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한반도는?
2018. 2. 25
지난해 말 치러진 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야당후보가 당선되어 헌정사상 김대중에 이어 두 번째로 실질적인 정권교체가 이루어 졌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19대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취임식을 중계하는 TV카메라와 모든 국민의 이목은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보다도 지난밤 자정을 기해 대통령(?-X)임기가 끝나고 전직대통령(X)이라는 명색 때문에 마음 내키지는 않지만 할 수 없이 전직대통령이 자리해야 하는 취임식장 맨 앞줄 오른편에 얼굴에서 저승사자가 얼른거리는 전두환과 한쪽 눈은 뜬 것인지 감은 것인지 분간도 안 되는 이명박과 함께 자리한 박근혜에게 집중되었다.
전두환은 얼굴에 저승사자가 어른 거려도 내 뿜는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철딱서니 없는 이명박은 지가 취임이나 하는 듯 의기양양해서 연방 뒤를 돌아다보며 손을 흔들어 대며 흉측한 웃음을 짓기에 바빴고, 박근혜의 얼굴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밀랍인형을 앉혀 놓은 듯 했다.
그 세 사람의 얼굴에 그의 인생역정과 재임기간 동안 지은 죄가 그 얼굴표정에 고대로 쓰여 있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와 국민의 이목은 단연 박근혜에게 집중되었다.
IMF를 불러와 전 국민을 눈물짓게 했던 김영삼이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장에 앉아 있을 때도 침통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얼굴 한 편에는 핏기가 있었는데, 박근혜의 얼굴은 말 그대로 석고상 고대로 였다.
드디어 19대 대통령의 취임사가 시작되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5천만 국민여러분!”
“오늘 이 시각 이후로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독재’라는 단어가 영원히 소멸되었음을 선언합니다.”
“저는 임기 5년 동안 목숨을 걸고 ‘독재’가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 하도록 제 열과 성을 다하여 독재의 잔재를 말끔히 청소하고, 다시는 ‘독재’가 이 땅에 창궐하지 못 하도록 정치와 사회 환경을 바꾸는데 온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박수가 쏟아져 나와 잠시 취임사가 중단되었다.
박수가 끝나자 국민에 대한 몇 개의 약속과 당부를 더 하고나서 역시 우리와 한 겨레인 북한에 대한 약속과 다짐을 해 나갔다.
“사랑하는 2천만 북한동포 여러분!”
“여러분도 우리와 피를 나누고 누 만년의 역사를 같이 한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다만, 지금은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여러분들이 5천만 대한민국 국민과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누리고 있지 못함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북한 당국과 2천만 북한인민에게 선포합니다.”
“오늘 이 시각 이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습니다.”
“북한당국과 협의하여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개성공단을 재가동시키고, 북한당국과 협의하여 개성공단뿐 아니라 휴전선 비무장지대 북편에 남북합작 공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북한인민이 당하는 수재(水災)와 같은 불행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북한인민이 식량이 없어 굶어 죽는 일은 결단코 없도록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2천만 북한동포 여러분!”
“이제 여러분들이 북한에 계속 눌러 살더라도 최소한 굶어 죽을 위험에서는 벗어났음을 천명합니다.”
“또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합작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중진국대열에 올라서도록 남한이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목숨을 건 모험인 <탈북>을 결행하지 마십시오!”
“북에 계셔도 탈북해서 남한에서 사는 것과 똑같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모든 힘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이 순간 박수소리 때문에 새 대통령의 취임사가 잠시 중단되었고, 그 순간 중계카메라가 한 참 동안 박근혜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었다.
박근혜는 “탈북해서 남으로 오라!”고 했는데 후임대통령이 이를 180도 뒤집어 탈북을 하지 말라는 선언을 하니 그의 표정이 궁금했던 것이다.
신임대통령의 취임사를 듣는지 안 듣는 것인지, 재임 시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모르쇠’ 했던 것과 똑 같이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그 뒤로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인 중국과, 좋건 싫건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마주 바라보고 있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왜와, 아직은 한국외교의 가장 큰 상대인 미국에 대한 외교방향을 천명하고 나서, 온 세계 모든 나라에 보내는 메시지를 끝으로 장엄한 취임식을 마쳤다.
그날 오후 바로 북한당국의 공식적인 반응이 나왔다.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북과 남 겨레의 자주적 결단에 의해 남북이 협력하고, 나아가 평화통일의 길로 달려 나가자는 남조선당국의 새 정권과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짤막한 공식성명이 나왔다.
