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사람에게 이별의 과정과 통고는
미뤄 놓았던 해묵은 빨래를 바라보는 마음과 같으리라고.
좋았던 기억들은 애저녁에 휘발되었고,
같이 쌓았던 추억들은 이젠 채무처럼 느껴지고,
이제 부담스러워진 연인은
돈보따리를 내어 놓으라 재촉하는 채권자같아졌을 뿐이죠.
이편한 세상 아닌가요.
연인과의 이별을 대면할 용기따위는 개나 줘버리라고 해요.
마음한켠으로 제껴 놓았던 그나마의 미안함은
깨톡의 읽고도 안 읽은 걸로 나오는 기능으로 대체하믄 되고..
지쳐 먼저 나가 떨어진 그녀의 헤어지자는 선빵에
땡큐대신 'ㅇㅇ' 로 벼락같이 답하는 걸로 대미를 장식하면 될뿐인것을..
얼굴 볼 필요도,
목소리를 들려줄 필요도,
총맞은 그녀의 후폭풍을 감당할 죄인이 될 필요도 없다지요.
그런면에서 황교수의 깨톡이별은 그 화면에 비추는 몇초만으로도
참으로 신박하니 오늘날의 이별의 민낯을 대변하고 있더군요.
좋게 좋게 말하면 숨고르기였고,
사실적으로 말하면 늘어진듯한 혼술남녀의 11회와 12회의 핵심이였구요.
이제, 떠나간 개민호의 이별은 비겁함으로 꽃피우기 시작해서,
핵찌질함으로 장렬하게 열매맺으며 쫑났고,
남은 자, 그리고, 유기당한 자, 황교수의 험난한 이별의 과정이 고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거..
사건발생후 당장에 오는 감정의 후폭풍은 옆에 사람들 괴롭히며 지랄같아도 차라리 나아요,
시간이 가고, 다 잊은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게..내 일상인데,
문득문득 떠나간 사람에게 익숙해진 나의 습관을 지뢰처럼 만나는 건 더 지랄같지요. .
민교수의 밤 열시의 핸드폰 알람에 조건반사처럼 허둥지둥 집으로 가려고 하는
그 습관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면에서,
이별과 죽음은 많이 닮았어요.
이별이 죽음보다 훨 가볍고, 훨 싸가지 없는 버젼이지만..
긴가민가 하기도 하지만,
느끼고 있고,
알고 있고,
대비한다고 하지만,
막상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닥치면 믿기지 않고,
밉고도 밉고..또,..그립고도 너무나 그립고..
마음에 묻, 땅에 묻든...분명히 묻었는데,
돌아와 내 방문을 열면,
같이 들어와 온 방안 공기를 가득 채우던 그 화상.
그래도, 잦아 들겠지요.
그리고, 잊혀지겠죠.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그러면서, 죽어 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