 안 읽고 댓글을 쓰시니 근거없는 억지주장을 펴시죠.

  • 7. ㅇㅇ
    '16.10.17 11:23 AM (219.240.xxx.37) - 삭제된댓글

    그런데~~~
    블랙리스트 명단에 없어서
    서운해하는 배우들 꽤 있던데
    아이고,
    공무원이 일을 똑바로 안했나 봅니다.

  • 8. 좋은날오길
    '16.10.17 12:52 PM (183.96.xxx.241)

    와 멋있는 분이네요 !! 이 분 칼럼도 찾아봐야겠어요 ~

  • 9. 와우
    '16.10.17 1:26 PM (61.82.xxx.136)

    저번에 수요미식회 나왔을 때 뭔가 남다르고 샤프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인터뷰 보니 진짜 멋진 분이네요.
    한국에 이런 사고방식하면서 자기 할말 다 하는 사람 잘 없는데
    진짜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 계신 분이네요.

  • 10. ..
    '16.10.17 2:17 PM (210.217.xxx.81)

    약간 영애씨네 찌질한 작은 사장님 닮은신듯하기도 하네요
    블랙리스트가 오히려 굳리스트가 될듯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07124 드라마폐인님들~ 전설의 드라마 좀 알려주세요~ 11 중독 2016/10/17 1,831
607123 구몬수학 연산 선행 괜찮은가요? 1 2016/10/17 2,114
607122 자꾸 자랑(?)하다 왕따되신 아주머니 12 ,, 2016/10/17 7,604
607121 중학 수학에서 분수에 대해 여쭤봐요 6 대분수 2016/10/17 848
607120 부산대 교수 "초고층 밀집 마린시티, 지진에 취약&qu.. 2 지진대 2016/10/17 2,101
607119 용산 이촌동과 금호 옥수동 이사 문제로 고민입니다 10 hallo 2016/10/17 3,535
607118 스팸사이트 사기? 허당 2016/10/17 243
607117 요즘 꽃이 재밌어서 독학하고 있는데 2 ... 2016/10/17 708
607116 네이버 블로그에 검색되게 글 쓰려면... 6 네이버 2016/10/17 831
607115 어제 방콕공항 경유 여쭈어본 사람인데요... 12 처음 2016/10/17 1,295
607114 불안증.... 남편과 저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요? 93 ........ 2016/10/17 18,561
607113 시부모님 팔순기념 일본여행.. 조언 부탁드려요~ 10 여행 2016/10/17 1,745
607112 결혼하고 몇년이 지나도 남편이 아껴주고 사랑해 주시나요? 29 dd 2016/10/17 7,957
607111 웅진북클럽 공부방 어떤가요? 미루82 2016/10/17 841
607110 영어 전문 문법용어 설명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5 교환 2016/10/17 470
607109 미니세탁기 써보신분 계세요? 6 . . 2016/10/17 2,005
607108 노트 7 가지고 미국 절대 가지 마세요. 8 주의 2016/10/17 3,405
607107 70년후반 서울공고 진학 15 학력 2016/10/17 2,970
607106 아이들 적금 추천 부탁해요 2 .. 2016/10/17 1,048
607105 박원순 "판문점 총질 사주한 새누리당이 그래선 안돼&q.. 1 샬랄라 2016/10/17 618
607104 이대가 곧 순실의 딸 문제에 대해 해명한다네요 5 ..... 2016/10/17 1,114
607103 과자사는 부부하니 생각나서... 11 ryumin.. 2016/10/17 4,641
607102 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요 8 친구가 너무.. 2016/10/17 2,816
607101 침 맞고 멍이 들 수 있나요? 6 ㅇㅇ 2016/10/17 6,067
607100 CO2 레이저 자국 언제 없어지나요? 1 샤베트맘 2016/10/17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