이명박-박근혜의 10년 해괴망측한 독재와 뒷걸음질!
꼭 손해만 본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않다.
첫째로 북한의 냉철한 깨우침이다.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속된말로 빨개 벗다시피 하고 북을 도와주었고 남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로 이끌었고 북한도 두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적극 호응했지만, 그 와중에도 서해에서 간간이 도발을 자행해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을 아주 난처하게 한 경우가 간간이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을 때 마다 남북협력이 못 마땅하거나 옛날 독재정권에 부역하며 호의호식하던 자들로부터 “퍼주기”니, “종북”이니 하는 빈정거림을 당해야만 했다.
북도 처절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남쪽에 김대중-노무현 같이 국민을 넘어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진보적인 대통령이 나오면 남북관계가 오색 꽃이 만발하는 <봄날>이 되지만, 그 반대의 수구냉전세력이 집권을 하면 이명박-박근혜 같은 삼천리금수강산이 꽁꽁 얼어붙는 <혹한>의 시기가 닥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북의 즉각적인 <적극적인 협력>다짐이 이를 증명한다.
둘째 영남의 깨우침이다.
그들도 이명박-박근혜 10을 겪으면서 많이 깨우쳤다.
<대통령>은 오직 영남만을 잘 살게 해 달라고 뽑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 나아가 온 겨레를 잘 살게 해 달라고 뽑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았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가서
지난 반세기 동안 영남인구가 대한민국 국민의 1/3을 넘어 그들이 대한민국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그들이 앞장서서 선택한 정부가 혹독한 독재를 자행해서 타 지역에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어도 그들은 희희낙락 할 수가 있었다.
헌데 평화통일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고 있고, 평화통일이 된다면 북한동포가 영남정권이 집권했을 때 남북관계가 어쨌다는 것을 다 알 것이니 영남을 제외한 남한국민과 북한동포가 한 편이 된다면 영남은 영원히 헤어날 수 없는 소수로 전락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깨달은 것이다.
쉽게 애기해서 지긋지긋하고 철옹성 같던 지역감정이 영남의 깨우침으로 시나브로 사그러들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그들이 선택한 정부가 태생적으로 친일매국노 당사자이거나 매국노의 후예여서 부도덕함을 넘어 절대로 태어나서는 안 되는 정권이 헌정사 거의 모두를 독점했다는 것을 그들도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2018. 8. 15 광복73주년!
금강산관광은 벌써 재개가 되어 수많은 남한국민들이 쉴 새 없이 금강산을 가고 오고 있었고, 개성공단은 공장설비가 간단한 기업은 이미 공산품을 생산해 내고 있었고 설비가 복잡하고 대대적인 보수를 해야 할 기업들도 거의 다 보수를 마쳐 공산품을 생산해 내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날 북한당국에서 중대한 대남 성명을 발표했다.
넘치는 관광객으로 그들이 체제하며 떨어트리는 돈도 많으니 2018. 9. 1부로 금강산입장료(관람료)를 일절 받지 않겠다는 성명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그리고 북한에는 자원이 넘쳐나지만 남한은 먼 나라에서 수입해 와야 되는 석탄과 철광석 등 지하자원을 국제시세보다 훨씬 싼 값에 남한에 제공하겠다는 성명이 이어졌다.
맨 끝으로 남북한의 남포 앞 바다에 무진장으로 묻혀 있는 석유를 남북이 합작으로 유전을 개발해서 남북이 나누자는 아주 파격적인 제의를 해 왔다.
드디어 대한민국과 북한 8천만 겨레의 한결같은 바램인 산유국대열에 들어서는 순간이었다.
그 즉시 남한당국에서도 대북한 성명을 발표했다.
금강산관람료의 면제는 감사히 받아들이고, 나머지 2개의 제의는 북한의 관련기관과 협의를 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일을 성사시키겠노라는 남한당국의 성명이 뒤따랐다.
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난다!
국민여러분이 붓 뚜껑을 누르는데 따라 이렇게 하루아침에 세상이 지옥에서 천당으로 변 할 수도 있습니다.
그 뒤의 무지갯빛 상상은 읽으신 분들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너무도 가슴이 벅차고 흥분되어 더 이상은 쓸 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 만세!
아니, 배달겨레 만세!